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논의 이후 한국경제 성장률·수출 최악양극화 해소보다 오히려 심화되는 역설적 상황 직면경제민주화 성공의 전제는 ‘성장’···과감한 규제 완화 필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경제민주화가 본격 추진된 2013년부터 우리경제는 위기의 연속이었다. 경제민주화 추진 3년이 지나 성과가 나오기보다 기업에 대한 규제는 더 커졌고, 성장세가 꺾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그 원인은 악화된 대외상황 속에서 무리하게 추진된 경제민주화에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 추진 초기에도 대·중소기업 간 간극을 줄여 양극화를 해소할 것이라는 기대감보다 오히려 포퓰리즘 성격이 강해 과잉규제로 인한 기업활동 위축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계에서도 나왔을 정도다. 경제정책의 정치화가 야기한 불편한 진실이다.
이에 일부 기업에 대한 규제로 이어진 경제민주화는 기업들의 하향평준화를 불러와 결국 중소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기업때리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만큼, 과감한 규제완화 기조가 경제민주화에도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민주화 이후 韓경제 부진의 연속
지난 대선 때부터 논의가 이어져 온 경제민주화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고착화되고 있는 우리경제에 유일한 해결책인 것처럼 화려하게 제시됐다. 총선을 앞둔 지금도 그때와 같은 웅변이 정치권에서 들려온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과 대·중소기업 간 격차, 늘어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 소극 양극화 심화 등이 꾸준히 제기돼 왔던 만큼 한 쪽으로 편중돼 가는 우리경제에 적정한 분배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정책 공감도는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경제민주화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2012년부터 우리경제는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제민주화 추진과 전제가 목적에 부합했다면 성과는 3년이 된 지금 도출돼야 하지만, 지난해 경제성적표는 최악의 수준이었다.
2011년 3.7%였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12년 2.3%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2013년에는 2.9%, 2014년 3.3%, 2015년 2.6%로 사실상 연평균 성장률이 3%를 밑돌고 있다.
특히 2014년을 제외하고 우리나라는 세계 평균 성장률을 하회하고 있다.
수출은 더 참혹하다. 2011년 19%나 늘었던 우리나라 수출은 2012년 -1.3%로 급락했다. 이듬해인 2013년에는 전년도 기저효과로 2.1% 늘었고, 2014년 2.3% 증가했다. 그러다 지난해 -8%라는 참혹한 결과가 주어졌다.
◇경제민주화의 역설
경제민주화 추진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해소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기업활동을 막는 과잉규제가 이어졌고, 기업호감도도 최근 9년 만에 가장 낮아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면서 양극화를 해소하고, 경제성장을 주도한다는 목적으로 경제민주화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반기업정서가 커지고, 기업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발간한 중소기업위상지표를 보면, 2014년 중소기업 월급은 7년 전인 2007년과 비교해 40만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대기업은 100만원 올랐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올해 대기업의 정규직 채용은 전년보다 1.1% 늘릴 계획이지만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14%, 26% 각각 줄어들었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진행한 2014년 기업호감지수 결과 100점 만점에 44.7점으로 2005년 상반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기업호감도는 2009년부터 50점을 웃돌았지만, 경제민주화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2012년 하반기부터 50점 아래로 떨어진 뒤 낮아지는 추세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경제력집중이 완화되지 못하면서 대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진 게 전체적인 기업호감지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성장이 전제돼야
경제민주화의 성공적인 추진에는 우선 전제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악순환 고리에 빠진 우리경제를 선순환으로 전환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그 출발점은 우리경제와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규제완화가 꼽힌다. 경제민주화가 일부 기업에 대한 규제에만 초점이 맞춰지면 사실상 경기전반에 성장위축을 가져와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이 더 큰 고통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하고 성장하면서 세계 경기둔화를 극복할 경쟁력을 확보할 때 기업의 투자 확충, 고용·소득 개선을 통한 가계여건 개선, 소비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성장 선순환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건전한 시장질서를 유지하면서 기업들이 창조적인 활동을 촉진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경제민주화 추진 과정에서 방법이 지나쳐 과잉규제로 넘어간 부분도 있고, 반기업 정서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며 “경제민주화는 기업의 규제보다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하면서 성장을 도와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현상철 기자 hsc329@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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