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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욕의 박성철 신원 회장···이번엔 탈세·회생사기 혐의

영욕의 박성철 신원 회장···이번엔 탈세·회생사기 혐의

등록 2015.07.15 17:07

수정 2015.07.15 17:11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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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컴퍼니 이용해 경영권 되찾아···개인 재산 은닉 후 빚 탕감 의혹도

사진=연합뉴스 제공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이 탈세 및 회생사기 혐의로 지난 13일 구속되면서 또 다시 위기를 맞았다. 정직과 신뢰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그룹을 회생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던 터라 이번 논란이 그룹 경영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1973년 신원통상을 창립하며 스웨터 생산·수출을 시작한 뒤 1980년대부터 해외 시장을 개척하며 차근차근 회사를 성장시켜왔다. 특히 1990년 사명을 신원통상에서 신원으로 바꾼 뒤 여성복 베스띠벨리와 씨(SI)·비키, 남성복 지이크 등을 론칭하고 전기회사와 골프장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는 등 회사 규모를 폭발적으로 키웠다.

위환위기가 닥치기 직전까지 신원은 20여개 국내외 계열사에서 연간 2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재계 30위권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1998년 외환 위기가 찾아온 후 무리한 사업확장 탓에 신원은 걷잡을 수 없는 경영악화에 빠졌고 1999년 초 주력계열사인 ㈜신원과 신원제이엠씨·신원유통 등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갔다.

워크아웃 과정에서 신원은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부채 상환 유예와 탕감, 추가 융자 등의 혜택을 받았다. 박 회장은 패션을 제외한 골프장과 전기회사 등의 나머지 사업을 매각하는 한편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2003년 워크아웃을 졸업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은 회장 자리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보유 지분을 모두 포기하면서 청렴한 경영인의 모습을 강조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최근 국세청과 검찰은 박 회장이 경영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편법을 행사한 혐의를 포착했다. 박 회장이 그룹 지주회사격인 ㈜신원의 경영권을 되찾으면서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해 가족 명의로 주식거래를 하고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회장이 탈루한 세액은 종합·양도소득세와 증여세를 합쳐 30여억원이다.

검찰과 국세청에 따르면 박 회장은 가족과 회사 관계자의 명의로 된 페이퍼컴퍼니 ‘티엔엠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신원그룹의 경영권을 되찾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원이 워크아웃 중이던 2001년 설립된 티엔엠커뮤니케이션즈는 '광고 영화 및 비디오물 제작업체'로 등록돼 있지만 영업활동은 거의 전무하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 매출액이 ‘0’이며 임직원에게 지급한 보수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다. 임직원수도 한자릿수를 넘어가지 않았다.

박 회장은 워크아웃을 졸업한 후 가족이 대주주로 있는 티엔엠을 통해 채권단이 내놓은 신원 주식을 사들였다. 현재 티엔엠커뮤니케이션즈의 임직원은 1명이며 주주가 8명이다. 박 회장의 부인 송모씨가 이 티엔엠커뮤니케이션즈의 최대 주주(26.6%)이며 박 회장의 세 아들도 지분을 1%씩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엔엠커뮤니케이션즈가 보유한 ㈜신원의 지분은 2014년 말 기준 28.8%다.

여기에 박 회장은 2008년 개인파산, 2011년에는 개인회생 절차를 각각 밟으면서 재산이 없는 것처럼 법원을 속이고 250여억원의 개인 채무를 면제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박 회장이 그룹 계열사 자금 100억원 안팎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쓴 정황도 잡고 범행 경위와 정확한 횡령 액수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은 박 회장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박 회장의 은닉 재산 환수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평소 박 회장은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청렴한 이미지로 잘 알려져 있었다. 위기에 빠진 신원을 다시 회생시키는 과정에서도 정직과 신뢰를 기반으로 회사를 일으켜 세웠다는 평을 받았다. 때문에 국민의 세금을 받아 기업을 회생시키면서 편법을 통해 경영권을 되찾고, 여기에 개인 재산을 은닉하고 채무를 탕감 받기까지 했다는 의혹은 업계에서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신원은 2010년 들어서부터 회사 경영 상황이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하고 공격 경영에 돌입했으며 최근에는 중국 본격 공략에 나서면서 제 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박 회장의 구속으로 인해 신원은 또 다시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한편 신원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으며 박 회장의 두 아들인 박정빈 부회장과 박정주 사장이 당분간 회사 경영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혜인 기자 hij@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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