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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추억···기업 죽이는 구조조정 안 된다

[한계업종 구조조정]IMF의 추억···기업 죽이는 구조조정 안 된다

등록 2016.04.26 13:24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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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경제 상황, 19년 전 ‘릴레이 구조조정’과 닮은 점 많아현대전자·기아차 등 정부 주도 속 새 주인 찾아 환골탈태옛 대우 계열사, 돌고 돌아 또 다시 구조조정 소용돌이로政, 기업 체질 살리는 정책 필요···표적 구조조정 없어야

정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한계업종 구조조정을 보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도래 이후 행해졌던 초대형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와 비슷한 점이 많다.

1997년 당시 우리 경제의 상황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였다. 우리 경제는 1980년대 세계 어느 나라에서 볼 수 없던 고속 성장을 이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성장의 한계를 맞았다. 더불어 다량의 차입금 조달로 인해 부채비율은 치솟았다.

장·단기 외부 차입금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기업의 이자비용 지출이 늘었고 결국 매출이 늘어나도 수익이 늘지 않는 형태로 경영 환경이 악화됐다. 그 결과 수많은 기업들이 부도를 맞고 쓰러졌다.

1997년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장이던 미셸 캉드쉬 총재는 “이대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며 우리 기업에 대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그 결과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곳곳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정부는 각 기업들로 하여금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짜게 하고 여기에 못 미치는 방안에 대해서는 직접 ‘메스’를 대기도 했다. 이 점은 오늘날의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

당시의 대표적 구조조정 사례가 빅딜이었다. 정부는 당시 삼성, 현대, LG의 3사 구도였던 반도체 시장을 양사 구도로 재편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 결과 정부는 LG반도체의 반도체 사업 권한이 현대전자로 넘어갔다.

그러나 현대전자는 LG반도체를 품고도 얼마 못 가 탈이 나고 말았다. 반도체 시장이 하락세로 접어든데다 사업 투자금을 빅딜에 사용하면서 시설 투자를 제때 하지 못하면서 결국 이것이 자금난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2001년 회사명을 하이닉스반도체로 바꾼 현대전자는 결국 채권단의 손에 넘어갔다. 오랜 고생 끝에 2012년 SK그룹에 인수된 하이닉스반도체는 현재 환골탈태해 그룹의 효자 계열사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러나 이 부활이 있기까지 암흑기는 너무나 길고 험난했다.

기아자동차 역시 1997년 당시 인위적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운 주인을 찾은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기아그룹이 1997년 7월 부도 위기를 맞자 정부는 기아차의 새 주인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결국 자동차업계 1위 회사였던 현대자동차가 새 주인으로 낙찰됐고 이듬해 10월 부채 7조1700억원을 떠안는 조건으로 기아차 주식 51%를 인수했다.

빅딜 당시만 해도 업계 관계자들은 기아차의 부활을 믿지 않았다. 워낙 부채가 많은 기업이었고 현대차와 기아차가 중복 차종이 많았던데다 기아차의 부활을 위해 현대차가 공격적 투자를 집행할 경우 현대차도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안팎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아차는 현대차 인수 후 환골탈태했다. 적자였던 실적은 인수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법정관리 체제도 부도 후 22개월 만에 벗어났다. 자본 잠식 상태였던 재무 상태 역시 빠르게 회복됐다. 이후 기아차는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발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정부 주도의 인위적 구조조정이 긍정적 영향을 준 사례도 있지만 부정적 영향을 끼친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우그룹 계열사들이다.

대우자동차를 비롯해 대우전자, 대우중공업 등은 외환위기 이후 뿔뿔이 흩어졌다. 이들 기업은 인적 조정 이후 대량 실업 사태를 겪으면서 크고 작은 홍역을 치렀다. 정부가 나서서 새 주인을 찾았지만 이들 기업의 현재 상황은 여전히 밝지 못하다.

대우자동차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인수 후 한국GM으로 바뀌었지만 거액의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대우중공업의 후신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대우조선해양은 오늘날 대대적인 구조조정 없이는 생존을 논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게 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수많은 기업의 흥망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얻은 교훈이자 최선의 대안은 자발적 체질 개선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는 방법”이라며 “정부는 기업의 체질을 살리도록 돕는 정책을 펴면서 구조조정이 기업을 죽이는 일로 변질되지 않도록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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