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900원대 진입 초읽기 수출산업 타격 불가피
경제 구조상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엔저로 당장 수출 등 주력산업에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엔저, 대외의존도 높은 韓 타격 = 엔저는 일본 아베 정권의 2년간 유지해 오고 있는 양적완화의 결과물 중 하나다.
시장에 돈다발을 뿌리고 있는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엔화 꾸준히 약세를 보이면서 원엔 환율이 900원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18일 100엔 당 원화 환율이 940원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원엔 환율이 900원을 넘어 800원대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원엔 환율이 더 떨어지면서 800원대의 진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극단적으로 700원대를 기록했던 2005년 상황의 연출도 배제할 수 없다.
2005년 세계 경제 호조로 원화→달러화→엔화 순의 강세가 나타나면서 원-100엔 환율이 700원대까지 하락했었다.
서대일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나타나는 엔화 약세 환경은 미국 경기 회복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2005년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엔저의 지속은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 경제 있어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대일 수출기업들의 피해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코트라는 ‘한일 교역규모 감소에 대한 원인 분석’ 보고서에서 “엔화 약세에 따른 수입수요 감소 및 가격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아베정권 출범 이후 원화는 2012년 연말부터 2014년 10월 현재까지 22.9% 절상되면서 가격경쟁력이 크게 저하돼 수출 감소의 최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2012년 12월 원/100엔 환율은 1282원, 2013년 5월 1083원, 같은해 12월 1000원, 2014년 10월 988원으로 꾸준히 떨어졌다.
서대일 연구원은 “엔화 약세는 국내 성장에 부정적인 변수”라며 “장기적으로 다른 통화에 비해 수출 경쟁력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송경희 우리금융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일본의 추가 통화완화로 엔화 약세가 심화되면서 원/엔 환율 하락 등을 통해 국내 수출 위축 우려가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엔저의 장기화가 사실상 아베 정권의 공격적 양적완화에서 촉발됐다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공개석상에서 이례적으로 초엔저에 대해 비판하고 나설 정도다.
박 대통령은 최근 폐막된 호주 G20정상회의에서 “선진국이 서로 다른 방향의 통화정책을 펴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아베 정권을 겨냥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소비세 인상 후폭풍 탈출구 못찾는 아베 = 엔저가 한국경제를 뒤흔들고 있지만 문제는 일본의 초엔저 정책의 폐기 가능성이 현재 시점으로서 낮다는 점이다.
엔저의 속도 조절을 위해서는 양적완화를 중단하거나 축소해야 하지만 아베 정권에게 이 카드를 쓰기에는 현재의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소비세 인상 이후 아베 정권 예상과 달리 일본 경제가 살아나기는커녕 오히려 추락하고 있어서다.
실제 일본 경제는 소비세 인상 이후 추풍낙엽 신세다.
일본 내각부 등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1.9%(연율 -7.3%)의 마이너스 성장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3분기에도 상황은 크게 반전되지 않았다. 0.4%(연율 -1.6%) 감소한 것이다. 이는 시장 예상치 2.2%(연율) 증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여기에 소비시장도 급랭하면서 개인소비는 전기대비 0.4% 늘어났는데 그쳤고 설비와 주택투자는 각각 -0.2%, -6.7%를 기록하며 추락했다.
아베 정권이 당분간 양적완화를 바탕으로 둔 초엔저의 벼랑 끝 전술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일본이 정책수단으로 엔저를 끌고 갈 수 있을 때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경희 선임연구원은 “원엔의 추가 하락 여지는 있어 앞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정근 학회장은 “일본의 2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의 가장 큰 요인이 소비세 인상이 제대로 걷히지 않으면서 회복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아베 정권이 경제 회복을 위해 엔화를 더 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원엔 환율을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상은 기자 cse@
뉴스웨이 조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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