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열린 내란음모 사건 8차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국정원이 8월 28일 이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하게 된 경위와 사건 핵심인 5.12 모임의 성격에 대해 집중 신문했다.
◇ 국정원 수사관이 “내란음모 공개하자” 설득 = 변호인단은 “국정원이 사건을 터뜨릴 시점을 미리 알려줬느냐”고 물었다.
제보자 이모 씨는 “(압수수색) 며칠 전에 들었다”며 “국정원 댓글 사건도 있는 이 시기에 이렇게 (공개수사) 하는 게 맞겠느냐고 물었지만 국정원 수사관은 ‘그럼 언제 하나. 내년에 선거고, 이번 사건이 중요하니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이씨는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이 아닌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할 계획인 것을 공개수사 전환하고서 알았다”고도 했다.
국정원의 내란음모 사건 공개수사 전환 당시 대선 댓글 의혹에 대한 검·경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그간 진보진영에서는 국정원이 댓글 의혹을 덮기 위한 국면 전환용으로 내란음모 사건을 조작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5·12 강연, 변호인 “반전 성격” vs 제보자 “내란공모한 자리” = 변호인단은 핵심 사건인 5.12 강연의 성격을 놓고 제보자와 설전을 벌였다.
먼저 변호인단은 지난 5월 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마리스타교육수사회 교육관 집회 강연내용이 전쟁반대를 위한 모임이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에 제보자 이모씨는 “모임 수준이나 상태가 그런(평화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며 “모임을 주도한 조직원들은 매뉴얼이나 지침이 하달되면 그대로 하겠다, ‘명령만 주십시오’라고 요구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변호인단은 “녹취내용 들어보면 모임 중 참가자들은 30차례(녹취록에는 26차례) 웃고 떠드는 등 매우 소란스러웠다”며 “일부는 졸기도 하고 분위기가 다소 자유로웠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이씨는 “강연 내용 중 웃기는 얘기가 나오면 웃기는 했지만 대체로 엄숙한 분위기였고 많은 웃음이 나오지는 않았다”며 “조는 사람도 보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 변호인단 “제보자 상상으로 만들어진 RO” = 변호인단은 “국정원이 작성한 영장에는 RO 중앙위원회가 존재하다가 검찰 공소장에는 빠져 있다”며 “증인은 중앙팀은 권역별 토론에 등장하지 않는데 ‘RO가 권역별로 조직화돼 있다. 우위영 (이석기 의원)보좌관과 CNP 직원 등이 중앙팀이다’고 주장한 근거가 무엇이냐”고 추궁했다.
이씨는 “2011년 왕재산 사건 때 홍순석 피고인이 ‘중앙위원회도 없는 허술한 조직이야’라고 하길래 우리는(RO는) 중앙팀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우 보좌관 정도면 지도 성원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돼서 그리 진술했다”고 답했다.
또 변호인단은 “제보자가 국정원에서 ‘RO 조직원들의 백두산 김일성 유적지 방문’이라고 주장한 여행이 경기중서부 진보연대가 계획했고, 참가자 60여명 가운데 부부, 고등학생, 정신지체 장애인 등도 다수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씨는 “진보연대서 계획한지 몰랐다. (다양한 참가자도) 참여 안 해서 모른다”며 “홍순석 피고인으로부터 ‘주체사상과 김일성 얘기 들어도 무리가 없는 사람들이 가는 여행’이라고 들어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고 진술했다”고 답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백두산 관광에서 가장 대표적인 코스고 윤동주 시인이 나온 중학교 등을 다녀온 것인데 ‘김일성 항일무장투쟁 유적지’는 도대체 어느 장소를 가리키는 것이냐”고 추궁했다.
이씨는 “이런 일정(인지) 사전에 몰랐다”고 얼버무렸다.
한편 재판부는 7차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검은 우산으로 제보자 이씨를 가리고 입장시켰고 증인석과 피고인석 사이에 가림막 2개를 설치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증언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핵심이라고 판단, 26일 오후 2시에 직권으로 이씨를 한 차례 더 불러 검찰과 변호인단에게 추가신문 기회를 1시간씩 더 주기로 했다. 이어 2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수사관 문모 씨도 다시 불러 증인신문 한다.
연합뉴스
뉴스웨이 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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