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의 법칙’은 한국 영화 시장에선 결코 보기 힘들고 만들어 지기도 힘든 40대 여성 3명을 전면에 내세웠다. 사실 주인공들의 성별 연령대는 우리 영화 시장에선 이른바 제껴두는 관심 밖 소외계층이다. 무슨 말이냐면 이렇다. 저출산시대 그리고 맞벌이가 당연시되는 지금의 사회에서 40대 여성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누군가의 엄마 혹은 누구의 아내로만 존재하게 된다. 일주일에 한 번 혹은 한 달 그것도 아니면 일 년에 한 번 극장가기 힘들 정도로 육아와 가정에만 올인 한 채 지내는 여성들이 40대의 엄마이고 아내다.
‘관능의 법칙’은 영화 관람료 1만 원의 수요 대상에서조차 제외되는 서글픈 40대 여성들의 이른바 자아 찾기 프로젝트다. 대상은 40대 여성들이라면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3가지 유형으로 나눠진다. 직장에선 능력을 인정받지만 사랑에선 항상 낙오인 신혜(엄정화), 무엇하나 부족한 것 없는 결혼 생활을 남편과의 잠자리로 채우려는 미연, 싱글맘으로서 제2의 러브스토리를 꿈꾸는 해영(조민수)은 한 번쯤은 고민하고 앓았을 이 시대 40대 여성의 모습이다. 그 고민과 앓음의 원인은 아마도 사랑이지 않을까.
과거 TV 드라마를 통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웹툰 작가 강풀 작품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도 나온다. 남자 특히 여자는 젊어서도 늙어서도 여자라고. 이들은 각자의 사랑을 다른 방식으로 확인하고 그 안에서 존재 가치를 스스로 느끼고 싶어 한다. 연인의 결별 선언 뒤 연하 남자를 통해 겪는 격정의 로맨스를 통해 섹시함의 40대 여성도 있다고 영화는 얘기한다. 남편과의 부부관계를 먼저 요구하는 당당한 모습을 통해 40대의 과감함과 도발적인 모습도 말한다. 싱글맘의 우울함은 없이 남자친구와의 달콤한 로맨스를 통해 40대의 순수함도 아직은 간직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그렇게 ‘관능의 법칙’은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는 40대 여성들의 갖가지 고민과 그 고민의 색깔처럼 다를 수밖에 없는 ‘묘한 법칙’ 속 관능의 모습에 주목한다.
결국 ‘관능의 법칙’은 수학 공식의 딱 떨어지는 해답이 아닌,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느끼는 당사자의 감정 속에서 ‘관능’이 어떤 식으로 변하고 또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솔직하게 그려간다.
물론 그 관능의 사전적 의미 ‘섹시’ 또는 ‘도발적 매력’으로만 영화는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때론 한가로운 낮 카페에서 마주 앉아 브런치를 함께하며 수다를 떠는 모습을 통해 누군가의 엄마 그리고 누군가의 아내로 이름을 잃고 살아가는 40대 여성들이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통해 잠시나마 되찾은 ‘여유’를 영화는 중간 중간 보여준다. 그 여유가 없어 잃어버린 관능을 영화는 잠시나마 ‘혹시 이것이 아니었나. 당신에게 필요한 그것이’라며 되묻고 있는 듯 했다.
그렇게 ‘관능의 법칙’은 우리가 알고 있는 ‘관능’의 도식적이고 옹졸한 ‘19금’의 관념을 보기 좋게 깨버린다. 그래서 누군가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자신의 여인을 가둬버린 사회의 구조와 남자의 편견이 ‘관능의 법칙’ 속 해답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다. 여성에게 추천하지만 그보다 남성들의 필수 관람 영화로 더욱 강추하고 싶은 이유다.
엄정화의 섹시함과 문소리의 솔직함 그리고 조민수의 사랑스러움이 러닝타임 동안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싱글즈’의 10년 후 버전이라면 이럴까”란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권칠인 감독은 자신의 전작 ‘싱글즈’의 아우라를 ‘관능의 법칙’ 속에 맛깔스런 느낌으로 녹여냈다.
‘관능’이란 단어보단 ‘법칙’이란 말에 주목하고 본다면 이 영화의 참 맛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 수 있다. 개봉은 13일.
김재범 기자 cine517@
관련태그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cine517@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