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사태 ‘클린디젤’ 이미지 무너져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가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뒤흔들었다. 디젤엔진의 ‘클린’ 이미지가 허구임이 드러나면서 업계는 하이브리드·전기·수소 등의 친환경차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 맏형인 현대기아차도 친환경차 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20년까지 현재 8개 차종인 친환경차를 22개 차종 이상으로 확대하고 소형에서부터 SUV에 이르는 친환경차 풀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연비 로드맵’을 세워두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2018년까지 총 11조3000억원을 투입해 다양한 친환경차를 개발하고 모터·배터리 등 핵심 부품 관련 원천기술 확보에도 박차를 가해 전세계 친환경차 시장에서 글로벌 2위권으로 진입하겠다는 목표다.
이 같은 계획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내년에 준중형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현대기아차가 아반떼·쏘나타 등 기존 모델에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해 내놓은 적은 있지만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을 출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기아차가 선보이는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의 프로젝트명은 AE(현대차)와 DE(기아차)로 두 회사가 각각 출시할 예정이다. 두 모델 모두 신형 아반떼의 플랫폼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대차는 AE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도 동시에 선보이고, 기아차도 DE를 기반으로 한 PHEV 모델을 추가로 선보인다. AE와 DE는 연비강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현대기아차의 친환경차 상징이 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가 하이브리드 시장을 선점한 도요타 프리우스와의 정면대결을 준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현대차가 기술력을 쏟아 붓고 있는 AE는 연비가 L당 30km 이상으로 알려져 도요타 프리우스를 뛰어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그동안 현대기아차가 하이브리드·전기차 기술을 꾸준히 축적하면서 역량을 꾸준히 쌓아온 결과로 풀이된다. 현대기아차는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은 없지만 자사 베스트셀링 모델인 아반떼·쏘나타·K5 등의 차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적용해왔다.
현대차의 기술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의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는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그린카 저널’이 선정하는 올해의 친환경차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쏘나타의 경쟁 후보로 오른 차종은 아우디 A3 e-트론, 토요타 프리우스, 쉐보레 볼트, 혼다 시빅 등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전기차·수소차 등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완벽한 친환경차 확산에도 전력을 쏟고 있다. 현대차는 리튬이온 전지의 에너지 밀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현재 148km(국내 인증 기준)인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확장시킨 신형 전기차를 내년 중에 출시할 계획이다.
또한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수소차의 대중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미 1998년부터 수소차 개발에 착수했고 15여년만에 자력으로 수소연료전지차를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대차가 지난 2013년 선보인 ‘투싼ix FCE’는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차다.
현대차는 오는 2020년을 목표로 새로운 수소차 모델을 선보이기 위한 개발도 진행 중이다.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2015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에서는 참가 업체 중 유일하게 수소차를 전시하기도 했다. 현대차가 선보인 ‘투싼ix FCEV’는 수소 1회 충전으로 최대 594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수소차 최대 핵심부품으로 꼽히는 ‘전극막접합체(MEA)’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현대차가 국산화에 성공한 MEA는 수입산과 비교해 성능은 물론 내구성도 더 뛰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연료전지차 원가의 20%가량을 차지하는 MEA를 국산화하면서 가격도 크게 인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토요타의 수소차 시장 진출은 가격경쟁을 통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역할도 하고 있다. 토요타는 지난해 말 자국에서 미라이 수소차를 출시하면서 판매가격을 약 6700만원(723만6000엔)으로 책정했다. 당시 현대차의 투싼ix 수소차 가격이 1억5000만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가격이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 2월 투싼ix 가격을 40% 이상 인하한 8500만원으로 낮췄다.
이와 함께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차 시장 확산의 걸림돌이었던 충전인프라 확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6월 포스코ICT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 공동 구축 업무 협약을 맺고 충전소 확산을 통해 전기차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 보급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또한 현대차는 미국 에너지부(DOE)와 한미 수소차 인프라의 성공적인 구축을 위해 협력 강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이미 2004년부터 DOE에서 주관한 수소연료전지차 실증사업에 참여했고 현재도 수소연료전지차의 내구 및 성능을 검증하는 한미 공동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DOE에서 주관한 실증사업을 바탕으로 기술을 축적해 투싼 수소연료전지차가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수소연료전지차와 수소인프라 기술 분야의 협력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 대중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sliz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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