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업 위기는 정부 늑장대응도 책임” “국내 선박 발주 장려해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조선·해운업이 실적 부진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둔 가운데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조선·해운업이 현재의 상황에 이르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년간 전세계에 걸쳐 불황의 조짐이 나타났음에도 우리 정부가 늑장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유럽과 중국·일본의 경우 해운업에 대한 위기가 점쳐지자 자국 업체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했다. 그 결과 나라별 해운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덴마크는 머스크에 67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프랑스에서도 CMA-CGM를 지원하고자 채권은행과 국부펀드·민간은행이 나섰다.
중국은 국영선사에 대규모 자금을 제공하는 한편 노후선박을 교체할 때 가격의 절반까지 지원하는 대책도 제시했다. 일본 역시 해운업체가 저금리로 1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도록 도왔다.
반면 국내에서는 해운업에 대한 지원이 미비했다는 평이다. 정부가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를 통해 금융지원 조건을 내걸었지만 국내보다 해외업체에 혜택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결국 선박 건조 등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조선업으로 번졌다. 업계에서는 조선업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을 수주 부진으로 꼽고 있는데 자국에서 일감을 따내지 못하는 점도 부진에 일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조선업은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해외 수주에 의존하고 있어 같은 위기 속에서도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분석이다. 올 초에도 중국과 일본 조선업계는 자국 물량을 통해 일감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특히 중국 조선업계는 올 1분기 전세계에서 발주된 선박 중 49%를 따냈고 이 중 대부분은 자국에서 나온 물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해운업의 선박 발주에서부터 시작되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조선·해운업이 공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일본 조선업계가 과거 구조조정을 거친 후 친환경 선박 부문에서 우리나라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점을 들어 무분별한 인력 감축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운과 조선업계가 위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향의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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