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첫사랑이었다.
첫.사.랑. 세 글자에 가슴이 뛰지 않는 이가 있을까. 누구나 떠올리면 눈가가 시큰해지는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던가. 그래서 더 아름답고 그리운 첫사랑이다.
영화 ‘순정’(감독 이은희)은 첫사랑이라는 소재를 소비하지 않는다. 순정, 순수한 감정이나 애정을 이르는 말이다. 영화는 순정을 다해 첫사랑을 품는다. 한 때 지나간, 그렇기에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버렸다 라는 상투적인 접근도 거부한다. 이은희 감독은 착한 시선으로 고흥의 한 마을을 들여다본다. 이 시선은 시점이 1991년에서 2016년에 이르기까지 계속 유지된다.
2016년 라디오 DJ 형준(박용우 분)은 편지 한 통을 받는다. 바로 23년 전 첫사랑 수옥(김소현 분)이 보낸 편지. 형준은 수옥이 쓴 편지를 읽으며 기억 속 1991년 고흥 섬마을로 젖어든다.
1991년 수옥과 범실(도경수, 디오)은 늘 함께였다. 무뚝뚝한 시골청년 범실은 수옥에게 언제든지 넓은 등을 내미는 순수한 청년이다. 넉살 좋은 장난꾸러기 소년 개덕이(이다윗 분)와 마라톤 선수를 꿈꾸는 꺽다리 산돌(연준석), 주근깨 빼빼마른 말괄량이 길자(주다영 분)까지 고흥 5인방은 언제나 함께였다.
여름방학을 맞아 합체한 5인방은 서로의 집에 수저가 몇 벌인지 알만큼 막역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만난 이들은 함께 모여 닭백숙을 먹고 노래자랑에 나가며 추억을 쌓아간다. 수옥을 향한 범실의 마음도 쌓여간다.
영화는 착하다. 마치 MSG를 전혀 첨가하지 않고도 깊은 맛이 나는 사골 같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시골에서 청춘을 보내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청춘이 스크린에 펼쳐지는 것. 시골에서 청춘을 보낸 관객이라면 공감은 배가된다.
‘순정’의 백미는 우산키스다. 관객의 가슴 속에 영화 속 명장면으로 기억되며 진한 여운을 품는 키스장면이 ‘순정’에도 있다. 바로 도경수와 김소현의 우산키스. 영화가 착한 시선으로 인물을 품으며 순정을 역설하는데, 우산키스는 화룡점정을 찍는다.
또한 ‘순정’은 2016년 훌쩍 커버린 이들의 현재를 비추며 오늘날 우리의 시점에서 추억을 되새긴다. 꿈과 이상, 현실과 과거 사이를 물살을 가르듯이 부드럽게 연결지어 영화를 아름답게 완성시켰다.
도경수, 김수현, 연준석 등 10대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을 지닌 배우들이 등장하지만 2016년 현실을 비추며 향수를 전하고 순정의 의미를 되새기는 점은 3040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끌기에 충분하다.
과거와 현실을 잇는 라디오는 아날로그의 상징이다. 이는 ‘순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개가 된다. 극 후반부 설정에 설득력이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지만, 부담을 안길 정도는 아니다.
또한 황석정과 박정민의 특별출연은 신의 한 수다. 최선을 다한 연기로 제 몫을 하고 작품을 위해 검은칠을 마다않고 섬에서 고된 촬영을 견딘 젊은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영화는 오는 24일 개봉. [사진=리틀빅픽쳐스]
이이슬 기자 ssmoly6@
관련태그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ssmoly6@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