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어깨, 짐을 내려놓은 모습이 한결 편해보였다. 송일국은 여느 때보다 부담감 없는 태도로 기자들 앞에 앉았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송일국은 호탕했고 솔직했다. 이런 사람이 노비에서부터 궁에 들어가기까지에 이르게 되는, 신분을 넘나드는 장영실을 맡아 연기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송일국 역시 처음 배역 제의를 받았을 때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출연 제의가 왔을때 제가 더 놀랐어요. 어떻게 저를 캐스팅할 생각을 하셨나고 감독님께 되물었죠. (KBS1 대하드라마 '장영실' 캐스팅은)아기들이 준 선물 같아요. 그 전에는 선 굵은 역할 만하다가 장영실과 같은 기존 이미지와 완전히 다른 역할을 맡게 된 거잖아요. 개인적으로는 빨리 드라마가 끝나서 아쉬웠죠"
송일국에게 '장영실'은 그간 출연했던 사극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편하게 찍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역시 쉬운 촬영이란 쉽지 않은 법.
"작가님이 한 사람에게 대사를 몰아주시는 스타일이에요. 찍다보면 한 씬이 열 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죠. 솔직히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요(웃음) 전문용어도 많아 대사가 안 외워져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또 아이들 태어나고 첫 작품이었는데 집에 와도 제 온전한 사간은 없고 애들 뒤치다꺼리 다 하고 대사를 외우려 했으니 잘 외워질 리가 없었죠"
송일국은 당대 최고의 과학자였던 장영실을 연기했다. 그 느낌에 대한 송일국의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세종대왕을 만났기 때문에 장영실이 있었어요. 태종이 발탁을 했지만 시대를 앞서나간 천재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 면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특히 후일 이야기는 사료에 남은 것은 없어서 어떻게 마무리를 할지 저 역시 궁금했어요"
'장영실'은 KBS가 국내 최초 과학드라마를 표방한 작품이었다. 송일국은 주인공을 맡았고 그에 따른 부담감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부담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실제론 감독님이 제일 힘들어하셨어요(웃음)저는 재미있었어요. 제가 뭔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그림들도 많았고. 액션도 있었고요. 앞에 말했던 것처럼 암기를 하다하다 안되서 커닝까지 한 것 빼고는요(웃음)"
그렇다면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의외로 그 답은 엉뚱한 곳에 있었다. 송일국은 극중 세종대왕으로 출연했던 김상경과의 브로맨스를 꼽았다.
"남자간의 멜로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어요. 김성경과는 나이도 비슷한데 계속 눈 마주치는게 민망해서 죽는 줄 알았죠"
'장영실'을 준비하면서 송일국은 많은 것을 배우고 즐겼다고 밝혔다. 그런 송일국이 꼽은 신의 한수는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잘 다룬다는 자신의 장점이었다.
"'장영실'에는 제가 좋아하는게 다 들어있었어요.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자격루 작동원리를 아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이기도 했어요. 감독님이 저에게 다행이라고, 본인이 기계치라 잘 다루지 못하는데 제가 잘 해줘서 다행이라고 하시더라구요. 덧붙이자면 체력도 뒷받침돼서 좋다고 하셨죠. 편집기사 분은 '세상에 이렇게 살찐 노비가 어딨냐'며 '(노비가) 너무 잘 먹었나봐'라고 하셨대요(웃음)"
그런가하면 '장영실'에는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국민적 사랑을 받은 송일국의 삼형제, 대한, 민국, 만세가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아기들은 제가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더라구요. 엄마는 법원에 가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저는 뭘하는지 모르는 것을 보고 제가 일하는 현장을 보여주고 싶어요. '슈퍼맨' 조연출이 제의를 했고 원래 옷만 입히고 끝나는 것이었는데 감독님이 한번 촬영해보자고 하셨죠. 근데 놀랐어요. 애들이 너무 크게 나와서"
당시 삼형제가 나온 후 파급효과에 대해 송일국은 "초반에 생각지도 못하게 애들로 드라마 홍보가 많이 됐어요. 거지 분장 효과가 커서 사람들이 재미있게 봐주셨어요. 감사한 일이죠"라고 밝혔다.
'장영실'은 "아이들과 함께한 첫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하는 송일국. 그의 마지막 말에선 작품에 관한 애정도 묻어났다. '사극의 본좌'라는 타이틀이 영광스럽다는 그를 다음엔 또 어떤 작품에서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금아라 기자 karatan5@
뉴스웨이 금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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