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 한 편이 편 가르기의 중심이 된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흥행 성적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여러 말을 쏟아내는 데 그 주체가 팬들과 기자를 포함한 평론가 두 부류로 나뉜다.
팬들은 ‘완성도 높은 상업적 영화’, 반면 기자와 평론가들은 ‘졸작’으로 평한다. 한 유명 평론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 영화의 악평을 전했다가 네티즌들의 악플 융단폭격을 받기도 했다. 인터넷이 만들어 낸 익명성의 관점 차이다.
우선 팬들의 입장을 보자. 대 부분이 주연배우 김수현과 박기웅 이현우의 팬들이 보내는 팬심(心)이 기저에 깔려 있다. 먼저 배우들의 호연은 분명하다. ‘해품달’의 ‘이훤’으로 소녀팬들의 가슴을 두들긴 김수현은 각진 제복 연기부터 풀어진 바보까지 극단의 표현력을 능숙한 감정의 텐션으로 조율했다.
박기웅은 어떤가. 능글맞은 북한 고위층 서자의 모습을 자신만의 색깔로 바꿔 놓았다. 시니컬한 대사 전달 속에 느껴지는 연기력은 꽤 영글어진 열매 같다. 아역 이현우의 성인급 연기도 칭찬해 볼만하다. 손현주의 카리스마와 명품 조연으로 불리는 여러 중견배우의 존재감도 뭣하나 빠지지 않는다.
이런 배우들의 엮어가는 ‘은밀하게 위대하게’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누적 뷰(view) 2억 5000만에 달하는 메가폰급 흥행 원작이다. 팬들의 사랑 원천이 이 부분이다.
반면 기자와 평론가 집단의 시각은 다르다. 이들은 영화란 콘텐츠를 소비하는 1차 소비자는 절대 아니다. 이들의 눈에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결코 은밀하지도 위대하지도 않았다. 원작을 스크린으로 옮기면서 고민한 작가의 고심을 우선 지적했다. 단지 기존 원작을 콘티 삼아 찍어낸 복사본이란 악평을 내놓았다. 웹툰과 영화가 갖는 차이점 파악에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웹툰의 만화적 설정이 실사로 옮겨질 경우 충분한 설명이 이뤄져야 함에도 원작의 설정을 고스란히 답습했다. 무엇보다 웹툰의 호흡을 영화로 그대로 가져온 게 문제다. 웹툰의 끊어지는 호흡이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보여 졌다. 그 사이를 채워 줄 미장센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다. 결국 팬들은 “영화란 재미만 있으면 그만이다”며 평단의 악평에 악플을 쏟아내고 있고, 평단은 더욱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문제점에만 집착하며 그 결과물을 평가절하 중이다.
관점의 차이가 이렇게 기묘한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단순한 팬덤 현상의 문제로 보기엔 그 소재가 상업 영화이기에 더욱 그렇다. 특히 한국영화 시장에서 결코 힘을 쓰지 못하던 웹툰이 이렇게 주목을 받고 있단 점이 눈길을 끈다. 콘텐츠 성공 전략의 한 케이스로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앞으로도 거론될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두 집단은 영화적 재미에서 충돌한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만듦새가 어떠하든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의 싸움이다. 결국 팬들도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치밀하지 못한 완성도는 인정하고 있는 꼴이다.
한국영화 시장은 멀티플렉스 극장이 배급시장을 점령하면서 거대기업이 투자 배급 시장을 장악한 기형적 구조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1300여개 스크린에서 하루 평균 6700회 이상 상영 중 이다. 별다른 경쟁작이 없는 시점에 엄청난 스크린 점유율로 이뤄낸 오명을 받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물론 지난해 ‘광해, 왕이 된 남자’ ‘도둑들’ 비롯해 ‘아바타’와 ‘트랜스포머’ ‘아이언맨’ 시리즈 등도 받던 문제점이다. 그래도 이들 영화는 ‘재미’에 대한 논쟁이 붙지는 않았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받는 양극단의 평가. 그 가운데 묘하게 중첩된 ‘재미’란 코드. 그리고 이상 기류에 가까운 흥행 성적. 웹툰이란 콘텐츠 활용의 좋은 케이스가 아닌 철저히 계획된 나쁜 선례가 되지 않기만을 바란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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