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태평양시멘트 매각협상 ‘지지부진’···경쟁입찰 전환 가능성도
쌍용양회의 회사채 발행을 두고 업계의 시각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채권단과 2대주주인 태평양시멘트 간의 지분매각 협상이 지연되자 경쟁입찰 방식을 염두에 둔 쌍용양회가 재구구조 개선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일 쌍용양회공업은 500억원 규모 무보증사채의 발행조건이 확정됐다고 공시했다. 쌍용양회는 당초 발행금액을 300억원으로 정했지만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금액을 500억원으로 늘렸다. KB투자증권과 신영증권이 각각 300억원, 200억원을 총액인수할 예정이며 금리는 3.553%다.
회사 측은 조달한 자금을 리파이낸싱(채무 재조정)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영업환경이 호전되고 있는 것을 감안해 여유가 있을 때 재무구조를 정비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쌍용양회의 공개매각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 회사의 지분 46.83%를 가진 채권단은 지난해 10월부터 쌍용양회의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 3월 태평양시멘트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겠다는 의견을 표시하며 채권단과의 갈등에 종지부를 찍는 듯 했으나 그 후 약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태평양시멘트 측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급한 불을 끄기에 급급했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산업은행·신한은행·서울보증보험·한앤컴퍼니 등으로 구성된 쌍용양회 채권단이 태평양시멘트의 모호한 태도를 지적하며 정기주총에서의 반대 의결권 행사를 검토했던 바 있다. 뒤늦은 합의로 주총은 탈 없이 마무리됐지만 씁쓸함을 남겼다.
양 측의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높게 점쳐왔기 때문에 공개경쟁 입찰로 매각 방식을 바꾼다는 게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다만 쌍용양회의 재무구조는 매각에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왔다. 특히 과도한 차입금을 줄이는 게 과제였다. 이 회사가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2015년 3월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약 1조1549억원(별도기준 9226억원)으로 집계됐다. 2013년 이후부터 줄고 있지만 차입금에 대한 이자를 내는 것도 부담이 됐을 것이란 평이다.
이에 따라 회사차원에서도 차입금 줄이기에 신경을 기울여 왔고 이번 회사채 발행을 통해서도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는 태평양시멘트는 쌍용양회 인수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이 여의치 않다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과거 태평양시멘트가 쌍용양회 지분 매입에 약 7800억원을 투입했지만 현재 보유가치가 상당히 떨어졌고 시멘트 업계의 불투명한 전망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은 태평양시멘트가 쌍용양회 인수를 포기할 경우 공개입찰로 전환해 매각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태평양시멘트가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을 넋놓고 보고만 있을지는 미지수다. 태평양시멘트에게는 채권단에 자사 보유지분을 함께 팔아달라고 요구할 ‘동반매도권’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채권단이 태평양시멘트를 무시하고 공개입찰로 전환한다면 법적 분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태평양시멘트 측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쌍용양회와 함께 매물로 나온 동양시멘트는 지난달 29일 매각절차에 돌입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매각주간사인 삼정KPMG를 통해 동양시멘트 지분 54.96%와 동양인터내셔널 지분 19.09%에 대한 매각공고를 냈으며 오는 12일까지 인수 의향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차재서 기자 sia0413@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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