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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우는 남자’ 속 울다가 실신할 뻔 하기도 여러 번”

[인터뷰] 김민희 “‘우는 남자’ 속 울다가 실신할 뻔 하기도 여러 번”

등록 2014.06.12 12:57

김재범

  기자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저씨’를 만든 이정범 감독에게 여배우는 좀 낯선 존재다. 그가 만들고 또 그 안에서 말하는 얘기의 주체는 항상 남자였다. 물론 ‘아저씨’에선 ‘김새론’이란 걸출한 소녀가 여배우의 역할을 담당했지만, 주체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제목 자체가 ‘아저씨’이지 않았나. 이 감독의 신작 ‘우는 남자’ 역시 남자 얘기다. 오죽하면 제목에 조차 ‘남자’란 단어가 들어가겠나. 그래서 김민희란 걸출한 여배우가 ‘마초’ 속에서 어떤 존재감을 펼쳐낼지가 궁금했다. 아니 사실 이정범이란 감독이 김민희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더 궁금했단 게 정확할 듯하다. 이에 대한 대답은 당사자인 김민희에게 듣는 게 가장 확실할 것 같았다.

‘우는 남자’ 개봉을 며칠 앞두고 만난 김민희는 특유의 발랄함이 가득했다. ‘화차’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여성, ‘연애의 온도’에선 연기인지 실제인지를 분간키 어려울 정도의 또래 여성의 연애 심리를 그려낸 김민희다. 이번 ‘우는 남자’에선 딸을 잃은 ‘모성’을 연기한단다. 배우에게 연기의 폭을 제한하는 것 마냥 어리섞은 게 없지만 김민희에게 모성이라니. 이미 30대 중반에 가까운 나이지만 김민희는 영원한 ‘톡톡 튀는’의 대명사 아닌가.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걱정이랄까. 뭐랄까. 좀 복잡한 기분이었어요. 우선 ‘우는 남자’ 속 최모경이란 인물은 내 경험을 살려 만들 수 있는 역할이 아니잖아요. 엄마에요. 난 처녀고(웃음). 글쎄 뭐랄까, 전 그래요. 상상하면서 만들어 내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재미가 있더라구요. ‘화차’도 그랬고 ‘연애의 온도’역시 그랬고. ‘우는 남자’의 모경은 모든 것을 잃은 여자에요. 삶도 희망도. 그냥 살아도 산 게 아닌 그냥 죽은 듯한 사람. 억누르고 표현하지 않는 인물. 때론 차갑고. 그렇게 생각하며 만들어 갔어요.”

김민희의 대표성은 앞서 언급한 ‘톡톡 튀는’ 느낌이다. 하지만 ‘우는 남자’에선 감정의 기복 없이 어둡고 음습한 기운으로 끝까지 끌고 간다. 김민희는 ‘최모경’의 그런 점에 끌렸단다. 자신에겐 없던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엄마’란 점은 더욱 그를 끌어 당겼다고.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좀 전에도 말했지만, 제가 느껴봤던 감정은 아니잖아요. 모성이란게. 하지만 모성도 전 인간의 감정 중 하나이기 때문에 특별할 것은 없다 생각했어요. 뭐 느껴보지 못했기에 제가 만들어 내는 캐릭터의 방식으로 모경을 이해하는 게 솔직히 쉽지는 않았죠. 쉽지 않다 보니 감정을 끌고 가는 체력적 소모도 컸어요. 가끔씩 촬영이 늦춰질 때 그 톤을 잃어버릴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감독님이 배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제가 다시 그걸 잡을 수 있게.”

제목이 ‘우는 남자’이지만, 사실 배우들에겐 ‘우는 여자’라고 해야 맞을 듯하다. 김민희는 촬영 내내 울고 또 울었다. 한 번은 너무 울다가 탈진해 쓰러진 적도 있었단다. 그럼에도 김민희는 악바리 같은 근성을 발휘했다. “이 감독이 너무 몰아세웠던 것 같다”고 묻자 “절대 아니다”고 손사래다.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감독님은 한 마디로 ‘연기파’이세요. 보통 감독님들은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주시고 카메라 뒤 모니터에 앉아서 전체적인 그림을 보시고 오케이 사인을 내리시잖아요. 이정범 감독님은 절대 안그러세요. 제가 힘들고 지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저 뒤에서 정말 안절부절 못하시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시면서 고통스러워하세요. 한 번은 저보다도 너무 힘들어 하셔서 그러지 말라고 말씀드렸는데도 배우들의 고통을 잘 못보세요. 모든 촬영이 끝나고 ‘한 번 안아보자’며 절 포근하게 안아 주시는 데 굉장히 마음이 따뜻한 분이구나란 감정이 전해 올 정도였어요.”

