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아픔을 파격적으로 무대에 펼친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이 베일을 벗었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정원영, 윤소호, 이상이, 성두섭, 전성우, 서경수, 문진아를 비롯한 주연배우들과 이재준 연출이 참석했다.
‘베어 더 뮤지컬’은 보수적인 카톨릭계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청소년들의 성장기와 인간애를 다룬 뮤지컬로 숨기기만 했던 성장의 아픔을 수면위로 꺼내며 정체성에 대한 고민, 방황, 불안한 심리 등을 강렬한 비트의 락 음악에 담아 파격적으로 그려낸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 “성소수자 애환, 깊이 있게 다가갈 것”
이날 이재준 연출은 “이 작품이 다른 동성애 작품들과 차별성이 있다고 하면 내가 모든 동성애 코드가 있는 공연을 보진 않았지만 알고 있는 작품들은 등장 인물들이 동성애자면서 그로 인한 다른 사건들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재준 연출은 “‘베어 더 뮤지컬’은 동성애자들, 성소수자들 자체에 초점이 맞춰 있다. 다만 성소수자들만 다룬 게 아니라 개인적 심정, 정서들만 다룬게 아니라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 어머니, 학생들, 신부님 등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노래와 디테일이 있어 그 부분이 다른 작품들과 다르고 더 섬세하다”고 차이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단지 성소수자로서의 애환과 고통을 말하는 개인적인 것들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주변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떤 것들에 고통을 느끼고 어떤 것을 원하는지를 폭 넓게 다루고 있어서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에 더 깊이 있게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철학은 내가 성소수자들은 인정한다 혹은 인정하지 않는다를 말하기보다 사람으로서 그들이 겪고 있는 것, 서로를 이해하고 애쓰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 원작에 충실, 동선·음악은 대부분 창작
브로드웨이에서 인기리에 막을 올린 ‘베어 더 뮤지컬’은 2000년 초연 이후 미국, 영국, 필리핀, 호주, 벨기에, 캐나다, 페루에 이어 전 세계 8번째로 한국에서의 초연을 앞두고 있다. 원작과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에 대해 이재준 연출은 “원작에 충실하려고 했다”고 운을 떼며 “작품에서 자극적인 장면을 이용해 흥행하려고 한는 것은 절대 아니다. 키스신이나 베드신 등을 흥행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이슨과 피터가 키스하는 장면은 둘이 얼마나 서로를 원하고 사랑하는지 보여주고자 하는 장면이다. 또 제이슨과 아이비의 하룻밤은 흔들리는 정체성, 또 다른 이유 등을 드라마로서 풀어낸 장면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세부적인 동선이나 음악은 거의 창작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작품에서 필요한 지점, 중요한 흐름은 원작이 강조하는 것과 똑같다”고 전했다.
◆ 오해·선입견 지우고 메시지 봐달라
이재준 연출은 작품을 국내로 옮겨오는 과정에서의 오해와 선입견에 대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작품을 하며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은 ‘베어 더 뮤지컬’이 브로드웨이, LA에서 만들어져 올라가고 있고 한국에 올려지기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하고 있었다. 팬들의 기대와 상상도 많았고 정보도 많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근데 그 정보들이 많이 뒤섞여 있고 혼란스러워서 오해받는 부분이 많았다. 내가 준비하고 있는 것은 작품으로써 이야기 하고 싶은 것 외에 ‘베어 더 뮤지컬’에 대한 오해를 풀고싶은 창구를 준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인물들도 많은 오해를 받고 있고 이해를 바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서로 싸움이 심해지고 있다. 서로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맹목적인 비판이나 평론이 아닌 비판이 있다. 공연이 잘되게 하기 위한 객관적인 평가보다 맹목적 비판이 판을 치고 있는데, 서로가 상처받는다”며 “좀 더 이해하려 애쓰고 노력한다면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성우는 동성애자 연기에 대해 “작품에서 몇 번 했었다”며 “남자와 남자의 사랑으로 표면적으로 드러나겠지만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 대 인간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억압과 아픔을 갖고 있는 아이들, 드러내고 싶지만 드러낼 수 없는 사람들의 슬픔과 아픔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함께 동성애 호흡을 맞추는 윤소호는 “피터와 제이슨 이와의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아픔과 고뇌, 슬픔, 절망 등 모든 감정들이 녹아있는 캐릭터가 많다”며 “연습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지만 연출님이 연습할 때 강조한 점은 인물이 갖고 있는 아픔이 사랑하고 절망하고 어찌해 이런 결말이 벌어졌는지다”라고 연기 할 때의 주안점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하이라이트 시연에서는 극중 제이슨과 피터, 제이슨과 아이비의 키스신과 베드신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강렬한 록 비트의 음악에 어우러진 키스와 베드신이 더욱 자극적으로 다가온 가운데 연출은 작품의 메시지 전달을 위한 장치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또 국내 일부 관객들의 선입견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원작에 충실한 '더 베어 뮤지컬'이 국내 관객들의 입맛에 잘 맞을지, 또 선입견을 지우고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잘 전할 수 있을지가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허나 신나고 경쾌한 록 비트의 뮤지컬 넘버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끄는 데 주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원영, 윤소호, 이상이, 성두섭, 전성우, 서경수, 문진아, 민경아, 배두훈, 이예은, 전역산 등이 출연한다. 오는 8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이이슬 기자 ssmoly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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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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