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아닌 프랑스어 대사로 이뤄진 이번 ‘미녀와 야수’는 원작에 기반을 둔 첫 실사화다. 1946년 장 콕도 감독이 만든 실사 ‘미녀와 야수’ 그리고 1991년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건드리지 않았던 야수의 탄생 스토리에 더욱 깊숙이 들어간다.
‘미녀와 야수’의 기본적인 스토리는 고전 혹은 아동용 동화를 통해서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얘기다. 하지만 12일 오후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 ‘미녀와 야수’는 앞서 언급한 두 작품이 생략한 공간을 촘촘히 채웠다. 그리스 로마 신화 중 신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해 인간들을 유혹하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기본으로, 황금 사슴과 숲의 요정 그리고 용맹하던 성주, 여기에 약속이란 장치가 더해져 비극적인 야수의 탄생 과정을 그린다.
이 모든 과정은 주인공 벨(레아 세이두)과 야수(뱅상 카셀)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시공간의 연출 속에서 좀 더 드라마틱하게 그려졌다. 벨이 야수의 성에 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되는 스토리의 시작도 그 어떤 버전보다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단 한 송이의 장미 때문에 야수와 만나게 된 벨과 그 장미로 인해 모든 것을 꿰뚫어 본 야수의 시선, 여기에 핏빛보다 진한 장미의 색깔은 ‘미녀와 야수’가 가진 비극에 대한 반어적 상징처럼 불안하게 다가온다.
사실 이번 ‘미녀와 야수’에 있어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은 미술적인 부분이다. 제작진은 나폴레옹이 황제로 있던 제1 재정시대와 르네상스 시대를 콘셉트로 두 가지 셋트를 만들어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창조해 냈다. 놀라운 점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공간이 CG가 아닌 실제 제작된 세트란 사실이다.
‘야수’ 역을 맡은 프랑스의 국민배우 뱅상 카셀은 영화 전체 가운데 무려 3분2에 해당하는 시간 동안 두터운 야수의 의상과 특수 라텍스 수트를 입고 연기를 했다. 때문에 촬영 기간 동안 무려 10kg이나 체중이 감소했다고. 두꺼운 야수의 마스크 속에서도 우수에 찬 눈빛은 뱅상 카셀의 그것을 너무도 쏙 빼닮아 경이로울 정도다.
국내에선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킬러로 등장해 강한 인상을 남긴 레아 세이두는 이번 ‘미녀와 야수’를 통해 순수와 관능, 그리고 고전의 매혹 그리고 무심한 듯 내뱉는 프랑스어 대사가 더해지면서 이제껏 스크린에서 본 적 없는 새로운 여성을 창조해 냈다.
액자식 구성으로 이뤄진 ‘미녀와 야수’의 스토리는 시작 그리고 끝을 맺는 순간 존재하지 않는 공간 속에서의 환상적인 여행을 한 듯한 착각을 관객들에게 전해 준다. ‘초대형 판타지 로맨스’란 타이틀이 ‘미녀와 야수’에겐 너무도 작게 느껴진다. 개봉은 오는 19일.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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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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