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개발 아닌 국책사업···직접적 요인 적어
대세하락기 속 개발사업만으로 견인 어려워
지역상권 “최소한 손님 빠질 걱정덜어 안심”
용산은 강남을 대체할 새로운 중심지로 계획되면서 여러 개발이 예정된 곳이다. 그러나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이런 개발 계획들은 물거품이 된 지 오래다. 이번에는 용산공원 조성 차질이 불가피해졌지만 지역 부동산시장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달 23일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작권 전환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하면서 한미연합사령부가 용산공원 터 중앙에 남게 됐다. 세계적인 공원을 꿈꿨던 계획은 누더기 신세가 될 처지에 놓였다.
한반도에서 전쟁 수행 주체는 법적으로 유엔군사령부지만 이를 위임받은 한미연합사가 실질적인 전작권 행사 주체다. 전작권 환수가 연기하면 전체 용산공원 터의 중간에 있는 연합사도 유지돼 공원은 반쪽 자리가 된다.
실제 용산공원에서 군사시설이 차지하는 면적이 기존 잔류용지를 포함해 17% 정도로 알려졌지만, 실제 공원을 만들며 보안·경계 등을 이유로 공원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땅이 전체의 3분의 1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
부동산시장은 이런 대규모 개발 계획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용산 일대는 과거와 달리 잠잠하다. 아니, 큰 관심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이 일대에서 아파트 분양을 하면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바로 ‘용산공원’ 마케팅이다. 실제 ‘한강·용산공원 동시조망’, ‘한국판 센트럴파크’, ‘친환경 용산공원 단지’ 등은 분양 현장마다 목격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지역 부동산시장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
먼저 대세 하락기 여파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최종적으로 좌초한 용산역세권개발을 지난 서울시장 선거 당시 부활시키려 했으나 지역민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정상화가 힘든 시장 상황을 비춰볼 때 개발 계획 하나만으로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연합사 잔류로 용산공원 자체가 무산한 것도 아닌 만큼, 관심이 덜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다음으로는 개발의 특성이다. 용산공원은 지역개발이 아닌 국가적 조성계획이어서 해당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이 덜 하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용산가족공원을 이용할 수 있어서 계획 수정에 민감하지 않는다는 것.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공원 용지가 줄어들지만 녹지가 충분한 상황이고 국제업무지구 개발 좌초로 용산 지역은 그동안 부동산 가격조정이 충분히 이뤄졌다”며 “연합사 잔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정부의 잇따른 부양책에도 시장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규모이지만 개발 계획 하나만으로 들썩일 상황은 아니다”라며 “현지 분위기를 살펴보니 ‘하든지 말든지’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전했다.
용산 일대 부동산 관계자들 역시 비슷한 반응을 나타냈다.
남영역 인근 A공인 대표는 “지난달 기사를 접하고 내용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가 소소하게 오긴 했지만, 거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며 “용산역세권 개발 좌초 여파인지 대규모 개발에 무감각한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신용산역 인근 B공인 대표도 “용산공원은 국가적 개발이다 보니 지역과 동떨어진 느낌이 있다. 이보다는 용산역 앞 초대형 주상복합에 기대를 거는 눈이 많다”며 “랜드마크가 될 건물이어서 지역 재도약 신호탄으로 인식하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들과 달리 상인 등은 손님 걱정을 덜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삼각지역 인근 식당 김씨(44)는 “경기가 안 좋아서 가뜩이나 매일 손님 걱정을 한다. 점심에는 사람이 좀 있는데, 저녁은 집에 가서 먹는 분위기여서 텅텅 빈다”며 “그나마 미군이 빠지지 않는다고 하니 위안이 된다”고 토로했다.
김지성 기자 kjs@
뉴스웨이 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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