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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이병헌 감독, 이 남자 ‘천재’로 봐야 할 분명한 이유

[인터뷰] ‘스물’ 이병헌 감독, 이 남자 ‘천재’로 봐야 할 분명한 이유

등록 2015.03.31 00:00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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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이름 때문에 ‘이득’을 본 경험이 있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월드스타 이병헌을 기대하고 관심을 갖는단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얼굴을 본 뒤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경험도 있다며 웃었다. 민망한 웃음이라고 하기엔 그의 유머 감각이 분명 스며들어 있는 에피소드 같았다. 최근 개봉 5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00만을 돌파한 영화 ‘스물’은 제작발표회 당시부터 배우보단 연출을 맡은 이병헌 감독에게 언론의 관심이 쏠렸다. 김우빈 이준호(2PM) 강하늘을 한 방에 꺾을 정도로 마성의 매력을 선보인 이병헌 감독. 아직도 온라인에는 ‘스물’의 티저 감독 영상이 공개돼 있다. 발칙함을 넘어 엉뚱함이 도를 넘어선 이 영상 하나로 제작발표회 현장은 초토화됐다. 무대에 오른 그의 모습이 영상 속 이병헌 감독을 넘어서기까지 했다. 하지만 섣부른 예상은 금물이다. 단순하게 이 감독이 ‘오버’스런 성격으로 관심 몰이를 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스물’을 보면 그 생각이 싹 가신다. 이 감독, 분명 ‘천재’ 아니면 ‘천재를 넘어선 그 무엇’이다.

이병헌 감독은 이미 독립영화 ‘힘내세요, 병헌씨’로 첫 데뷔를 했지만, 상업영화로선 ‘스물’이 처음이다. 그리고 이미 여러 화제작의 각색가로 이름을 날린 작가 출신이다.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의 시나리오 각색을 담당하면서 대사가 갖고 있는 리듬감과 이른바 ‘말의 맛’을 내는 혼자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왔다.

[인터뷰] ‘스물’ 이병헌 감독, 이 남자 ‘천재’로 봐야 할 분명한 이유[인터뷰] ‘스물’ 이병헌 감독, 이 남자 ‘천재’로 봐야 할 분명한 이유

“제가 생각하는 말의 맛은 리듬감이라고 생각해요. 언제 어느 때 이런 말을 해야 할까란 점도 분명 있죠. 하지만 그 말을 해야 할때 과연 상대방과의 주고받음에서 한 템포를 쉬어야 할까. 반 템포를 쉬어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두 템포일까. 등등 그 리듬감이 관객들에게 예상 밖의 어떤 카타르시스를 준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스물’에서도 그 점을 최고의 포인트로 잡고 연출에 임했죠.”

그 리듬감은 충무로에 듣도 보도 못한 병맛 코미디 ‘스물’을 만들어 냈다. 사실 ‘스물’은 큰 틀 안에서 별다를 게 없는 코미디 영화다. 스무살의 세 친구가 벌이는 좌충우돌 성장담이다. 누구에게 있었고, 누구에게 올 그 얘기다. 하지만 이 얘기에 관객들이 박수를 치고 폭소를 터트리는 것은 바로 이 감독이 말한 그 리듬감이 주효했을 것이다. 이병헌식 코미디가 탄생한 것이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특별히 웃기겠다고 작정하고 나선 장면은 사실 하나도 없어요. 다만 장면 장면에서 코미디가 있어야 할 부분은 분명 있었죠. 그 장면에서 세 배우들에게 어떤 제약을 둔 것은 전혀 없습니다. 그냥 한 번 ‘놀아봐라’라고 풀어줬어요. 글쎄요. ‘스물’ 자체가 사실 정말 평이할 수도 있어요. 너무 우리 주변에 있는 얘기고. 이걸 어떤 리듬감을 배제하고 나간다면 진짜 지루해지죠. 결국 각각의 신 안에서 비틀고 바꾸고를 어느 정도로 해볼까란 생각에 집중했죠. 절대 웃기자가 아닌 ‘지루함만 빼자’였어요.”

