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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감독 “‘끝까지 간다’ 극찬? 당분간은 즐겨도 되겠죠?”

[인터뷰] 김성훈 감독 “‘끝까지 간다’ 극찬? 당분간은 즐겨도 되겠죠?”

등록 2014.05.21 15:07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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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이 감독, 이름 한 번 참 흔하다. 우선 포털사이트에 이름을 검색하면 같은 이름의 영화 감독이 자신을 포함해 3명이나 나온다. 하지만 진짜 자신을 흔한 감독으로 만들 뻔한 경험은 2006년도에 있었던 일이다. 야심차게 준비한 데뷔작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데뷔작의 처참한 실패로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될 뻔했다. 충무로에선 흔한 일이다. 그렇게 이 감독도 ‘흔하게’ 사라질 뻔한 감독이 되는 줄 알았다. 물론 이젠 지나간 일이지만 말이다. 영화 ‘끝까지 간다’를 쓰고 연출한 김성훈 감독 얘기다. 김 감독은 무려 7년 반 동안 ‘야인’으로 지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데뷔작의 쓰디 쓴 기억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라며 ‘씩’하고 한 번 웃는다. 꾹 눌러쓴 모자 밑에서 수줍게 웃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우선 이젠 그럴일 없게 생겼다. 지난 14일 개막한 제67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감독 주간’에 ‘끝까지 간다’가 초청됐기 때문이다. 반응은? 문자 그대로 폭발적이다.

김성훈 감독과는 칸 영화제 참석을 위해 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 전에 만났다. 앞서 국내 언론시사회 후 반응도 상당했다. 이전 ‘역린’이나 ‘표적’ 등 화제작이 개봉하면서 ‘끝까지 간다’는 상대적으로 기대감이 적었던 게 사실이다. 이선균 조진웅 등이 출연하지만 티켓 파워면에선 주목도가 분명히 떨어졌다. 더욱이 감독인 김성훈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감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그래서일까. 우선 까다롭기로 유명한 국내 영화 담당 기자들의 반응이 폭발했다.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너무들 칭찬만 해주시니 솔직히 겁도 나고 있어요. 이미 한 차례 너무 큰 실패를 경험해서 지금 잠깐의 칭찬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기대도 안하고 있어요. 그냥 지금 생각은 ‘내가 그래도 내 의도를 다 담기는 했구나’란 생각 정도. 전 이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지금도 빈틈이 많이 보여요. 하지만 칭찬을 해주시니 ‘최소한 막 만들지는 않았구나’란 생각에 안도감이 들어요.”

사실 ‘끝까지 간다’는 원제가 ‘무덤까지 간다’ 였다. 중간에 제목이 바뀌게 됐다. 몇 년 전 국내 개봉한 코미디 영화와 비슷한 늬앙스가 풍긴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영화 장르 역시 ‘스피드한 액션’인 점을 고려했다. 투자 배급사인 쇼박스 측과 회의를 거듭한 끝에 제목이 변경됐다. 바뀐 제목이 지금의 결과물과 너무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처음 이 영화의 시작이 궁금했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제가 7년 반이나 공백기가 있었잖아요.(웃음) 2008년으로 기억하는 데 집에서 스페인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귀향’이란 영화를 보고 있었어요. 그 영화에서 아주 간단한 설정이 나와요. 한 강변에 시체를 숨기는 장면인데, 그냥 별 생각이 다 들었죠. ‘강변인데 물 때문에 시체가 썪지는 않을까’ ‘물이 넘치면 시체가 있다는 게 금방 탄로 날텐데’ 등등. 몇 가지가 떠올라 노트에 좀 끄적여 봤죠. 나라면 저 시체를 어떻게 할까. 거기서부터 꼬리를 물고 얘기가 이어진 게 지금의 결과물이에요.”

