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 부동산뱅크 팀장
1989년 서울에 집중된 인구를 분산하기 위해 시작된 1기 신도시 사업으로 일산신도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뒤를 이어 원당, 행신 등 위성도시가 탄생하면서 서민 핵심 주거지로 떠올랐다.
특히 경기도 서북권역은 남북관계가 좋았던 지난 참여정부 당시 주택호황기와 맞물리면서 파주 등 북한과 인접한 지역 개발도 부추겼다.
부동산뱅크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4년 3월 참여정부 시절 고양시와 파주시 아파트는 각각 735개 단지 15만9760가구, 134개 단지 2만5051가구였다.
현재 고양시는 926개 단지 19만2074가구, 파주시 297개 단지 5만9177가구로, 두 지역을 합하면 354개 단지 6만6440가구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경기도가 2913개 단지 55만1557가구(6189개 단지 133만1614가구→9102개 단지 188만3171가구)가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경기도에서 늘어난 물량의 12%를 고양시와 파주시가 차지했다.
문제는 2기 신도시, 보금자리주택지구, 경제자유구역 등이 생겨나면서 공급량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됐다는 데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까지 겪으면서 수도권 부동산 거품이 꺼졌다. 여기에 MB정권이 들어서면서 남북관계는 악화하고, 경기도 서북권 주택시장은 점점 깊은 불황으로 빠져들었다.
미분양이 늘어갔고, 개발을 진행 중이던 택지지구도 지연되거나 취소될 위기에 봉착했다. 일산신도시, 원당지구 등 구도심에서 불던 재건축·재개발 사업도 구역해제 등 절차를 받고 있다.
집값 하락도 가팔랐다. 지난 2007년 고점을 찍은 이후 현재까지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 집값은 -11.16%(3.3㎡당 939만→835만원) 하락했다.
일산신도시는 -18.20%(3.3㎡당 1217만→985만원), 파주신도시는 -16.55%(3.3㎡당 1005만→850만원) 하락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가 -2.86%(3.3㎡당 886만→878만원)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5배 이상 떨어진 수치다.
서북권 미분양 물량은 2873가구 정도다. 입주 후 미분양인 물량까지 합하면 수치는 더 늘어난다. 이처럼 서북권 시장은 경기불황, 공급량 증가 등으로 가격 하락과 미분양 주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분양가다. 건설사로서는 호황기 토지를 비싸게 산 탓이라고 하지만 분양가와 주변 시세를 비교하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고양시 덕이동 아이파크 역시 공급 152㎡가 6억8000만원 선, 탄현동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131㎡가 7억2000만원 선에 분양됐다. 탄현동 시세가 큰마을대림·현대 195㎡ 3억2000만원 선, 일산임광진흥아파트 153㎡ 3억3000만원 선으로 분양가보다 두 배 이상 저렴하다.
이처럼 주변 시세보다 너무 높은 책정된 분양가는 수요자의 발길을 돌리게 한다. 물론 새 아파트가 커뮤니티, 다양한 옵션을 내걸어 차별화를 강조한다지만 정도라는 게 있다.
학군, 역세권, 대형 상점, 쇼핑, 공원, 도로교통 등 인프라가 큰 차이가 없어서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새 아파트를 살 매력도도 떨어진다.
앞으로 서북권시장 불황은 지속할 전망이다. 수도권 가격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상황에서 베드타운인 고양시나 파주시까지 이동할 수요자는 드물다. 여기에 새 아파트 분양가가 서울 내 아파트보다 비싸기까지 하다.
정책도 받쳐주질 않는다. 양도세는 2년 보유만 해도 비과세를 받을 수 있고, 대출금리가 낮아도 자금이 너무 많이 든다는 단점은 없어지지 않는다.
또 수도권 주변에 보금자리주택, 마곡지구, 별내지구, 위례신도시 등 경기도 서북권보다 입지가 뛰어난 주거지역이 계속해서 생겨난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선 자족도시로의 변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 충청북도 오송생명과학단지는 주거+일자리의 자족도시로 조성되면서 집값이 올랐다. 지난 2010년 완공된 후 충청북도 청원군 오송읍 내 아파트 가격상승률은 132%였다.
지난 2011년부터는 매년 평균 7%씩 집값이 올랐다. 앞으로 경기도 서북권 도시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뉴스웨이 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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