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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 “콩 세쪽만 먹으며 체중감량···내 안에 보이첵 느낀다”

[NW인터뷰] 김다현 “콩 세쪽만 먹으며 체중감량···내 안에 보이첵 느낀다”

등록 2014.10.29 11:39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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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끝나면 건강검진을 받아봐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점점 보이첵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껴요”

그렇게 김다현은 ‘보이첵’이 되어 있었다.

최근 뮤지컬 ‘보이첵’(연출 윤호진) 막을 올린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만난 뮤지컬 배우 김다현은 쾡한 눈빛, 창백한 피부, 앙상해진 몰골로 기자를 맞이했다.

그는 ‘꽃다현’ 이라는 별명만큼 훤칠한 키에 훈훈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전형적인 미남 배우다. 하지만 그는 사회적 소외자나 소수자 역할에 꾸준히 도전하며 배우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테두리를 깨고자 도전을 거듭하는 데뷔 11년차 베테랑 배우다.

김다현 / 사진 = LG아트센터 김다현 / 사진 = LG아트센터


◆ 완두콩 세 쪽만 먹으며 ‘보이첵’ 처절함 극대화

독일 작가 게오르그 뷔히너의 ‘보이체크’가 원작인 뮤지컬 ‘보이첵’은 8년 여의 준비를 거쳐 2014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뮤지컬로 제작됐다. LG 아트센터와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셜이 공동 제작한 ‘보이첵’의 주인공에 김다현이 이름을 올렸다.

보이첵은 가난한 형편으로 돈을 벌기 위해 생체 실험에 자원해 완두콩 몇 쪽만 먹으며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스트레스의 한계를 시험하는 마루타가 된다. 실험이 진행될 수록 환청, 환각 등의 증세를 보이던 도중 중대장과 아내 마리가 부정을 저지른 사실을 알고 그녀를 죽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김다현은 ‘보이첵’ 공연을 앞두고 배역에 자신을 온전히 내던졌다. 앙상하고 초췌한 얼굴로 김다현은 “최근 들어 조금 혈색이 돌아왔어요”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다이어트를 심하게 했느냐고 묻자 그는 “공연에 올라가기 전, 문득 극중 보이첵처럼 실제로 콩 세쪽만 먹으며 살아가면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했어요”고 운을 떼며 “그런 변화를 느끼고자, 또 그에 따른 배역의 감정을 느끼고자 콩만 먹으며 지냈죠”고 답했다. 그제서야 앙상한 그의 몰골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일종의 실험인 셈이다. 흔히 무대 혹은 방송을 앞두고 다이어트를 감행, 더 멋있어 보이고 돋보이고자 함이 아니다. 김다현은 실제 보이첵과 같은 상황 놓였을 때 어떻게 되는지 본인에 실험한 것.

“식욕 억제시 따라오는 스트레스와 몸의 반응이 궁금했어요. 급격한 체중 감소와 함께 면역력이 저하되고 기억력도 떨어지더라고요.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체력도 떨어졌어요. 보이첵도 마찬가지였겠죠. 그런 신체적, 정신적 상황에서 다가왔을 충격으로 인해 정신 분열과 망상 증상들이 닥쳐왔으리라 생각되요”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그에게 물었더니 그는 의외로 뿌듯하다는 미소를 보이며 “자연스레 작품에 몰두했던 거 같아요. 그러다보니 배역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죠. 또 배역에 빠져있으니까 식욕이 느껴지지 않았을 뿐더러 먹고 싶거나 땡기는 것도 없었어요”라고 설명했다.

김다현 / 사진 = LG아트센터 김다현 / 사진 = LG아트센터


부조리하고 그로테스크한 작품을 뮤지컬로 옮겨오면서, 음악이 그 어두움을 희석시킨다. 그러면서 배역의 슬픔을 극대화 시킨다. 연기하는 배우들이 걱정됐다. 배역의 감정선과 시종일관 함께하는 김다현은 여운이 상당히 많이 남는 작품이라고 보이첵을 평했다.

