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는 전직 손보협회 부회장이 대리점협회장으로
보험대리점들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보험대리점협회가 사실은 손해·생명보험협회로부터 예산을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는 이미 수년 전부터 연간 약 3억원 가량을 보험대리점협회에 지원하고 있다. 또한 보험대리점협회는 최근 생명보험 GA 등으로 외연을 넓히면서, 생명보험협회에도 3억원의 예산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생보협회 역시 이를 지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대리점 업계와 보험사는 사업 파트너 관계이기는 하지만 이해관계는 판이하게 다르다.
예를 들어 보험사는 보험대리점이 모집한 보험물건에 대해 더 적은 모집수수료를 적용하고 싶어하기 마련이지만 반대로 보험대리점은 더 많은 수수료를 원한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갑-을’로 따지면 보험사가 갑이고 대리점이 을인 셈. 따라서 대리점에게 보험사는 파트너이자 상황에 따라서는 일종의 ‘투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보험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생명·손해보험협회가 보험대리점의 이익단체인 대리점협회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이상한’ 거래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손보협회에서 방카슈랑스 확대 등 다른 업권과 충돌이 생길 때마다 설계사들을 동원하는데 이를 위해 관리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 아니겠냐”며 “실제로 그렇게 큰 돈이 지원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협회는 그 돈을 지급해도 회원사들에게 그 명목을 들이대며 다시 받으면 되니까 별로 큰돈이라는 생각도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시각은 대리점업계도 마찬가지다.
한 중견 GA업체 관계자는 “솔직히 GA들은 보험대리점협회 스스로를 하나의 이익단체로 보고 아무 기대도 안 한다”며 “대리점협회라는 간판만 내걸었지 금융감독원이나 보험협회의 하청을 받아서 대리점을 관리하는 조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에는 과거 손해보험협회 부회장을 지냈던 이춘근 씨가 보험대리점협회장으로 선임됐는데, 이를 생·손보협회와 대리점협회의 ‘이상한’ 관계를 반증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GA업계 관계자는 “요즘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모피아들과 다를 것이 없다”며 “보험유관기관 노조들은 이제 모피아 기관장이 내려와도 비난할 자격이 없어졌다”고까지 했다.
한편 이런 논란에 대해 대리점협회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방지 교육이나 대리점 관리 업무 등 생명·손해보험협회와 함께 일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받는 것”이라며 “생명·손해보험협회 모두 3억원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고 사안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손보협회 관계자도 “보험대리점협회에 예산이 지원되는 건 그쪽 재정이 열악한 것을 감안해 파트너십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라며 별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별 다른 규정도 없이 이해관계가 판이하게 다른 두 조직이 벌이는 ‘이상한 거래’를, 이들에게 회비를 내는 보험사와 보험대리점들, 그리고 감독당국이 납득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최광호 기자 ho@
뉴스웨이 최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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