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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 “사람들이 왜 날 괴물로 보는지 모르겠지만”

[인터뷰] 김기덕 감독 “사람들이 왜 날 괴물로 보는지 모르겠지만”

등록 2013.11.05 18:47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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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DB뉴스웨이 DB

김기덕 감독이 6일 개봉을 앞둔 ‘붉은 가족’에 대해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붉은 가족’은 김 감독이 제작한 영화로, 행복한 가족으로 보이지만 하루하루 죽음의 공포 속에 살아가는 고정간첩 가족의 얘기를 그린다.

5일 김 감독은 서면을 통해 “남북이 화해하고 평화 통일을 위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자신이 제작한 또 다른 영화 ‘풍산개’에 이어 ‘붉은 가족’을 통해 “남북의 모습을 보다 냉정하게 보고 싶었다”는 뜻을 전했다.

김 감독은 자신이 연출을 하지 않고 후배 감독을 통해 ‘붉은 가족’을 완성한 것에 대해서 “내가 연출을 맡으면 메시지 중심으로 흘러 무거워 질 것이다”면서 “보다 젊은 감독이 만들어 가볍고 상쾌한 느낌이 났으면 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김기덕 감독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붉은 가족’의 각본을 쓰고 제작까지 한 이유는?
“아버지가 육이오 전쟁에서 총알을 수 발 맞고 전역하셔서, 한 인간으로서 아무것도 못해보시고 약으로 사시며 늘 빨갱이에 대한 분노로 치를 떨다 돌아가셨습니다. 어릴 때는 그 분노가 우리를 향해 폭력으로 행사되었기에 저는 아버지가 너무 무서웠습니다. 제가 만든 ‘수취인불명’에 아버지 캐릭터와 저의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나이가 들어서야 아버지의 고통이 바로 한반도의 고통으로 이해됐습니다. 그래서 남북이 화해하고 평화 통일을 위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풍산개’에 이어 ‘붉은 가족’을 통해 우리 남북의 모습을 냉정하게 보고 싶었습니다.”

▲ 왜 신인감독에게 연출을 맡기는지?
“제가 해도 좋지만 ‘영화는 영화다’ ‘풍산개’ ‘붉은 가족’은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만 있으면 다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하면 너무 메시지 중심이라 무거운데, 젊은 신인감독의 장점을 살려 좀 더 건강하고 상쾌하게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 자신의 각본으로 연출된 작품에 대한 만족도는 어떠한가?
“‘영화는 영화다’의 경우 감독이 시나리오를 100% 살리면서 더 섬세하고 유쾌하게 만들었고, ‘풍산개’는 시나리오를 100% 살리면서 어느 정도 나온 거 같고, ‘배우는 배우다’는 시나리오의 50% 정도가 적용 되었지만 감독의 또 다른 장점이 잘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회가 되면 ‘배우는 배우다’는 다시 원작 시나리오 그대로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붉은 가족’은 시나리오를 100% 적용하면서도 감독의 독창적인 철학이 잘 녹아들었고 웃음과 감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지속해서 신인 감독들을 양산하는 이유는?
“제가 생각하는 시나리오나 영화는 기존 충무로 영화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투자, 제작, 배급, 극장이 하나의 회사가 주체가 되니 영화가 수입을 목적으로만 하고, 새롭지 않고 어디선가 본 듯한 영화들이 배우만 바뀌어 흥행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작은 시장이나마 새로운 영화를 바이러스처럼 확산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 시나리오로 데뷔한 신인 감독이 두 번째 영화도 제 시나리오로 하는 것은 반대입니다. 그렇게 배운 연출력으로 자기 창작 시나리오로 진짜 감독이 되길 바랍니다.”

