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최근의 흐름으로 판단하면 그래도 의미는 작지 않다. 중앙정부가 친환경 교통수단 개발을 다양화해 향후 급진전되고 있는 시장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언급하는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예전에 언급된 ‘퍼스널 모빌리티’라는 큰 개념으로 파악하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다. 퍼스널 모빌리티는 전기와 같은 친환경 연료와 1~2인승 개념의 초소형 이동수단, 약 1000만원이 넘지 않는 경제성과 보편타당성을 가진 총칭 개념이다.
사실 이 개념은 신개념 같이 보이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부각된 개념이다. 흔히 ‘근거리 전기차’라고 표현하는 ‘저속 전기차’가 여기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저속 전기차는 이미 우리도 7~8년 전에 선보인 바 있다.
저속 전기차는 시속 60㎞ 미만의 도로에서만 달릴 수 있는 제한 조건 때문에 저속 전기차를 제조했던 중소형 제조사가 모두 문을 닫았다. 저속 전기차 시장의 실패는 정부가 관련 시장 환경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정책을 펴다가 발생한 실책 중 하나다.
미국 등 세계 선진국에서는 저속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무궁무진했다. 다만 적당한 차종이 없었기에 제 생을 다하지 못하고 제조사가 문을 닫았다. 다시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새싹부터 회사를 키워나가야 하는 단계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이번 발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지난해 중반 정부에 신개념 저속 전기차의 개발 보급을 타진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의 대답은 대기업 중심의 고속 전기차만을 개발 보급한다고 냉정하게 잘라서 답했다.
필자는 그 필요성과 의미를 부각시키면서 정부를 재차 설득했으나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그 제안을 냉정하게 끊어버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부서에서 퍼스널 모빌리티 정책을 펴겠다고 하니 머쓱해진다.
과거 신개념 저속 전기차를 개발한다고 한 중소기업은 세계 시장에 내놓은 특허를 기반으로 우리 시장이 아닌 중국 시장에서 저속 전기차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경쟁력 있는 우리의 특허가 중국에서 시작되어 우리가 로얄티를 주고 사들여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앙정부가 중심을 잘 잡고 퍼스널 모빌리티의 정책방향을 잘 선정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퍼스널 모빌리티 분야는 향후 여러 면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 많다. 우선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갖춘 기업이나 단체를 제대로 찾아서 속히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지원과 협조, 더불어 현안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시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무엇보다 관련 정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직접 발표한 내용인 만큼 설익은 개념보다는 제대로 된 기업이나 단체를 객관적으로 찾아서 실질적인 중견·중소기업 기반의 강소기업 육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로 마이크로 모빌리티에 대한 법적·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제품군은 이륜차도 아니고 일반 자동차아 아닌 중간 모델 즉 L7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모델에 대한 정확한 기준과 규정이 사실상 없다.
이미 유럽 등에서는 관련 규정이 있는 만큼 이를 벤치마킹해 우리 실정에 맞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규정 정립이 필요하다. 늦장 부리는 만큼 우리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서둘러야 한다.
셋째로 마이크로 모빌리티 개발에 나설 수 있는 중견기업 육성에 매진해야 한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광범위한 의미를 되살려 중저속 전기차, 근거리 전기차, NEV 등 다양한 명칭을 사용한다.
따라서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전향적인 생각으로 실질적인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온 대기업 중심의 연구개발만을 진행한다면 또 한 번의 실패로 끝날 수 있음을 정부가 주지했으면 한다.
퍼스널 모빌리티는 미래 이동수단 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 입장에서 수출을 통한 먹거리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분야가 될 것이 확실 시 된다. 따라서 이번 기회를 통해 퍼스널 모빌리티 사업을 제대로 된 효자 산업으로 키울 수 있길 바란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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