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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신뢰···위기의 수입차

무너진 신뢰···위기의 수입차

등록 2015.10.13 07:55

수정 2015.10.13 08:09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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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질·고연비 무기로 급성장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파문판매에만 급급···소비자 외면성장주의 접고 고객에 다가가야

독일 폭스바겐 그룹이 전세계적으로 100만대의 자사 디젤차량에서 배출가스 차단장치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국내 대상 차량도 수만대의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독일 폭스바겐 그룹이 전세계적으로 100만대의 자사 디젤차량에서 배출가스 차단장치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국내 대상 차량도 수만대의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던 수입차 업계가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의 여파로 흔들리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성토도 이어지면서 수입차 업계가 총체적 위기에 빠진 형국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시장의 수입차 점유율은 2012년 10%대를 돌파한 이후 꾸준히 성장했고 올해는 8월까지 16.4%를 기록했다. 이 같은 성장 추세라면 올해는 힘들어도 향후 2~3년 내에 20%대 돌파도 기대됐었다.

전문가들은 수입차의 폭발적인 성장 배경으로 국산차와 비교해 차종이 다양하고, 디자인이나 성능이 뛰어나고, 브랜드 가치가 높다는 점 등을 꼽는다. 실제로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도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이들 이유 때문이었다.

수입차협회에 공식 등록된 수입차 브랜드만 20여개에 달하고 이들이 들여오는 차종은 500여종에 달한다.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특히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층에게는 수입차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수입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부유층의 전유물처럼 인식됐던 수입차의 가격도 내려가게 됐고 결과적으로 더욱 대중화되는 효과를 낳았다. 특히 시장이 확대될수록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할인 폭은 더욱 확대됐다.

수입차 업계가 비교적 수익이 낮은 엔트리 모델을 적극적으로 들여와 진입장벽을 낮추는 한편 적극적인 시장 개척도 국내 소비자의 관심을 돌리는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디젤 승용차 시장은 사실상 수입차 업계가 개척했다는 평가다.

‘독일 3사’로 불리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폭스바겐이 미국과 일본 업체들을 밀어내고 국내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도 디젤 엔진에서 강점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신규 등록 수입차의 67.8%가 디젤 엔진이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유럽산이 80%를 넘는다.

이렇듯 디젤 엔진은 국내 수입차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1등 공신이다. 하지만 폭스바겐 사태로 인해 디젤 엔진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수입차 시장은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폭스바겐은 전세계에서 모두 1100만대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배출량을 조작해 비난을 받고 있다. 폭스바겐 측은 이들 차량에 대한 리콜을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국내에서도 리콜 대상 차량이 10만여대도 추산된다.

폭스바겐으로 촉발된 수입차의 위기는 벤츠, BMW 등 다른 독일차 브랜드는 물론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 수입차 전체로 번지는 양상이다. FCA는 미국에서 도로 사망 건수를 축소해 허위보고한 것이 적발돼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밖에 국토교통부가 최근 포드, 레인지로버, 캐딜락 등에 리콜 명령을 내리기 등 수입차 업체의 리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가 수입·판매한 이스케이프·퓨전·MKZ 1523대에서는 에어백 결함이, 몬데오·퓨전·MKZ 4908대는 스티어링휠 결함이 발견됐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수입·판매한 레인지로버 승용차 2773대에서는 소프트웨어 오류로 문이 열린 상태인데도 닫힌 상태로 잘못 인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디스커버리4 승용차 76대에서는 선루프 유리를 감싸는 고무실링 접착제 불량이 적발됐다. GM코리아가 수입·판매한 캐딜락 ATS 승용차 499대는 후면유리 성에제거시스템에서 불이 날 가능성이 발견돼 리콜된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수입차 리콜은 218건, 19만2486대에 달했다. 특히 수입차 리콜은 1년 새 1.9배나 급증했지만 지난해 리콜 시정률은 국산차 시정률 보다 21.9%나 낮은 63.2%에 불과했다. 수입차의 리콜 시정률이 낮은 이유는 서비스센터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자동차의 성능과 품질은 탑승자의 안전에 직결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수입차 전반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신뢰가 실추된 것도 위기감을 키운다. 수입차 위기를 촉발한 당사자인 폭스바겐코리아의 미흡한 대응도 국내 소비자의 원성을 샀다.

폭스바겐코리아는 디젤 파문이 국내까지 확산되고 있는 와중에도 독일 본사의 지침만을 기다리다가 결국 20여일이 지나서야 공식 사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폭스바겐코리아는 배출가스 조작 의심차량 구입 고객 9만2000여명에게 지난 7일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자발적으로 리콜을 실시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젤 엔진 배출가스 조작 사태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미루다가 뒤늦게 리콜 계획을 밝힌 것이다. 폭스바겐코리아의 늦장 대처에 소비자들은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해 집단 소송에 나선 뒤였다. 소송의 결과를 떠나 이 같은 집단소송은 해당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료=연합뉴스 제공자료=연합뉴스 제공


실제로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의 여파로 9월 신규 등록 대수가 급감했다. 폭스바겐 차종의 9월 등록 실적은 8월(3145대)에 비해 7.8% 하락한 2901대로 나타났다. 전체 수입차 등록 대수가 지난 6월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다가 반등한 것과 비교된다.

폭스바겐 사태에 앞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최고급 세단에서 ‘주행 중 시동꺼짐’ 현상이 발생해 한바탕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직후였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수입차 업체들이 고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요인이다.

또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입차 업체들의 부족한 정비시설과 비싼 수리비, 리콜 늦장 대응, 불합리한 자동차세, 비싼 보험료 등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사안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수입차 업체들이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차의 성능과 디자인도 크게 개선되고 있는 만큼 수입차 업계가 고질적인 문제 사항들의 개선을 소홀히 하면 성장정체는 불가피하다”며 “폭스바겐 사태를 계기로 근본벅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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