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저금리에 국제유가 폭락 가세유럽은행들, 에너지기업 부실 270억달러 육박저유가 장기화 땐 리먼브라더스 사태보다 더 큰 충격
현재 유럽과 글로벌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최대 골칫거리는 저유가다. 11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6거래일 연속으로 떨어지더니 13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4.5% 하락한 배럴당 26.21달러로, 지난 2003년 5월 이후 가장 낮았다.
문제는 국제유가 급락이 경제위기에 몸살을 앓으며 마이너스 금리를 펼치고 있는 유로존을 필두로 아시아, 미국 등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11일(현지시간) 영국 FTSE 100지수는 2.39%, 홍콩 항셍지수는 3.85%, 미국 다우지수는 1.60% 떨어졌다.
국제유가 급락이 현재 세계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유로존과 일본, 중국의 경기 둔화와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중남미,아시아 신흥국의 금융위기를 일으킬 촉매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
실제로 저유가로 촉발한 유럽 경기 둔화 우려는 마이너스금리 장기화와 만나면서 주식시장을 냉각시켰다. 이날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날보다 2.39% 내린 5536.97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DAX 30지수도 2.93% 하락한 8752.87까지 떨어졌다.
독일 주가의 경우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가 바이백(buy-back)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맞물리면서 연일 하락했다. 이 역시 기저에는 드리운 그림자는 저유가다.
저유가는 유럽 매머드급 에너지기업들의 근간마저 흔들고 있다. 영국의 유력 석유기업인 BP는 6.01% 떨어진데 이어 프랑스 석유회사이자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토탈도 3.27%나 떨어지는 등 저유가에 맥을 못추고 있다.
현재 에너지 기업들의 부진에 따라 유럽 은행들이 감수해야 할 부실 대출 규모는 무려 270억달러에 육박한다. 이는 은행권이 3년 동안 벌어야하는 전체 이익의 6%에 해당하는 수치다. 앞으로 저유가 기조가 지속될 경우 유럽 은행들이 떠 안아야할 에너지기업의 부실여신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저유가의 지속은 단일 에너지기업이나 증시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다. 개미 투자자 등을 포함한 가계 등에 악영향을 줘 실물경기는 물론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부실화와 투자여력 부족 등의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저유가가 장기화 할 경우 2008년 금융위기를 일으킨 리먼브라더스의 사태때보다 더 큰 충격이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2일 “현재 유럽으로써는 디플레이션 상황을 탈피하는 게 급선무다. 하지만 저유가가 발목을 잡고 있어 실물경기 부양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분간 유가 전망이 신통치 않은 만큼 우리나라 수출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각국의 실물경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준 기자 junpark@
뉴스웨이 박종준 기자
junpark@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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