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안츠생명 헐값에 꿀꺽···‘35억’ 매각가격에 ‘충격’
지난해 동양생명을 인수한 중국 안방보험그룹이 이번에는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35억원이라는 ‘헐값’에 인수하기로 했다. 당초 예상했던 2500억원 수준에 훨씬 못미치는 충격적인 가격이다. 이로써 안방보험은 1년만에 한국 보험사 두 곳을 품에 안게됐다. 안방보험은 한국시장에서 보험사 뿐 아니라 은행, 캐피탈과 전업카드사 등 추가적인 M&A도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에 이어 알리안츠생명을 추가로 사들이면서 단숨에 국내 생명보험업계 5위 자리를 꿰찬다. 알리안츠생명과 동양생명(22조5709억원)의 자산을 합치면 39조2219억원으로,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NH농협생명에 이어 업계 5위가 된다. 다만 안방보험은 당분간 두 회사를 별도로 경영하면서 중복 사업 조정과 인력 구조조정 등을 진행하며 합병 시기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매각가격 단돈 '35억' 금융업계 충격 = 안방보험의 알리안츠생명 인수가격은 국내 금융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2000억~3000억원의 수십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안방보험 측은 7일 알리안츠생명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300만달러의 가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300만 달러는 원화로 약 34억80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안방보험은 알리안츠생명을 인수와 동시에 자본확충을 위해 8000만달러(약 930억원)를 투입해야 한다. 사실상 1000억원 정도를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알리안츠생명은 자본확충이 시급하고 영업망이나 조직 문화 등이 무너져 회사가 완전히 망가진 상태라 매각 가격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안다”며 “안방보험 측에서 예상했던 가격보다 훨씬 못미치는 수준일 것이라는 귀띔은 있었다. 아직 실사는 진행되지 안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알리안츠 측은 하루라도 빨리 한국법인을 처분하고 싶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동양생명을 인수한 전력이 있는 만큼 대주주 승인을 받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자산이 16조6천510억원으로 생명보험업계 11위에 해당하는 기업이 ‘헐값’에 팔려나가자, 금융업계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저금리로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2020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 부담까지 겹치면서 한국시장을 철수하기로 한 것 같다”면서 “구체적인 가격 실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35억이라는 헐값에 매각이 이뤄진 만큼, 기업이 완전히 망가진 상황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안방보험의 알리안츠생명 인수절차가 끝나더라도 당장 동양생명과 통합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중복 사업과 인력 구조조정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했기 때문이다.
◇알리안츠생명, 구조조정은 불가피 = 독일 알리안츠그룹은 1999년 당시 국내 4위 생명보험사인 제일생명을 인수해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설립했다.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은 지난해 말 기준 총 자산이 16조6510억원으로 업계 11위 보험사다. 알리안츠그룹은 이 법인을 인수하고 지금까지 증자 등을 포함해 약 1조3000억원이나 쏟아부었지만, 그동안 배당금으로 거둬들인 금액은 1600억원에 불과하다. 결국 투자금을 거의 다 까먹고 17년만에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하기로 했다. 지난해 알리안츠생명은 10년래 최악인 870억원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채권을 팔아 64억원의 이익을 낸 2014년을 제외하면 2012년부터 작년까지 적자 연속이었다.
현재 알리안츠생명은 1167명의 임직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3344명의 설계사가 소속돼 있다.
알리안츠생명이 한국시장에서 실패한 이유로는 신규시장 미개척, 고금리 상품 판매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노조와의 불협화음도 크게 한몫했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잇따라 경영을 맡은 세 명의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는 수익성 악화 속에서도 노조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았다.
월 통상임금의 최대 3개월치를 매년 쌓아주는 퇴직금 누진제 역시 회사엔 큰 부담이었지만 노조의 강성에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그대로 안고 갔다. 결국 2013년 514억원의 적자를 본 뒤에야 퇴직금 누진제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선할 수 있었다. 퇴직금 누진제 덕분에 2013년 말 실시한 희망퇴직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은 수억원씩 받아 가기도 했다.
앞으로 안방보험이 보험업계에서 강성이라고 평가를 받는 알리안츠생명 노조와 관계 설정을 어떻게 처신할지도 주목된다. 그동안 알리안츠생명은 노조의 반대에 밀려 경영난에도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제대로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안방보험, 한국 금융사 인수 호시탐탐= 금융권에선 안방보험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국내 보험사 매물이 줄줄이 시장에 나오기 때문이다. PCA생명과 ING생명, 산업은행 자회사인 KDB생명 등이 매물로 나왔거나 매각을 준비 중이다. 시장에선 안방보험이 ING생명 인수에 관심이 있다도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보험사 뿐 아니라 은행, 캐피탈, 카드사, 저축은행 등에도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안방보험이 한국시장의 금융사 인수를 통해 향후 금융지주사로 전환도 검토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안방보험을 비롯한 차이나머니의 거침없는 공세를 바라보는 국내 금융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침체된 금융시장에 활력을 넣어줄 수 있다는 시각과, 향후 국내 금융업계가 중국 자본에 잠식 당할 수밖에 없어 우려가 크다는 시각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막대한 자본력이 국내에 들어오면 침체기인 보험시장이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에 부담을 느끼는 보험사가 앞으로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를 인수할 곳은 중국 금융사가 아니겠냐”고 내다봤다.
반면 또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내 알짜 보험사들이 중국 기업 손에 줄줄이 넘어가면 결국 국내 보험업계가 중국 자본에 잠식당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안방보험은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 사위인 우샤오후이 회장이 2004년 세운 보험사다. 생명보험과 자산관리 등 종합보험과 금융사업을 하며 중국 내에서는 5위권, 전 세계 10위권 안팎의 종합 보험사로 알려져 있다. 특히 국가와 업종에 국한하지 않고 활발하게 M&A에 나서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2014년 뉴욕 맨해튼의 최고급 호텔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사들였고 한국에서는 우리은행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이지영 기자 dw0384@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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