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 뚜렷한 YS, 계층불문 고른 추모 분위기비판보다 지지·동정여론 높아···국가장 결정 배경與, ‘YS=뿌리’ 인식···野, ‘현 정부 대비 나은 업적’
대한민국 제14대 대통령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 서거했다. 정치 인생의 대부분을 야당 정치인으로 보내면서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대통령 임기말 외환위기를 초래하고 측근비리로 적잖은 지탄을 받았다. 이처럼 공과(功過)가 뚜렷히 엇갈리는 인물이지만 그의 죽음 이후 긍정적인 평가가 그렇지 않은 평가보다 다소 우세한 상황이다.
◇각계 추모 분위기···팍팍한 현실 속 YS 향수
현직을 떠난 지 20년이 다 된, 구순(口脣)을 앞두고 세상을 떠난 노정객의 발자취에 애도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당장 박근혜 대통령부터 나섰다. 서거 당시 해외 순방 중이던 박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소식을 보고받고 즉각 애도의 뜻을 표하며 장례 절차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23일 새벽 귀국한 뒤 이날 오후 곧바로 김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을 찾아 조문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오는 26일 국회에서 열리는 영결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자신의 선친과 평생 대립했지만 정치 선배이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춘 것이다.
황교안 국무총리 역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장례 형식과 절차를 서둘러 논의했다. 그는 “정부는 이번 장례를 국가장으로 해서 국민과 함께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 예우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행자부 등 관계부처는 장례위원회 구성, 빈소와 분향소 설치, 영결식, 현충원 안장 등 장례절차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국회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거제, ‘정치적 고향’ 부산에만 여러 곳의 분향소가 설치됐다.
이날 비바람과 쌀쌀한 날씨가 이어졌음에도 서울광장과 대구 두류공원 안병근 올림픽 기념관, 인천시청, 광주시청, 대전시청, 울산시청 등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빈소가 있는 서울대병원은 이날 오후까지만 5000여명이 다녀갔다.
이 같은 추모 열기에는 현재의 분위기가 상당부분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 대립과 이념 대결이 치열한 상황에서 과거 그가 보여준 결단력과 용인술, 강한 카리스마, 승부사 기질 등에 대한 향수가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현재 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불통’ 등으로 인한 민주주의의 퇴행을 지적하며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김 전 대통령에게 상대적으로 심정적인 그리움이 쏠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여야도 앞다퉈 ‘추켜세우기’
여야 정치권도 제각기 추모와 함께 고인의 발자취를 기리는 분위기다.
김 전 대통령 가신그룹인 상도동계의 ‘막내’로 꼽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서거 직후 개인 일정을 대부분 취소하고 빈소에 머물고 있다. 그는 “나는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이라며 사실상의 상주 역할을 맡아 빈소에서 조문객들을 맞았다.
김 대표와 함께 상도동계 출신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침통한 모습을 숨기지 못하며 “누구도 할 수 없는 용기로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신 어른”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하나회 해체와 금융실명제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업적을 남기셨는데 IMF 때문에 다 묻혀있다”며 “다시 재조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에서도 이에 뒤지지 않을 만큼 추모의 뜻을 나타냈다. 서거 당일 당 지도부를 이끌고 빈소를 찾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 땅의 민주화의 역사를 만드신 아 주 큰 별이 떠나셔서 굉장히 안타깝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인은 민주화운동을 이끌고 문민정치를 확립했고, 금융실명제와 공직자 재산 등록 신고로 경제정의와 공직문화의 새로운 기풍을 만들어 내셨다”며 “민주주의가 다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 속에서 민주화운동을 이끌고 만들어낸 분께서 떠나신 것이 너무나 아쉽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은 김 전 대통령이 세운 신한국당을 뿌리로 두고 있는 만큼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분위기를 주도하겠다는 태세다. 실제로 서 최고위원을 비롯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여당 의원들은 이날 근조 리본을 달고 전체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에 새정치연합은 경계심을 나타내며 견제에 나섰다. 문 대표는 김 대표의 ‘정치적 아들’ 발언과 관련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독재를 찬양하면서도 독재와 맞섰던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을 자임하는 이율배반의 정치를 보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창희 기자 allnewone@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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