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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글로벌 스탠더드’ 강조

[재계의 선택]이재용의 ‘글로벌 스탠더드’ 강조

등록 2016.03.29 10:08

수정 2016.03.29 11:01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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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각과 맞지 않는 현안 과감히 개혁임원 집무실 없어지고 과도한 의전 사라져파격적 실험도 좋지만 한국 문화 감안해야

이재용의 ‘글로벌 스탠더드’ 강조 기사의 사진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의 삼성전자 북미법인 사옥에는 다른 지역의 삼성전자 현지법인 사옥과 비교할 때 없는 공간이 있다. 바로 임원들이 일하는 별도의 집무실이다. 북미법인 사무실에서는 임원들도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칸막이 없이 일한다.

북미법인 사무실에서 임원 전용 집무실을 없앤 사람은 삼성의 실질적인 대표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이 임원 집무실을 없앤 이유는 ‘수직적인 조직 문화는 글로벌 스탠더드(세계적인 표준)에 맞지 않는다’는 것 딱 하나였다.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각종 변화의 핵심 정신은 바로 ‘글로벌 스탠더드’다. 우리의 시각이 아니라 세계인의 시각에서 볼 때 현재의 트렌드와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에 대해 과감히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이른바 ‘이재용식(式) 글로벌 스탠더드’인 셈이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현실에 적용된 사례에는 몇 가지가 있다. 앞서 언급한 실리콘밸리 임원 집무실을 비롯해 주 40시간 내에 자신이 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플렉서블 근무 체제(유연근무제)’도 글로벌 스탠더드의 사례로 볼 수 있다.

고위 임원들에 대한 과도한 의전을 없앤 것도 글로벌 스탠더드의 반영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임원에 대한 과잉 의전이 비효율적인 일인데다 자칫 다른 이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삼성에서는 ‘의전’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실상 사라졌다.

비주력 사업의 과감한 정리도 이재용식 글로벌 스탠더드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세계 각국의 기업 중 잘 나가는 기업은 특출한 능력을 보유한 특정 사업에만 집중할 뿐 그 이외의 사업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점을 삼성이 감안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부회장이 과거의 관행을 과감히 끊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변화의 잣대로 내세우는 이유는 뭘까. 정답은 그가 삼성의 대표로 나선 이후 꾸준히 강조해 온 ‘실용경영’에 있다.

이 부회장은 내일의 삼성이 오늘보다 더 발전하려면 경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최선의 대안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면 기존에 시행되던 모든 일들에 대한 재고(再考)가 필요했다. 그 결과 세계 시장의 시각에서 볼 때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대부분 경영 효율성의 저하와 연결된다고 판단됐다. 그동안의 혁신은 이러한 판단에 입각한 것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재계 안팎의 관심은 글로벌 스탠더드 정신에 입각한 삼성의 변화가 어디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있다. 특히 삼성 내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변화를 눈여겨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6월까지 조직 문화 개혁안을 논의한 뒤 전사적으로 이를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다수의 금융 계열사가 조직 구조를 수직적 형태에서 수평적 형태로 바꾼 상황에서 삼성전자까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문화를 택할 경우 다른 계열사에도 이 문화가 퍼질 가능성은 자명한 진리다. 변화가 오는 것은 확실하다. 언제 변화가 반영되느냐가 관건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이재용식 글로벌 스탠더드 적용에 대해 우려를 보내고 있다. 세계 시장의 시각과 우리 시장의 시각은 분명히 다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지나치게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하거나 이상향에 가까운 변화를 꾀한다면 역효과를 창출할 것이라는 것이 일각의 우려다.

20여년 전 이건희 회장이 시행했던 7·4근무제(오전 7시 퇴근·오후 4시 퇴근)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사장됐던 옛 사례가 이같은 우려의 증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세계적인 기업에 걸맞게 회사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이 부회장의 신념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면서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한 파격적 변화도 중요하지만 한국식 자본주의와 사회 환경에 맞는 적절한 혁신이 현재 상황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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