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투자유치시 먹튀 우려 수면위로···국내 업체 인수 필요성 제기돼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한동안 삼성전자와 애플 양강의 독주체제가 이어졌지만 구글과 MS가 전통의 휴대전화 제조사인 모토로라와 노키아를 각각 인수하면서 격랑속으로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삼성, 애플, 구글, MS 등 ‘빅4’ 체제가 굳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2, 3위 업체인 LG전자와 팬택으로서는 소용돌이치는 스마트폰 업계에서 견디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력을 갖춘 LG전자보다 힘겹게 회사 정상화를 향해 가고 있는 팬택에게는 더욱 힘든 여정이 될 수 있다.
팬택의 박 부회장이 물러난 것도 이 같은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박 부회장은 실적부진과 건강악화 등을 이유로 사퇴를 결심했지만 실질적으로는 30일자로 전체 직원의 3분의1에 달하는 800명을 유급휴직 형태로 인력조정한데 따른 책임감에서 스스로 물러나기로 결심했다.
팬택의 인력조정은 사업 축소를 의미한다. 당분간 팬택은 세계시장보다는 내수 시장에 집중하며 체력을 키우는데 집중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는 선두업체에 제품을 납품하는 방식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박 부회장은 노키아 등에 제품 공급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팬택이 해외자본으로 넘어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미 퀄컴은 팬택의 1대주주다. 퀄컴은 박병엽 부회장의 존재 때문에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아 왔지만 앞으로의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는 중국으로 넘어가는 경우다. 중국의 레노버, 화웨이 등은 세계시장으로 불리는 내수를 등에 업고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선진시장에 진출하기에는 아직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팬택의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등에 업으면 삼성과 LG 등 국내 업체를 위협할 수 있다.
실제 팬택은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업체로 꼽힌다. 최근 애플이 아이폰5S에 지문인식 방식을 도입했지만 팬택은 이보다 한달 이상 빨리 지문인식 기능을 담은 베가 LTE-A를 출시했다. LG전자가 G2를 출시하고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후면 버튼 방식도 팬택에 한참 뒤진 기술이다.
이밖에도 팬택은 모션 인식 등 세계 최초 타이틀을 적지 않게 보유하고 있다. 자금력에서 선두업체들에 밀리면서 경쟁에서 뒤쳐졌지만 기술에서는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에 팬택에 군침을 흘리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팬택의 3대 주주인 삼성전자의 역할이 주목을 받는다. 삼성전자는 팬택의 지분을 인수한데 이어 자체 유통망을 활용해 팬택의 제품을 판매 중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저가 제품이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팬택을 인수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꾀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의 팬택 인수를 내다보기도 한다. 과거 팬택은 SK텔레콤으로부터 SK텔레시스(스카이)를 인수하면서 LG전자를 제치고 국내 휴대전화 2위까지 치고 오른 바 있다. 그러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이 동시에 구속된 상황에서 SK그룹이 대형 인수합병에 나서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이미 팬택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막대한 현금보유로 인수여력도 충분한 상황”이라며 “중국 업체들이 팬택을 노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국내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내기업이 인수하는 것이 바람하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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