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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최치훈·박영식···주택협회장 기피 이유는

정수현·최치훈·박영식···주택협회장 기피 이유는

등록 2016.03.31 07:37

수정 2016.03.31 09:03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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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형 정···해외현장 행보 분주
업계 1위 최···삼성 대외활동 소극적
주택강자 박···연임 이슈, 주가부양 올인

“저라도 회장직 안할거 같아요.”(한국주택협회 고위 관계자)

최근 박창민 회장(현대산업개발 고문)이 돌연 사퇴하면서 대형건설사 모임인 한국주택협회 회장 자리가 장기공석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협회 부회장급 인사들이 대부분 고사하고 있는데다, 업계 맏형들로서 고급 브랜드까지 앞세워 대규모 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정수현 현대건설 사장·박영식 대우건설 사장 등 이른바 빅3 건설사 대표이사들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경영인들인 탓에 그룹 오너·대주주의 눈치를 봐야하고, 사실상 월급도 전혀없는 회장직을 사치스런 ‘과욋일’로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협회측이 ‘고육지책’으로 협회장 공모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국내·외 경영행보만으로 24시간이 모자란 각사 대표들이 선뜻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아 주택업계의 고민도 함께 깊어지고 있다.

◇협회장직 공모 ‘고육지책’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출처=현대건설)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출처=현대건설)

대형건설사 모임에서 대형건설사 대표들이 협회장직을 고사하고 있다. 실제 협회측이 10대 건설사 대표들을 중심으로 러브콜을 띄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협회장직 수락 가능성은 낮다. 협회측이 출범 이래 최초로 ‘11대 주택협회장직’ 공모 절차를 밟고 있는 것도 사실상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박창민 회장이 사퇴의사를 밝힌 이후로 협회측에서 부회장급(4명)들에게 회장직을 요청했으나 사실상 모두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기전 한신공영 사장, 경재용 동문건설 회장, 차천수 진흥기업 사장 등 대부분 부회장들이 자신들의 기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있는데다 사실상 중견 건설사 대표로 그동안 대형 건설사들이 도맡다시피 한 주택협회 수장직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5대 회장 이후 10대 주택협회 회장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현대건설·대우건설·현대산업개발 등 주택사업을 대규모로 펼치는 대형 건설업체 사장이 회장직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협회측이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대형건설사 대표들에게 협회장직 수락 의향을 물었으나,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개 이사회에서 추대를 통해 회장을 뽑던 관례를 깨고, 공모절차를 밟고 있는 것도 협회장 공석 타개를 위한 고민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월급 조차 없는 봉사직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출처=삼성물산)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출처=삼성물산)

주택협회 회장 자리는 장기공석으로 남아있을 확률이 높다. 래미안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등 고급 브랜드를 앞세워 국내 주택시장을 석권하는 있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유력 건설사 대표이사들이 대부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다.

대표적인 인물이 업계 맏형인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이다. 지난해 힐스테이트 아파트를 대거 분양하고,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THE H)’도 론칭하면서 의욕적으로 주택사업을 이끌었지만 협회장직은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사장이 챙겨야하는 해외현장만 50여곳에 이른다. 현장행보만으로도 바쁘다. 협회 활동까지 나설 여력이 남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 1위인 삼성물산을 진두지휘하는 최치훈 사장도 마찬가지다. 삼성그룹 자체가 대외활동에 소극적이고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까지 맡아 회사 경영에 몰두하고 있기때문이다.

6년 연속 국내 주택공급 1위를 기록중인 대우건설을 이끄는 박영식 사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주주인 공공금융기관 산업은행을 주인으로 모시고 있다보니 외부활동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특히 오는 7월 임기가 만료되는 그는 연임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액면가(5000원) 근처에서 정체돼 있는 주가 부양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10대 건설사 사장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다수가 전문경영인으로 임기가 만료되거나 만료가 임박한 상황인 가운데 복잡한 그룹사 내부 사정으로 협회측의 집요한 러브콜에도 쉽게 응하기 어려운 처지다. 대부분 각 사별로 대표 임기도 있다보니 협회장까지 맡기가 버겁다는 의미다.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출처=대우건설)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출처=대우건설)

주택협회장직이 따로 급여가 없다는 점도 매력이 떨어지는 요인 중 하나다. 사실상 명예직·봉사직에 가깝다는 얘기다. 급여나 업무추진비, 차량 등 따로 지원되는 게 거의 없는 상황임에도 대외활동을 통해 주택업계의 목소리와 애로사항을 정부(국토교통부)·정치권에 적극 전달해야하는 막중한 임무가 부여되다보니 희망자를 찾기 어려운 것. 다시 말해, 봉사직에 가까운 일을 기껏해도 돈 한 푼 못 받고, 혹여 안팎에서 욕 먹을 가능성이 적지 않은 회장직을 굳이 나서서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총선 이후 정치권과 교류해야 하는 사안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회장 공석은 업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사들(회원사 대표)의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고, 업계를 포용하고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있는 내공을 갖춘 인사가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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