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없이 못 버티는 석탄공사향후 직원감축 등 ‘단계적 구조조정’‘폐업’ 다음 정부로 미룬 ‘어정쩡한 대책’
석탄공사의 폐업은 정부가 에너지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할 때부터 예상돼 왔다. 1990년대부터 하향의 길을 걸은 석탄공사는 2004년부터 자본잠식이 이어지고 있다. 350여개에 달하던 탄광은 최근 5곳 밖에 남지 않았다. 부채 1조6000억원, 지난해 6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 얼마나 심각한가
석탄공사는 1950년 자본금 1000만원, 9개 광업소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석탄수급을 담당해 왔다. 산업화를 이끌고 ‘국민연료’ 연탄으로 항상 우리 옆에 있어 왔다.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을 펼치기 전까지 전국에 347개에 달하는 탄광이 있었다. 이 때 많은 탄광들이 문을 닫은 이후 현재 석탄공사 산하 3곳(장성·도계·화순광업소), 민간 2곳(경동·태백광업소) 등 5곳의 탄광만 남게 됐다. 이유는 연탄을 중심으로 석탄소비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1986년 2425만톤에 달했던 석탄소비는 30년 후인 2015년 148만톤으로 줄어들었다. 석탄공사 근로자 수도 1988년 1만3060명에서 지난해 1368명으로 감소했다.
석탄공사의 사정도 점차 악화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에 앞장선 자원3사와 달리 석탄 사용 필요성이 점차 흐릿해지면서 적자가 쌓이게 됐다. 1989년부터 석탄소비가 꾸준히 줄어든 탓에 2003년에 이르러 부채가 9312억원까지 불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현재 1조5989억원의 부채를 지고 있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적자가 자본금을 갉아먹는 자본잠식이 이어지고 있는 석탄공사는 매년 700억원 정도의 당기순손실을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62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정부가 금융부채 이자비용 355억원 등 총 875억원을 지원하는 등 매년 정부의 지원으로 근근이 버텨오고 있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매년 2000억원 가량을 생산보조금 형태로 지출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석탄소비 감소지만,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연탄 가격도 한 몫 하고 있다. 석탄을 캘수록, 연탄을 판매할수록 적자규모가 커진다는 의미다. 연탄 한 장의 생산단가는 950원이지만 판매가격은 500원이다. 차액인 450원은 정부가 지원하는 생산보조금이다.
◇ ‘신규채용 중단-연탄가격 인상’···정부 폐지 수순
정부는 이러한 석탄공사를 완전히 폐업시키지 않기로 했다. 대신 연탄가격을 올리고, 정원의 단계적 감축과 신규채용을 중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3개 탄광에서의 석탄 생산량도 줄이고,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
정부는 채광여건 악화에 따른 생산원가 상승 등으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자본잠식과 영업적자가 누적된 데다, 현행대로 석탄공사 운영을 유지할 경우 영업손실 누적으로 국가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하반기 중 석탄과 연탄가격 현실화 방안을 마련한다. 석탄공사의 연차별 감산·감원계획을 하반기에 수립해 내년부터 본격 돌입한다.
석·연탄가격 인상은 수요관리를 위해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2020년까지 연탄 제조 보조금을 폐지하기로 지난 2010년 G20 국가이행보고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연탄에 지원하던 450원을 폐지하겠다는 것인데, 이 경우 연탄가격은 최대 2배 가량 인상된다.
현재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는 16만8000가구로 대부분이 에너지빈곤층이다. 정부는 영세한 8만 가구에 약 300장의 연탄을 구입할 수 있는 액수인 16만9000원의 연탄쿠폰을 지급하고 있다. 연탄쿠폰 지원액에 연탄가격 인상분을 추가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 어정쩡한 ‘단계적 구조조정’···‘폐업’ 비판은 다음 정부로
당초 폐업이 유력했던 석탄공사는 결국 ‘단계적 구조조정’ 수순을 밟게 됐다. 사실상 정부가 한 발 물러난 타협안을 내놓은 것이다.
폐업계획이 알려지면서 노동조합의 총파업 예고와 해당 지자체의 반대가 거셌다. 아직 연탄 사용 가구가 적잖은데다 국내에서 유일한 부존자원 생산의 생산·공급 책임이 작용하기도 했다. 노조는 정부의 구조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하고 예고했던 총파업 등의 투쟁을 철회했다.
문제는 석탄공사의 폐업이 차기 정부나 차차기 정부 때 현실화된다는 점이다. 현 정부에서 폐업을 미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석탄공사 직원들 중 수년 안에 정년이 되는 직원이 많고, 신규직원까지 채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조직이 줄어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한 에너지공기업 관계자는 “단순히 연탄쿠폰 액수를 늘려주는 데 멈추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에너지빈곤층 대책이 전제된 후 (석탄공사에 대한)구조조정이나 폐업을 진행해야 했지만, 정부가 너무 성급히 방안을 마련하려다 어정쩡한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세종=현상철 기자 hsc329@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hsc329@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