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소현이 첫사랑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런데 전형적인 첫사랑은 아니다. 놀랍다. 뽀얀 피부에 붉은 입술이 아닌 검은 피부에 당찬 성격의 수옥으로 변신해 도경수(디오)의 첫사랑이 되었다.
김소현은 데뷔 9년차 배우다. 다수의 드라마, 영화를 통해 나이답지 않게 당찬 연기를 보여온 김소현에게 2015년은 남달랐다. SBS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신세경 고교시절로 분하며 인상적인 모습을 각인시킨데 이어 MBC ‘후아유-학교2015’에서 1인2역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이제 ‘아역배우’가 아닌 ‘여배우’가 더 어울리는 김소현이다. 그런 그가 영화 ‘순정’(감독 이은희)에서 범실(도경수 분)의 아련한 첫사랑 수옥으로 분했다.
‘순정’은 라디오 생방송 도중 DJ에게 도착한 23년 전 과거에서 온 편지를 통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애틋한 첫사랑과 다섯 친구들의 우정을 그린 로맨스 감성드라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만난 김소현은 올해 열아홉이지만 ‘순정’의 주연배우로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왜 연기를 하는지, 또 왜 수옥을 만났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지금 대화를 나누는 배우가 열아홉인지 스물아홉인지 헷갈릴 정도로 김소현은 당찼고 똑똑한 배우였다.
‘순정’ 속 수옥을 김소현이 연기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김소현을 만난 후 그런 상상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소현 만큼 연기의 동기를 확실히 알고 움직인 배우가 또 있을까. 장담컨대 열아홉의 나이에 이처럼 학문적인 진지한 접근이 가능한 여배우는 없으리라. 그래서 더 흥미로운 대화였다.
Q. ‘순정’ 속 수옥 역할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A. 어려웠다. 대본을 보고 수옥이의 선택들을 모두 이해하지 못했다. 왜 이런 선택을 했고, 무슨 생각을 하는 친구일지 궁금했다. 도통 이 친구가 가지고 있는 마음을 모르겠더라. 그래서 초반부터 잘 잡아가려 노력했다. 밝은 장면도 그냥 웃으며 넘어가지 못하겠더라. 수옥이 가진 감정과 고민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Q. 감정적으로도 그렇지만 더워서 고생했을 것 같다
A. 촬영 당시 정말 더웠다. 햇빛에 많이 탔다. 계속 썬크림을 바를 수가 없어서 우산을 쓰고 대기했다. 화장실에 가는 것도 마땅치 않아서 불편했다. 더운 날씨탓에 촬영 도중 탈수가 와서 링거를 맞았다. 스태프들과 배우들 모두 지치다보니 신나게 연기할 수 없어 힘들었다.
Q. 고흥에서 고생했겠다. 첫 촬영이 기억나나
A. 첫 촬영이 감정씬이라 중요한 장면이었다. 처음 만나 어색해서 고생했는데 감독님께서 손을 잡고 있으라고 주문하셨다. 처음에는 어리둥절 해서 은근 슬쩍 손을 뿌리쳤더니 다시 잡으라고 하셨다.(웃음) 감독님께서 생각하신게 있었던 것 같다. 점점 어색한게 풀렸다. 나중에는 오랜 친구처럼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Q. 가장 공감가는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
A. 친구들과 함께 노는 장면이 와닿았다. 극중 나이대가 또래라서 그런지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싸우는 장면이 열일곱 다워서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쉬운 일이지만 그 나이대에는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제 또래 친구들 같기도 해서 와닿았다.
Q. 수옥이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A. 순수하다는 것이다. 작은 소녀지만 강인하다. 다리고 아프기에 여리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내면이 강하다. 그렇기에 친구들 앞에서 항상 웃을 수 있는거다. 하지만 친구들이 항상 아픔을 보듬어주고 함께해준다. 그렇기에 수옥이 더 강해질 수 있는거다. 반대로 친구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수옥이가 구하기도 하고 그런 부분이 수옥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Q. 도경수와의 호흡은 어땠나
A. 호흡이 잘 맞았다.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했지만 이후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라는 말 없이도 호흡이 좋았다. 나이차이가 나는 점이 걱정도 되었지만 촬영에 들어가니 열일곱 범실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범실이 대하듯이 연기했고, 편했다.
Q. 우산 키스장면이 화제가 되었다. 촬영 할때는 어땠나
A. 대본으로 볼 때부터 좋았다. 이런 장면이 탄생할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어쭤봤더니 설명을 해주셨다. 촬영한 후 화면으로 보니 왜 감독님께서 우산키스 장면을 뚝심있게 고집하셨는지 알겠더라. 촬영 할 때는 슬펐다.
Q. 도경수의 엑소 팬들이 무서웠겠다
A. 팬들이 질투나는 것은 당연하다.(웃음) 진한 장면이 아니라 천만 다행이었다. 팬들께서도 수옥이 입장에서 함께 느껴보셨으면 좋겠다. 수옥이와 범실이의 감정을 이해하면서 보신다면 감정 이입이 잘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2016년 첫사랑의 아이콘 자리를 노리는 거냐
A.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다. ‘순정’의 수옥이는 기존 첫사랑의 아이콘과는 차이가 있다. 여자인 길자한테도 사랑을 받은 친구다. 남녀불문 사랑할 수밖에 없는 예쁨이 있다. 그건 수옥이가 순수하기 때문이다. 솔직하고 순수한 매력을 잘 살려 강하고 예쁜 배역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
Q. 꿈꾸는 첫사랑이 있나
A. 서로 많이 좋아했으면 좋겠다. 짝사랑은 아프고 힘들 것 같다. 가장 이상적인 첫사랑은 한눈에 반하는 사랑이다. 서로 비슷한 시기에 좋아졌으면 좋겠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수옥이와 저의 접점을 만들며 함께 느끼며 촬영했다. 수옥이와 범실이의 감정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저 또한 설렜다. ‘순정’을 찍으며 첫사랑을 경험한 느낌이었다.
Q. 앞으로 배우로서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기를 원하나
A.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사이코패스처럼 강한 역할도 해보고 싶고, 발랄하고 천방지축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다. 성인이 되어가며 연기적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려 시청자들이 저런 모습도 있구나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면을 보여드리고 싶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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