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의 소설이 원작으로 2002년 출간과 동시에 유럽에서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고, 전 세계 12개국에서 번역돼 출간됐다. 현재까지도 유럽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책으로 꼽이고 국내에서도 가장 많이 팔린 책 가운데 하나다.
영화는 원작의 큰 틀을 유지한 채 약간의 각색이 이뤄졌다. 영국에 살고 있는 정신과 의사 헥터는 무엇하나 빠질 것 없는 남자다. 미모의 애인 클라라와 함께 살고 있다. 그가 엄마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챙겨준다. 자신이 운영하는 정신과 병원에는 환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진료비는 그리 비싸지 않지만 벌이도 괜찮다. 클라라의 친구들과 매일 저녁 모임을 가지며 웃고 떠들고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헥터는 결코 행복하지가 않았다. 아니 행복 자체가 무엇인지를 모르겠다.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상담을 오는 환자들에게 빈 껍질 같은 말만 늘어놓는다고 자책한다. 그리고 결단을 내린 그는 무작정 행복을 찾아 전 세계 여행을 계획한다.
헥터는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북미 대륙까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수첩에 ‘행복’에 대한 것을 기록한다. 아시아의 중국에선 자신의 진심과는 다른 상대방의 마음을 보게 되면서 실망하고 좌절한다. 아프리카에선 우연한 기회에 죽음의 문턱까지 다다르며 자신의 내면속에 숨은 성장하지 못한 소년의 감성으로 인해 공포와 마주한다. 북미 대륙에선 과거 자신의 애인을 만나 ‘만약’이란 판타지 안에서 행복의 실체를 규명하려 애쓴다. 하지만 모든 과정은 헥터에게 눈물과 좌절 그리고 슬픔만을 안겨 줄 뿐이다. 수 많은 관문을 뚫고 혼 헥터의 우유부단함과 성장하지 못한 내면의 망설임은 결국 과거의 애인 아그네스를 통해 깨지고 만다.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를 쫓지 말고 존재하는 너 자신을 보라.”
영화 마지막에 이르러 헥터는 아주 간단한 명제였지마 결코 알 수 없었던 행복의 비밀을 찾게 된다. 티벳의 한 마을 사원에서 만난 고승을 통해 얻었던 힌트는 결국 여행 마지막에서야 해답을 얻게 된다. 화상통화로 고승에게 그 해답을 채점 맞는 헥터의 얼굴 속 환한미소는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행복의 모습 그대로였다.
행복의 실체를 드디어 찾은 헥터. 자신의 꿈속에서 계속 등장하던 스스로의 어린 시절 모습도 마지막에 이르러선 현재의 자신이 돼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영화 ‘꾸베씨의 행복여행’은 그렇게 한 남자의 자아 찾기 여정을 통해 현대인들이 잊고 살아 온 진짜 행복의 의미를 전하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주인공 헥터는 우리에겐 ‘미션 임파서블4: 고스트 프로토콜’에 출연한 영국의 국민 코미디 배우 사이먼 페그가 맡았다. 그의 연기를 통해 그려진 인간미 넘치는 헥터는 바로 당신의 모습처럼 사실감 넘치고 공감대가 높은 인물로 그려진다. 헥터의 애인 클라라는 최근 국내 개봉해 큰 흥행에 성공 중인 ‘나를 찾아줘’ 속 ‘미스터리 우먼’ 역을 연기한 로자먼드 파이크가 맡았다. 애인 헥터의 세계 여행 선언에 불안해하고 여행 중간중간 투정을 부리면서도 마지막 눈물로서 자신의 행복을 헥터에게 요구하는 장면은 가슴 뭉클한 행복감을 전해준다.
이밖에 ‘레옹’으로 유명한 장 르노, ‘님포매니악’의 박사역으로 출연한 스텔란 스카스가드, 걸작 ‘사운드 오브 뮤직’의 트랩 대령역을 연기한 명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헥터의 여행 속 ‘행복’의 키워드를 전하는 인물들로 등장한다.
영화 초반 헥터가 중국 상하이에서 만난 은행가 에드워드(스텔란 스카스가드)의 파티에서 잠시 스친 ‘에드워드의 프랑스 친구’가 이번 영화의 원작인 ‘꾸베씨의 행복여행’의 원작자 프랑수아 클로르란 점은 이 영화의 숨은 재미 가운데 하나다.
자극만을 위한 장르 영화의 물결 속에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분명 쉼표 같은 영화다. 잠시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개봉은 오는 27일.
김재범 기자 cine517@
관련태그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cine517@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