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경영권 전쟁]대표적인 기업인 형제 수식어는 옛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984년 고 금호 박인천 창업주가 타계한 뒤 형제 경영의 전통이 이어졌다. 65세가 되면 자연스럽게 동생에게 경영권을 물려준다는 것이 형제 경영의 룰이었다. 장남 고 박성용 전 명예회장과 차남 고 박정구 전 회장은 이 전통을 그대로 지켰다.
그러나 형제 경영의 전통은 30년을 채 못 넘기고 끝났다. 박삼구-박찬구 형제는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경영 현안을 두고 여러 차례 갈등했다. 갈등의 단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잇단 인수·합병(M&A)에서 시작됐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2006년과 2008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 M&A 시장에 나온 대어들을 잇달아 낚으면서 재계 10위권의 거대 재벌로 성장했다.
그러나 외형 확장에 무리한 나머지 그룹의 재무 건전성은 악화됐고 이것이 형제간 감정의 골을 깊어지게 한 원인의 일부가 됐다.
2009년 금호아시아나에 유동성 위기가 찾아오자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화를 지키기 위해 계열 분리를 추진했다. 박찬구 회장은 아들 박준경 당시 부장과 함께 금호석화 지분을 집중적으로 사들였고 박삼구 회장도 이에 질세라 금호석화 지분을 추격 매집했다.
결국 박삼구 회장은 동생을 회장직에서 해임하고 본인도 2선으로 물러나는 ‘동반 퇴진’ 카드를 꺼냈다. 2010년 채권단의 중재로 박삼구 회장은 금호아시아나 회장으로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화 회장으로 복귀해 ‘1차 형제의 난’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2011년 갈등은 재발됐다.
금호석화가 공정거래위원회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금호아시아나 계열사에서 빼달라고 말하자 한 달 뒤 검찰이 금호석화 본사에 들이닥쳤다. 박찬구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하고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이후 형제간에 위증과 사기 혐의로 고소 고발이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 1월 16일 법원이 박찬구 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미공개 정보 활용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면서 형제간 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지난 3일 금호아시아나 측이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 A씨와 금호아시아나 회장실 보안용역직원 B씨를 방실 침입과 배임수증죄 혐의로 고소하면서 형제간 갈등은 3라운드로 치닫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A씨가 B씨를 포섭해 박삼구 회장 개인 비서의 서류를 무단으로 훔치고 이를 악의적으로 퍼뜨리는데 활용했다”고 주장했고 금호석화 측은 “회사 측에서 서류 절취를 사주한 적이 없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두 형제의 화해가 현세에서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마지막 남은 극적 반전의 계기는 남아 있다. 올해가 창업주 금호의 30주기라는 점 때문이다. 따라서 금호의 기일인 오는 6월 15일 형제가 극적 화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망하고 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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