데뷔작의 쓰디 쓴 실패 후 떠오른 아이디어를 갈고 닦았다. 시체에 대한 모티브로 시작한 얘기는 한국적인 정서에 맞게 구성됐다. 배경이 추가되고 설정을 조정하면서 얘기의 틀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까지 간다’의 핵심이자 방점인 ‘속도’가 더해졌다. 다시 말하지만 ‘끝까지 간다’는 한국 영화 사상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그 속도가 재미까지 갖췄으니 금상첨화다.

“사실 주변에서 이 정도의 속도에 처음에는 반대가 많았어요. 얘기를 풀어가는 데 인물에 대한 배경도 있어야 하고 아픔의 과정도 그렇고, 사건에 대한 감정도 담아야 하고. 그런데 전 그 모든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재미만 있다면 관객들이 배제된 모든 얘기를 따라오지 않을까하고. 인물을 끊임없이 절박한 상황에 던지고 그가 대하는 태도와 관객을 설득시키는 과정 등에 약간의 감정 이입 장치를 넣고. 물론 이 모든 과정을 너무 속도에만 치중하면 관객들이 질리거나 따라오지 못한다고 판단했죠. 긴장의 수위나 배우의 표현 강도를 정말 많이 고민하면서 찍었어요. 얘기하니깐 정말 어려운 영화 같네요(웃음)”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엄청난 영화적 속도를 감안해 김 감독은 관객을 배려한 한 가지 장치를 생각해 냈다. ‘끝까지 간다’는 영화 시작과 함께 약 2분 정도 누군가 무덤을 파는 듯한 장면이 스크린을 채운다. 그 장면과 함께 출연배우와 스태프의 크래딧이 그리고 타이틀이 등장한다. 전부 계산에 넣었던 이유가 있는 장면이라고.

“언론시사회 전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 시사회가 있었어요. 극장에 가면 좀 늦게 들어오시는 분도 계시고 그러잖아요. 화장실도 다녀오시고 음료수나 팝콘을 사가지고 오시는 분도 계시고, 그런데 영화 시작 후 5분 정도 지나고 들어오신 몇 몇 분들이 잠시 후 나가시는 거에요. 이유를 알아보니 스토리를 따라가기 힘들다고 하시더라구요. 너무 빠르다고.(웃음). 사실 ‘끝까지 간다’가 초반 5분을 보지 못하면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힘들긴 해요. 그래서 앞에 타이틀 시퀀스를 만들어서 붙여봤죠. 좀 늦게 오시더라도 편하게 즐기시라고.”

처음부터 끝까지 김 감독의 치밀한 계산이 ‘끝까지 간다’에는 들어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그래서 이선균과 조진웅의 연기가 그 어느 때보다 힘이 느껴지고 대단하다는 찬사를 받는 중이다. 칸 영화제에서 공식 상영 뒤에도 두 배우에 대한 현지 언론의 극찬이 쏟아졌다. 우선 이선균에 대한 느낌을 물었다.

“선균씨가 처음에는 캐스팅 제의에 의문부터 품었죠. 왜 자기냐고. 사실 주변에서도 그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영화의 색깔과 이선균이란 배우의 색깔이 그렇게 매치가 되지 않는다고. 그런데 전 이선균이어야 한다고 확신했죠. 우선 이선균이 연기한 ‘고건수’란 인물이 나쁜놈인데 나쁜놈이 아니에요. 관객들에게 연민과 동정을 불러일으켜야 해요. 이선균에게 그런 점이 전 분명히 보였어요. 장례식 장면을 찍은 뒤 촬영 감독이 저한테 와서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우더라구요. 그때 내 확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알게 됐죠.”

하지만 ‘끝까지 간다’의 진짜 핵심 동력은 ‘진짜’ 악역 박창민을 연기한 조진웅의 존재감이다. ‘끝까지 간다’에서 조진웅은 진짜 ‘괴물’ 같은 모습으로 나온다. 엄청난 덩치에서 뿜어내는 아우라와 물리적인 파워는 한국영화에서 지금껏 본적 없는 ‘악인 중에 악인’이다. 이른바 ‘스타일리시 악인’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 냈다.

