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봉 후 꽤 시간이 지난 뒤 그를 만났다. 중국 내 3대 메이저스튜디오 중 한 곳인 화이브라더스가 ‘미스터 고’에 거액의 투자를 했단다. 중국 내 5000개에 가까운 스크린에서 ‘미스터 고’가 상영 중이다. 한국 영화로는 첫 와이드 릴리즈 방식 개봉이다. 이어 아시아권 전역에서 순차적으로 개봉 준비 중이다. 공교롭게도 한국 내 성적은 아직 그 파괴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습과 여러 완성도 높은 한국영화들이 대거 개봉해 경쟁작들이 많다.
김 감독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면서 “어차피 판단은 관객들의 몫이다. 난 이미 내 모든 역량을 집중해 만들어 냈다. 더 이상의 퀄리티는 없다. 결과에 상관없이 대 만족이다”고 웃었다.
의외로 ‘미스터 고’에 대한 안티도 많다. 정말 의외다. 그건 아무래도 김용화란 이름 때문일 것이다. 그가 전작에서 보여 준 아기자기한 밀도의 얘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스터 고’가 그 밀도를 무시한 것은 아니다.
그는 “전문가(평론가, 기자)와 일반 관객들의 시각적 차이 때문 아닐까”라며 “전문가 분들은 눈에 필터링을 치고 보는 분들이다.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 관객들의 모니터링이나 반응을 보면 내 영화 가운데 최고다. 난 관객 분들이 보고 행복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며 일부의 부정적 평가를 일축했다.
일부 평가로만 시선을 옮겨 봤다. 악당 림 샤오강(김희원)이 너무 착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성충수(성동일)가 개과천선하는 부분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말도 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정말 착한 악당과 그보다 더 나쁜 사람의 얘기랄까”라며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성충수가 개과천선을 했다고? 그럼 림 샤오강이 아주 악랄한 악당으로 더 그려졌어야 한다고? 난 지금의 버전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는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링링’이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보다도 못한 인간들의 얘기라고 생각하면 좀 이해가 될까. 무조건 주인공은 ‘링링’이다”면서 “뭐 재미로만 봐줘도 난 만족한다. 내 영화의 가장 기본 목적은 재미다”고 웃었다.
그 재미를 놓고 보자면 꽤 ‘미스터 고’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한국영화에서 미지의 영역으로 불린 그것을 일궈낸 첫 번째 영화다. 우선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 그 고릴라가 진짜인 것처럼 스크린에서 돌아다닌다. 더군다나 그 고릴라가 연기를 한다. 그것만으로도 ‘미스터 고’의 러닝타임은 ‘흥미’와 ‘신기’의 연속이다.
김 감독은 “국내에선 워낙 기사를 통해 많이 보도돼 ‘링링’이 CG라는 걸 다 알고 계시지 않나”라면서도 “하지만 중국에선 진짜 ‘고릴라’로 보는 분들도 많다. ‘대체 어떻게 고릴라를 조련해서 연기를 시켰냐’며 놀라는 관객들이 있더라”고 웃었다.
그만큼 ‘미스터 고’의 CG 퀄리티는 할리우드의 그것을 능가한다. ‘링링’을 본 할리우드 관계자들조차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고 하니 말 다한 것 아닌가. 김 감독은 “동물의 털(Fur)을 구현하는 기술은 전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김 감독은 ‘미스터 고’를 위해 자체 스튜디오(제작사)인 ‘덱스터’를 설립했다. 한 번은 ‘링링’을 만들기 위해 할리우드 영화 ‘트랜스포머’ 기술자를 국내로 초청한 적이 있단다. 그 기술자가 덱스터의 VFX(시각효과) 아티스트들의 결과물을 본 뒤 “대체 나보고 뭘 가르치라는 것이냐”며 고개를 저었단 일화를 소개했다. 김 감독은 “우리 회사 직원들의 미래를 넘어 한국영화 산업의 주춧돌 같은 인력들이다”면서 “정말 그들의 미래가 어떨지 너무 궁금하다”고 금세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김용화 만큼 실패를 모른 채 승승장구해온 감독도 드물다. 아마 전무후무한 감독이 될 듯하다. ‘야구하는 고릴라’란 기본 콘셉트 하나만으로 250억 원이란 돈이 모여 그에게 시쳇말로 ‘신나게 놀 무대’를 만들어 줬다. 그의 ‘감’과 ‘실력’이 그만큼 믿음직스럽기 때문이란 말도 된다.
그 믿음은 그를 롤 모델로 삼는 예비 감독 지망생들에게로 간다. 그의 학교(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후배들도 많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김 감독은 “솔직히 감독이란 직업, 정말 추천해 주고 싶지 않다. 너무 힘들다”면서 “작품을 끝낼 때 마다 수명이 갉아 먹히는 느낌이다”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내 “즐거운 발상이 현실로 이뤄지는 점만 들자면 감독만한 직업이 또 있을까 한다. 꿈을 만들어 내는 직업 말이다”며 웃었다.
감독 김용화, 그와 마주했던 한 시간. 네버랜드의 영원한 대장 피터팬이 아마도 그와 같지 않았을까. 그냥 막연히 떠오른 기억이다. 그 막연함 조차 김용화의 힘 아닐까.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cine517@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