▲ 극장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개봉날짜를 결정한 이유는?
“도쿄에서 배우들과 함께 시기를 의논했고, 개봉을 더 늦추지 않고 11월 6일 같은 남북 영화인 ‘동창생’같이 비교하며 개봉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침 도쿄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관객상을 받고 자신감을 얻어 직접 배급에 나서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기자 관객 시사를 하면서 더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많은 일본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묘한 감정이었는데 한국 일반시사도 같은 반응이 나와서 극장만 생기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 전국 8개관에서 개봉하게 된 소감은?
“현재 영화를 보고 자발적으로 전국 8개 극장이 상영을 결정했습니다. 더 생기면 좋겠지만 일단 이 극장만이라도 관객들이 채워줘야 극장이 유지될 것입니다. 새로운 개봉방식을 고민 중인데 지금 잡힌 극장에서 수익이 생기면 그 돈으로 극장 객석을 사서 더 많은 관객이 보도록 릴레이식으로 상영관을 늘리고 싶습니다. 관객의 힘으로 극장을 늘리고 그래서 극장도 거부감 없이 동참하게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상영관을 10개, 20개, 100개까지 늘려 관객도 극장도 서로 좋은 결과를 얻게 하고 싶습니다. 메이저가 운용하는 멀티플렉스지만 관객이 극장을 채우고 관객의 증가로 극장을 내어 준다면 정말 좋은 사례가 아니겠습니까? 영화의 가치로 관객의 요구로 극장에서 승부하고 싶습니다. ‘붉은 가족’은 충분히 그런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 IPTV 등 온라인 동시 개봉은 진행되는가?

“애초 나서는 극장이 없다는 판단에 극장을 하나 사고, 이와 함께 온라인 동시개봉을 하려고 했는데 기적같이 8개의 극장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일단 동시 개봉은 하지 않는 것이 관을 내어준 극장에 예의라고 생각해 추후로 보류했습니다.”

▲ 언론시사회를 통해 유사 소재 영화 ‘동창생’을 언급한 이유는?
“오래 전 남북 영화들이 기획될 때 ‘풍산개’를 썼고, 이 때 여러 가지 말 못할 상처를 입었습니다. 메이저를 수입과 관객 수로는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은밀하게 위대하게’ ‘동창생’ ‘용의자’ 등 남북 영화가 기획될 때 독하게 마음먹고 ‘붉은 가족’의 시나리오를 삼일 만에 썼습니다. 유명배우, 거대 제작비 등 많은 영화의 가치 요소가 있겠지만 ‘붉은 가족’은 1억짜리 열정으로 똘똘 뭉친 영화입니다. ‘붉은 가족’은 영화 속 의미와 재미의 가치로 다른 남북 영화를 이길 수 있다고 믿습니다. ‘동창생’은 극장 수나 관객 수에서 ‘붉은 가족’의 천 배는 넘을 것이지만, ‘붉은 가족’이 더 좋은 영화로만 기억되면 만족합니다. 저는 선의의 경쟁이라고 믿습니다.”

▲ 차기 연출 작품은 무엇인가?
“뭔가 하고 있기는 합니다. 몇 개의 소재 중에 저도 어디로 튈지 모르고, 국내 흥행을 기대는 영화가 아니니 요란할 필요도 없고 그냥 조용히 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영화 ‘뫼비우스’를 개봉하며 놀랐습니다. 관객도 적었지만 제 영화 중 관객점수가 최악이고 영화에 분노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 점에서 참 흥미롭게도 뭔가 새로운 사실을 알았고 한국 사회를 감싼 정체를 정확하게 보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뫼비우스’는 영화 한편이 아니라 중요한 연구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간 제 영화에 지나친 환상을 가진 분들도 ‘뫼비우스’가 많이 정리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보다 좀더 자유롭게 하고 싶은 영화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 앞으로의 행보
“우선 ‘붉은 가족’ 다음으로 제 각본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부산영화제에서 공개된 여성 감독 문시현의 ‘신의 선물’입니다. 아기가 필요 없는 여자와 아기가 필요한 여자의 만남을 다룬 영화로 산에 들어가 아기를 낳을 때까지 두 여자가 빚어내는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부산에서 상영됐는데 ‘붉은 가족’처럼 김기덕 영화 같지 않고 따뜻하고 감동적인 영화라는 평을 들었습니다. 왜 사람들은 저를 괴물로 보는지 모르지만 저는 제 영화 전부 인간의 슬픔과 아픔을 고백하는 따뜻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알게 될 것입니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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