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심사 지급명령 이의제기 안 하면 소멸시효 10년 연장
소멸시효 지나도 압박 못이겨 상환땐 자동 채무자 지위
소멸시효 지난 부실채권 거래가 최근 SBI저축은행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법리상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채권추심업체로부터 불법 추심의 개연성이 높은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금은 마지막 상환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돈 갚을 의무(소멸시효)가 없어진다. 이런 채권이 소멸시효가 지난 부실채권이다.
가치가 없어 보이는 이런 부실채권은 채권추심업체에서 사들인다.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를 헐값에 사들인 추심업체들은 소멸시효를 무효화 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서다.
추심업체들이 ‘지급명령’을 신청하면, 법원은 채무자에게 해당 내용을 알린다. 채무자가 이를 받고 2주 안에 ‘이의 제기’ 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난다.
또 채무자 중 정상적인 경제생활 복귀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독촉에 못 이겨 일부를 갚게 되는데, 이때 다시 돈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 지위가 된다.
대부업체에서 5년째 추심업무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소멸시효가 지난 부실채권 채무자는 대부분 연락이 닿지 않지만, 이 중 연락이 되는 사람은 상위 리스트로 올린다”며 “담당자들이 이런 채무자를 대상으로 독촉하게 되면 조금이라도 돈을 갚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돈을 갚지 않거나 지급명령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은 전혀 알리지 않는다. 이들이 조금이라도 빚을 갚게 해 채무자 상태로 만드는 데 주력한다”며 “채무 의지가 있는 채무자들이 도리어 지속적인 추심 대상자가 된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멸시효 지난 부실채권의 매각은 빈번하다.
문제는 이번 SBI저축은행처럼 일본계 자금들은 금융당국 관리의 사각에 있다는 점이다. 대부시장만 보더라도 일본계가 전체 40%를 차지하는 만큼, 좌시할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금융당국도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자 지난 2월 금융기관에 ‘소멸시효 끝난 부실채권 매각’을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금융감독원은 해당 채무자들이 대부분 취약계층인 만큼, 이런 채권 비중을 파악해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실채권을 상각하면 사실상 장부에 남지 않아 이를 추적할 방법이 없다. 이를 규정하는 법 또한 없어 강제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김지성 기자 kjs@
뉴스웨이 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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