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누진세 강화해야” vs “공세 위한 이론 아냐”···경제전문가 의견도 엇갈려
피케티 이론의 기본적인 핵심은 간단하다. 자본을 활용해 발생하는 자본수익이 노동과 산출을 통한 경제성장보다 높고 그 차이가 벌어질수록 불평등이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여야 간 쟁점인 증세 논란에 따라 미묘한 입장 차이가 감지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피케티를 ‘무기’ 삼아 적극적인 공세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소득불평등의 정도가 서유럽이나 일본 등지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피케티의 발언을 인용해 정부의 최근 증세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한편 부자 누진세 확대를 주장했다.
우윤근 정책위의장은 “현 정부는 독점을 고치기보다 고착화시키고 있다”며 “해법은 누진적 소득세율 인상을 회복하고 자본세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가 “현재 세계적으로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피케티의 주장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지만 야당이 이를 공세의 근거로 삼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당의 한 재선의원은 “분명 의미가 있는 이론이지만 경제학계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등 비판적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이론의 취사선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더욱 첨예하게 갈린다.
이인영 새정치연합 의원이 6일 국회에서 개최한 ‘피케티 충격과 한국경제’ 세미나에 참석한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의 정체, 소득의 집중 강화, 인구 정체는 부의 집중을 강화시킬 것”이라며 대체로 피케티 이론에 우호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능력주의 원칙과 민주적 통제를 위해서는 자산가치 상승과 부의 집중이 강화되는 것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며 “소득세 누진성을 강화하고 자본소득 및 자산보유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조찬수 강남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피케티는 불평등이라는 현상에 대한 역사적 추세분석을 바탕으로 자본주의를 설명하고 있다”며 “근로소득보다 자본으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이 크고 능력보다 태생이 중요해지는 ‘과거가 미래를 지배하는 체제’가 이 시대 자본주의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김시원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경제의 불평등 원인과 사례를 통계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 불평등의 배경으로 ▲OECD 최악 수준의 자살률·노인빈곤율 ▲34개국 중 6위의 소득불평등 수준과 4위의 비정규직 비중 ▲GDP대비 사회보장 지출비율 꼴찌 ▲노령층 사회보장 지출비율 OECD 평균의 3분의1 등 대기업·부유층 조세혜택 강화 등을 꼽았다.
하지만 반대 입장을 나타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에서 활동했던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피케티 열풍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자신의 저서 ‘한국 자본주의’에서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웃돈다는 피케티 이론의 핵심 근거는 한국 상황에 맞지 않다”며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은 자본축적 시기가 길지 않아 자본수익률보다 경제성장률이 높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식, 예금, 채권, 부동산 등을 모두 포함해 자본수익률을 계산했기 때문에 피케티 자본론을 한국사회에 적용할 때도 이를 모두 포함해 자본수익률을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진권 자유경제원장도 한 토론회에서 “소득불평등 지표는 사회 구성원들 간의 상대소득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고 절대 소득수준 변화와는 무관하다”며 “피케티의 이론은 한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제 철학”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모두 다 똑같이 잘 살 수 없기 때문에 상대소득 문제는 경제가 발전해도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에서는 소득 평균이 아닌 빈곤 해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창희 기자 allnewguy@
문혜원 기자 haewoni88@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