“공연 끝나고 분장실에 들어오면 보이첵의 여운이 상당히 많이 남아 있어요. 오죽하면 퇴근길에 팬들에게 양해를 구해요. 퇴근길에 팬들을 못 볼 정도로 멍하거든요. 팬들도 충분히 이해해요. 얼마 전에 공연 끝나고 싸인회에 팬들이 눈물을 훔치시더라고요. 팬들이 싸인회 하면서 눈물 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 보이첵으로 이끄는 힘? 배우들의 정신력

“식욕을 채우지 못하니까 다른 욕구를 통해 채울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오히려 무기력감이 크게 와닿았어요. 아마 작품과 배역에 몰두해 있어서 정신력으로 이겨냈던 거 같은데, 보이첵도 그랬을 거라고 이해하게 됐어요. 보이첵 역시 아들과 부인을 위해 생채실험의 대상이 되고, 그 목표를 위해 집중하는 강한 의지가 있잖아요. 인간의 강한 의지는 어떤 것도 이겨낼 수 있구나 깨달았죠. 내 몸은 여기저기에서 아프다고 소리치는데, 정신력이 그걸 누르더라고요. 마치 아무렇지 않다고 느껴졌으니까요”

그의 표정이 온전히 보이첵을 담아내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다소 위험한 연기적 접근은 아닐까? 김다현은 “인간 김다현에게는 정신적, 육체적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좋다고 할 수 없지만, 배우 김다현에게는 좋다. 스스로 점점 더 보이첵이 되어가고 있구나 느낀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뮤지컬 ‘보이첵’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뮤지컬 넘버다. 영국의 언더그라운드 밴드 ‘싱잉로인즈’가 작곡을 맡았다. 싱잉로인즈는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저녁에서는 작은 규모의 펍(PUB)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무명 밴드다.

리더 크리스 브로더릭이 극본을 맡았으며, 브로더릭과 함께 롭 셰퍼드는 음악을 만들었다. 싱잉로인즈 밴드가 완성시킨 뮤지컬 넘버는 서정적 선율이 바탕이 됐다. 기교를 가미해 불러야 하는 화려한 넘버가 아니라 대사를 노래처럼 만들어 감정의 디테일이 요구된다.

“단순한 코드의 전개로 넘버가 시작되지만 서정적 감성이 가미돼있고, 말하듯이 노래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해요. 요새 뮤지컬 넘버들은 오페라처럼 아리아 곡이 많잖아요. 그런데 ‘보이첵’ 뮤지컬 넘버는 말하고자 하는 말에 음가를 붙인 곡이 주를 이뤄 말하듯이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어요. 기존에 듣던 넘버들과는 전혀 달라요. 그래서 더 재밌는 거 같아요. ‘보이첵’을 통해 새로운 음악 형식이 탄생한거죠.”

김다현은 말하듯이 노래하는 뮤지컬 넘버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다. 무대에서 김다현이 들려주는 보이첵의 노래는 정말 말하듯이 감정을 꾹꾹 눌러 남은 느낌이 강렬함을 안긴다. 김다현은 “윤호진 선생님의 안목은 탁월하다. 괜히 윤호진 선생님을 신뢰하는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진 = LG 아트센터사진 = LG 아트센터


◆ ‘뮤지컬계의 거장’ 윤호진·김다현, 같은 곳을 바라보다

‘보이첵’의 연출은 뮤지컬 거장 윤호진 연출가가 맡았다. ‘명성황후’ ‘영웅’ 등의 대작을 무대에 올리며 ‘뮤지컬 아버지’라고 불리는 거장이다. 김다현과 윤호진은 대학시절 사제지간으로 만났다. 대학 워크샵 공연인 ‘페임’을 연출하기도 했다.

“윤호진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강했어요. 다른 뮤지컬 공연을 병행하느라 연습에 성실하게 임하지 못해서 늘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서 런스루(처음부터 끝까지 실제 공연처럼 진행하는 연습) 돌 때 대사를 완벽하게 숙지해갔어요. 연습이 끝나고 조용히 다가와 어깨를 툭툭치면서 잘했다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엄지 척’ 하셨어요.(웃음) 그 짧은 순간에 서로 말하지 않아도 공연을 올리는 목표가 같다는 게 마음으로 느껴졌어요. 그 순간 선생님의 미소와 ‘엄지 척’을 잊을 수 없어요. 저에겐 아버지 같은 분이라 의미가 더욱 남달라요”

김다현은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라카지’ ‘M.버터플라이’를 비롯한 화려한 라이선스 뮤지컬부터 ‘해를 품을 달’ 등 다수의 창작뮤지컬에 출연한 바 있다.

김다현은 “뮤지컬 배우로 언제까지 배우 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창작 뮤지컬을 만들어 낸다는게 저한테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후배들과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전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창작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뮤지컬 ‘보이첵’은 뮤지컬 배우 김수용이 김다현과 함께 보이첵을 번갈아 맡으며, 마리 역은 김소향, 군악대장 역은 김법래가 연기한다. 내달 8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이이슬 기자 ssmoly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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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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