“혹시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데 고민이네요. 박창민이란 인물은 영화 시작 후 거의 중간에 도착해서야 등장해요. 첫 등장이 정말 중요했죠. 어떤 압도감이 있어야 한다고 느꼈구요. 악역에 대한 연구도 많이 했어요. 박창민이란 인물을 보면 솔직히 너무 영화적이잖아요. 무엇보다 출연 분량도 적어요. 어떤 임팩트가 필요했어요. 우선 진웅씨가 거구잖아요.(웃음) 거기에 창민이란 인물은 겉으로는 극악무도함이 드러나지 않지만 잠재된 악행의 끝이 드러나야 되죠. 속은 뜨겁고 겉은 얼음처럼 차가운 인물? 진웅씨의 얼굴에서 딱 드러났죠, 힘을 안주고 대사를 토해내도 엄청난 위압감이 드는 연기. 딱 조진웅이었어요.”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끝까지 간다’의 백미는 바로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아파트 격투 시퀀스다. 이 장면에서 이선균과 조진웅은 실제로 치고받았다. 영화 제목처럼 ‘끝까지 가는’ 격투신을 선보인다. 김 감독은 무술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장면을 전달했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하나 였다고. 김 감독은 “무술 감독님이 ‘그러면 선균씨가 진짜 맞아야 되요’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실제로 이 장면에서 이선균은 조진웅에게 정말 엄청나게 얻어 맞았다.

“정말 심혈을 기울인 장면이에요. 소품 하나까지 신경을 썼던 장면이구요. 건수는 창민을 향해 감정을 폭발시키지만 창민은 건수를 갖고 노는 장면이에요. 어떻게 보면 두 사람 모두 감정이 끝까지 오른 상태에서 링에 오른 거죠. 문제는 ‘합’(액션에서 서로 동작을 맞추는 것)이 들어가니 가짜 같았어요. 그래서 처음과 끝만 정하고 배우들한테 완전히 일임했죠.”

111분 동안 쉼없이 달린 ‘끝까지 간다’는 21일 현재 칸 국제영화제에서 전 세계 영화 관계자들에게 극찬 세례를 받고 있다. 상식적으로 칸 영화제는 작품성과 예술성이 겸비된 작품들이 주로 초청되는 영화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끝까지 간다’는 완벽한 상업영화다. 김성훈 감독도 농담 삼아 ‘우리 영화는 그냥 재미만 추구한다’고 말할 정도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처음 편집할 때 칸 영화제 초청 소식을 듣고 ‘거기도 미달이 있는거에요’라고 했다니까요.(웃음). 대체 이 영화가 왜 초청을? 정말 황당했죠. 지금도 그렇지만 영화를 만들면서 단 1초도 해외 영화제 출품 그것도 칸 영화제에 갈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안했어요. 지금도 꿈 같고 거길 가도 꿈같을 거고, 다녀와서도 꿈일 것 같아요.”

한국, 그리고 전 세계 영화인들이 모인 칸 영화제에서도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7년 반 동안의 절치부심이 빛을 보는 것이라고 느끼고 싶었다. 김 감독은 “흥행? 그런 것은 사실 생각도 안해봤다”며 손사래다.

“칸 영화제를 발판으로 다음 작품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단 칸 영화제가 다음 작품을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게는 해주겠죠. 고맙죠. 지금도 그래요.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조금은 아주 조금은 현실이 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이제 걸음마를 띈 것 같아요. 누워있다고 엎드리게 됐고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걷게 됐잖아요. 당분간은 다른 것 생각안하고 걸어다녀보고 싶어요.”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첫 작품이 마지막 작품이 되는 충무로의 수많은 감독들이 있다. 지금 이 순간도 데뷔작의 쓴 실패를 맛보고 꿈을 접는 감독들이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 가고 있다. 하지만 ‘끝까지 가보면’ 무언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이 그것을 완벽하게 증명했다. 오죽하면 영화 제목이 ‘끝까지 간다’이겠나. 김성훈 감독의 끝은 아직 멀고도 멀었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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