이병헌 감독은 인터뷰 동안 ‘이렇게 재미있는데도 혹시 악평은 없는가’란 질문에 “엄청나다”며 웃었다. 이미 온라인에는 ‘스물’에 대한 입소문을 알 수 있는 쏟아지는 영화팬들의 입소문이 자자하다. 하지만 그는 ‘아직 많이 부족한 영화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미 10년 전에 써 놓은 이 시나리오를 보고 고치고 또 고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어 스크린으로 옮겨 놨지만 그의 눈에는 지금도 ‘부족한 자식’인가 보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아이고 진짜 악평도 수두룩해요(웃음). 지금 생각해보니 초고는 한 10년 전에 썼어요. 진짜 멋모를 때 쓴 건데. 당시 우연한 기회에 이 시나리오를 좋게 보신 제작자 분에 의해 영화화가 진행되기도 했었죠. 그런데 여러 사정으로 중단됐어요. 그리고 최근 다시 제작자 분께서 영화화를 진행하셔서 다듬어 봤죠. 20대의 남자에서 스무살로 좁혀보니 얘기가 좀 되겠더라구요. 제가 겪은 얘기도 있고. 뭐, 보시면 남자분들은 다들 치호(김우빈)나 동우(이준호)나 경재(강하늘) 가운데 한 명 아니었나요? 하하하.”

발군의 글 실력을 자랑하는 이병헌 감독이지만 김우빈 이준호 강하늘의 열연도 빼놓을 수는 없었다. 김우빈에게서 어떻게 저런 모습을 생각했을까. 20대에 이미 성공의 정점을 찍은 이준호를 실패와 낙담의 아이콘으로 만들 생각을 하다니. 엄친아 혹은 ‘우리 선배’ 이미지가 강했던 강하늘에게서 포복절도의 코미디를 뽑아낸 이병헌 감독의 심미안은 어떤 단련을 겪어 온 것일까.

 ‘스물’ 이병헌 감독, 이 남자 ‘천재’로 봐야 할 분명한 이유 기사의 사진

“심미안은 무슨요? 하하하. 세 친구다 정말 제 기대 이상의 200%를 해줬어요.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전 별 다른 디렉션도 주지 않았고, 어떤 가르침을 주지도 못했어요. 단지 판을 깔고 그 안에서 세 친구들에게 놀이터를 제공해줬죠. 김우빈 이준호 강하늘 세 친구 모두 제가 생각했던 시나리오 안에 인물을 그대로 옮겨 온 듯 잘 표현해 줬어요. 제가 복을 받았지요. 저런 배우들과 함께 했으니. 하하하.”

영화 속 박혁권이 맡은 ‘영화감독’ 역할은 한때 이병헌 감독이 자신을 모델로 삼은 듯한 인상을 줄 정도로 엉뚱하고 발랄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10년 뒤 내가 계속 영화감독을 한다면 그런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내 모습은 아니다”고 손사래다. 이제 출발선에 선 이병헌 감독이지만 진짜 그의 영화 출발이 궁금해졌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우연한 기회에 집에서 놀다가 인터넷에서 한 시나리오를 검색해 본 뒤 ‘나도 한 번 써볼까’란 생각으로 썼는데 그게 상을 받게 됐죠. 그 인연이 꼬리를 물고 지금까지 이어졌어요. 뭐 사실 ‘난 영화를 해야겠다’란 거창한 생각은 한 번도 안했어요. 그냥 작가로서 글 써서 스크린에 걸리고 각색도 하고 그러다가 ‘연출도 가능할까’란 생각이 들어서 단편을 찍어봤는데 그때 감독에 대한 생각이 분명해 졌죠.”

처음 영화와 인연을 맺은 뒤 10년 정도의 시간이 흘렸단다. 첫 번째 데뷔작이자 독립영화 ‘힘내세요, 병헌씨’는 흥행과는 거리가 먼 제작 과정을 통해 극소수의 영화팬들에게만 선보여졌다. 이후 아쉬움은 ‘스물’로 확실하게 풀어내고 있는 셈이다. 10년 뒤의 그는 영화 ‘스물’ 속 박혁권이 맡은 영화감독처럼 변해 있을까.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그건 모르죠. 그렇게 변해 있을 수도 있고(웃음). 10년 전에 제가 영화를 할 것이라 생각 못했지만 지금 여기까지 꽤 잘 온 것 같아요. 아닌가? 하하하. 뭐 인생이 정해져 있고 그 목표에 맞게 달려간다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으니 인생이잖아요. ‘스물’ 속에 내 16년 전(올해 이병헌 감독은 36세다)이 있듯이 4년 뒤에 ‘서른’을 만들 수도 있고, 아니면 또 다른 코미디 영화나 멜로 영화를 만들지 저도 모르죠. 지금은 현재를 즐기면서 ‘스물’을 털어내고 있습니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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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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