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견 거절·한정 잇따르며 퇴출 속도 가속화장외시장 K-OTC 유동성 부족으로 회수 우려

상장폐지 대상이 돼서 가장 당혹스러운 건 해당 기업에 투자한 소액주주일 테다. 회사 내부 사정과 자금 흐름을 파악하고 있어 상장폐지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경영진들과 달리, 소액주주들은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매우 한정적이다. 공시와 IR 소통, 연대 대표를 통한 경영진과의 대화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없다. 심각한 정보 비대칭 속에서 최근 빨라진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절차에 소액주주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대통령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운영하던 모두의광장에는 상장폐지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소액주주들의 글이 다수 올라왔을 정도다.
상장폐지 기조가 강화된 건 올해부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그간 국내 증시가 시장 전반의 효율성보다 개별 기업, 투자자의 피해가 강조되며 요건과 절차가 과도하게 완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증시 진입과 퇴출에 관여하는 한국거래소의 역할이 확대된 셈이다.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요건 강화 작업에 힘을 쏟고 있고, 시장에선 부실기업 퇴출이라는 긍정적 반응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증시에서 퇴출한 상장사들은 장외시장으로 보내 거래할 수 있게 하겠다지만 소액주주들에게 위안이 되지 않는다. 정보 비대칭을 근간으로 삼는 소액주주 피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금융투자협회는 K-OTC 시장 내 '상장폐지지정기업부'를 내년에 신설해 상장폐지 주식의 거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K-OTC는 유동성 저조라는 고질적 문제를 안고 있다. K-OTC의 연중 최저 일일 거래액은 7억원(4월 11일)에 불과하고, 최고 일일 거래액도 59억원(7월 23일)으로 거래 규모 자체가 저조하다.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유동성과 비교할 수준이 안 된다. 물론 정리매매 후 주식을 시장에서 아예 거래할 수 없는 현 제도보다는 낫다.
현재로선 상장폐지에 따른 소액주주 보호 조치는 너무나 미흡하다. 곧 증시 퇴출을 앞둔 상장사의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상장폐지 과정에서 회사든 한국거래소든 투자자들에게 공식적인 설명을 해주는 절차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상장폐지에 이르는 과정에서 일방적인 공시와 민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답답함을 느낀다는 하소연으로 들렸다. 기업과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은 우리 증시의 뿌리 깊은 문제지만, 어쩌면 투자금 회수가 요원할 수 있는 상장폐지에서만큼은 해소돼야 맞다.

뉴스웨이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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