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은 23일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현대·기아차 하반기 해외 법인장 회의를 주재했다. 60여명의 임원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정 회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연초 생산·판매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에 대해 노고를 치하하고 연말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690만대를 판매해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6% 늘었다. 지금의 판매 페이스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현대·기아차는 올해 목표로 정했던 741만대를 넘어 최소 75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 회장은 “새해는 세계 자동차시장이 금융위기의 영향에서 벗어나 성장 국면에 접어드는 시기”라며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생산과 판매 전 부문이 기본으로 돌아가 기초역량을 탄탄하게 다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특히 내년에 현대차 신형 쏘나타와 기아차 신형 쏘렌토·카니발 등 관심도 높은 신차가 연이어 출시되는 만큼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신차 마케팅과 글로벌 이미지 제고 활동 강화에 신경을 써달라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환율 변동과 미국의 통화 정책 변동 등 각 지역별 시장의 환경 변화 요인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며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정몽구 회장이 해외 사업에 유독 신경을 쓰는 이유는 따로 있다. 현대·기아차의 최근 실적에서 해외 판매의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1월까지 현대·기아차는 국내 시장에서 101만대를 판매하는데 그쳤지만 해외시장에서는 국내 판매량의 5배가 넘는 590만대의 완성차를 팔았다. 국내 판매량은 3.1% 줄어든 반면 해외 판매량은 7.8% 늘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의 새해 글로벌 경영 환경은 낙관적이지 않다. 해외 시장 수요가 늘고 경쟁 구도도 격화되고 있지만 정작 현대·기아차의 판매 성장세는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발표한 새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규모는 올해보다 4.1%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긍정적인 시장 환경의 변화를 타고 각 메이커 간 판매 경쟁도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엔저 역풍’을 등에 업은 일본 브랜드와 구조조정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유럽 브랜드는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새해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불어닥친 원-달러 환율 약세 문제와 수입차들의 국내 시장 공세를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새해 경영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5년간 유로화 약세 효과를 누린 독일차 브랜드들이 내년 한-EU 자유무역협정 관세 인하 혜택을 타고 더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며 “현대·기아차가 새해를 잘 버텨내려면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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