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손정현 등 윗선 책임 수사 확대명예훼손·모욕죄 등 혐의 성립 검토 중법조계 "형사처벌까진 높은 법리 장벽"
스타벅스코리아 '5·18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한 경찰 수사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처벌 의사가 이어지며 수사는 확대되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직접 지시나 공모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정 회장의 형사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9일 경찰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22일 박종철 열사의 친형 박종부씨를 피해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씨는 조사 과정에서 정 회장과 손 전 대표 등에 대한 처벌 의사를 담은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5·18 유공자와 유족 27명도 정 회장 등에 대한 처벌 의사를 밝힌 상태다. 경찰은 지난 25일 광주 남부경찰서에서 이들 전원에 대한 고소인 조사를 진행했다. 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 가능한 친고죄인 만큼, 경찰은 피해자 의사를 확인한 뒤 본격적인 법리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은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 18일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진행한 텀블러 프로모션 과정에서 비롯됐다. 당시 행사 문구로 사용된 '탱크 데이', '책상에 탁!' 등이 5·18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찰은 고발인 조사와 함께 행사 기획 및 결재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정 회장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핵심은 형법상 '개인 책임 원칙'이다. 범죄 행위를 직접 했거나 지시·공모한 정황이 입증돼야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해당 프로모션은 스타벅스코리아 실무진 차원에서 기획된 것으로 전해진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부사장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행사 합의자 일부는 디자인 시안이 담긴 첨부파일조차 열어보지 않고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마케팅은 팀장, 담당자, 본부장, 대표이사로 이어지는 결재 과정을 거쳤지만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정 회장이 해당 문구를 직접 지시했거나 사전에 인지·승인했다는 구체적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그룹 총수라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성립 여부도 쟁점이다. 법적으로는 피해자가 특정돼야 하고, 표현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정도의 비하·경멸에 해당해야 한다. 또 행위자에게 명예훼손의 고의가 있었는지도 입증돼야 한다.
스타벅스 측은 문제가 된 표현이 상품명인 '탱크 텀블러'에서 비롯된 마케팅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정 회장 역시 논란 직후 손 전 대표를 경질하고 사과문 발표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개 사과에 나섰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사후 대응까지 감안할 경우 법원이 의도적 비방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5·18민주화운동 특별법 적용 가능성도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현행법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이번 표현들이 역사적 아픔을 연상시켔다고 해도 구체적인 허위 사실 유포 행위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구영한 법무법인 최선 변호사는 "부적절한 표현인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만으로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허위 사실 적시가 인정될지는 미지수"라며 "정 회장이 해당 마케팅에 직접 관여했다는 점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형사책임 인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지우 법률사무소 지우 변호사도 "결재 라인에 이름이 있다는 것과 범죄의 고의가 있었다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만 놓고 보면 경영진의 직접 인식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했다.
경찰은 우선 행사 기획에 관여한 실무진과 결재선에 있었던 임직원들을 중심으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후 확보되는 증거에 따라 손 전 대표와 정 회장 등 윗선의 공모 여부도 단계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변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도의적 책임과 형사책임은 별개인 만큼, 실제 처벌 여부는 향후 수사 결과와 증거 확보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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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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