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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이다

[신년기획]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이다

등록 2015.01.05 11:14

수정 2015.01.07 17:20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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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공무원의 하소연자부심 하나로 버텼는데한순간에 죄인으로 낙인일부 잘못 집단매도 안돼

사진=김동민 기자 life@사진=김동민 기자 life@


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이다 기사의 사진

“관피아요? 이제는 내성이 생길법한데 주변에서 관피아의 ‘관’자만 들려도 제 행동을 다시 살피고 있습니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관피아 논란으로 한순간에 죄인이 되니 사기가 저하된 건 사실이죠···”

최근 관피아(관료+마피아)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등 관피아 적폐 척결이 가시화됨에 따라 공무원들이 느끼는 비애다. 공직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술렁이고 있다. 관피아 척결과 더불어 공무원연금개혁, 세종시 이전에 따른 고충 등 이중고,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정부부처 고위 공무원은 “이제는 산하기관이 많은 부처 관료들의 고민이 늘고 있다”며 “퇴직 후 갈 곳이 많아 타 부처 직원들의 부러움을 샀던 호시절은 사라졌다. 가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괜히 골치만 아프다”고 말했다. 한 정부부처 과장급 공무원은 “사실상 빠른 승진은 포기했다”며 “다 포기하고 ‘가늘고 길게 가는’ 전략으로 공직생활을 버텨야겠다는 생각이 후배 공무원들 사이에서 만연해 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정피아(정치인+마피아)’, ‘교피아(교수+ 마피아)’ 등 다른 낙하산 인사에 대한 문제는 무시한 채 공무원들만 쥐잡듯이하는 정부의 행태에 대한 불만도 속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부처 고위 공무원은 “유능하고 경험을 지닌 공무원도 많은데 관피아방지법으로 민간에서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것은 형벌과 다름없다”며 “정피아, 교피아가 비집고 들어서는 것을 내버려두는 것은 이중적인 행태라고 본다. ‘낙하산 인사 근절’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지 특정 집단(관료)만 겨냥한 점은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관피아 방지법’을 제정하면서까지 공무원을 비리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정부부처 B 공무원은 “정부의 업무를 대행하는 공공기관과 공기업도 넓은 의미에서 정부다”며 “퇴직공무원들이 공공기관과 공기업에 재취업해 공직 생활에서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국민에게 정부 서비스를 전달 하는 게 나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관피아로 부르는 것도 맞는 말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도 공직사회의 사기를 더 떨어뜨리고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부처 C 공무원은 “퇴직 후 갈 곳도 없는 마당에 연금까지 줄이겠다고 하는 건 너무하는 처사”라며 “공무원연금 개혁에 동의는 하지만 적은 보수에 연금만 바라봤던 사람은 노후까지 빼앗긴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부처 D 공무원은 “관피아 방지법과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공무원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관피아 논란으로 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연금 삭감 등 민간과 차별화된 혜택이 사라져 공직사회에 입문하는 인재가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공무원들의 세종시 생활에 대한 고달픔과 불만을 한층 커지게 하고 있다. 정부부처 E 공무원은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불편도 감수하고 세종시 자취 생활에 익숙해지는가 싶더니 이제는 관피아로 낙인찍혔다”며 “자부심 하나로 버텨왔는데 ‘헛된 고생’이라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은경 기자 cr21@

뉴스웨이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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