그의 말을 듣자면 촬영 현장은 정말 힘들고 고통스럽고 어두침침했을 것 같다. 김민희도 “영화가 그렇게 밝은 느낌은 아니잖나”라며 피식 웃는다. 하지만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현장은 ‘홍일점’ 김민희에겐 가장 따뜻한 곳이었다. 그 안에서 김민희는 마음껏 자신을 달궜다. 한 없이 차가운 모경에서 벌겋게 달아오른 엄마 모경까지.

“저 연기 정말 잘하고 싶고 잘했단 소리 듣고 싶어요. 연기 할 때만큼은 제가 생각해도 전 저 자신에게 많이 엄격해요. 그 순간만큼은 그냥 ‘잘할 수 있다’는 생각만 해요. ‘우는 남자’ 시나리오도 그랬어요. 모경이란 인물이 그냥 묻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잘하면 분명 어떤 지점이 보일 것이라 생각했죠. 분명 출연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그건 잠깐이었어요. 그냥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솟아 올라왔죠(웃음).”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그의 연기적 욕심에 칭찬을 쏟아냈다. 사실 ‘우는 남자’ 속 최모경은 개봉 후 가장 돋보이는 ‘느와르’ 속 여성 캐릭터로 평가 받고 있다. 더욱이 그 역할이 김민희란 배우였기에 살아 숨쉬며 스크린을 장식했을 것이다. ‘화차’와 ‘연애의 온도’를 거치며 어떤 지점을 관통해 낸 그는 분명 이런 칭찬을 받아 마땅한 배우다. 그와 함께 한 장동건도 인정한 포텐이다.

“아우, 그렇게 말씀하시면 또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칭찬 듣고 싶다고 했는데 막상 듣고 나면 되게 민망해요. 배우들이 다 그렇지 않을까요. 현장에서 감독님의 ‘오케이’ 사인 소리를 듣고 나면 어떤 힘이 생겨서 불끈해요. ‘내가 잘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드는 거죠. 막연히 머릿속에서 그린 그림이 정답이라는 거잖아요. 물론 그런 칭찬이 올 때마다 책임감은 더욱 커지죠.”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장동건과의 호흡도 호기심을 당겼다. 조각 같은 외모는 둘째고, 대한민국 연예계 최고 ‘젠틀가이’가 극찬한 김민희 아닌가. 또 한 번의 칭찬에 김민희는 ‘아이고 정말’이라며 손부채를 날린다. 장동건은 ‘우는 남자’를 통해 “김민희가 알에서 깨어났다”고 평가했다.

“아이고 선배님도 참, 대체 그 놈에 알은 몇 번을 깨야 하는지(웃음). 동건 선배님과의 호흡? 영화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번 영화에선 딱 한 번 만나요. 호흡이랄 것도 없어요. 사실(웃음). 뭐 하지만 현장에선 내내 함께 있었죠. 감정적인 부분을 공유하고 있었기에 저도 그랬고 선배님도 그랬고 서로에게 많은 부분 도움을 줬다고 생각해요. 뭐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선배님과 진한 멜로 연기도 하고 싶은데, 기회가 올까 모르겠네요(웃음)”

그는 마지막으로 ‘제2의 아저씨’라고 부르는 대중들의 평가에 조금은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같은 감독의 작품이지만 하고자 하는 얘기와 캐릭터의 근본 그리고 서사의 구조 등 모든 것이 새로운 틀 안에서 움직이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김민희는 “보시고 나면 분명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살짝 웃었다.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1999년 잡지 모델로 데뷔한 김민희, 그리고 30대 중반에 들어서는 데뷔 16년 차의 여배우 김민희, 그녀의 ‘배우 온도’는 아직도 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우는 남자’가 그것을 확실히 증명하고 있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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