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일본車와 본격적 경쟁 위해 제네시스·에쿠스 통합 통큰 결단EQ900 국내외서 호평 판매량 응답프리미엄 브랜드 가능성을 현실로
5월까지 판매된 EQ900은 1만4089대로 6월에 2100여 대만 판매되면 2009년 세웠던 국산 초대형세단 최다 판매기록 1만6234대을 불과 6개월 만에 넘어선 것. EQ900는 올해 들어 월평균 판매량이 2818대로 이어져 사실상 최고 대형 세단으로 자리는 굳힌 격이다. 이달 출시한 G80에 대한 관심 또한 심상치 않다. 제네시스 G80의 사전 계약 물량이 1만대를 넘어선 것. 지난달 13일부터 사전 계약을 받기 시작한지 영업일 기준 17일 만이다.
G80 인기에 대해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EQ900에서 검증된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G80으로 이어진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런 기세라면 EQ900과 G80의 제네시스 브랜드는 매달 5000~6000대가 판매로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네시스에 따르면 지난 6월 EQ900 3025대, 제네시스(DH) 2711대가 판매됐다. 두 차종을 합한다면 총 5736대다. 판매 가격과 신생 브랜라는 리스크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현대차그룹 내에서는 판매 효자로 불릴 정도다.
현대차 판매 비중이 높은 그랜저 6412대, 소형 SUV 투싼6549대의 판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특히 G80의 판매 성과는 눈부시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의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E-클래스는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확고한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 지난해 E-클래스 연간 판매량이 1만8000여 대임을 감안한다고 해도 이달 초까지 G80의 사전계약은 1만1200명으로 연말까지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제네시스의 놀라운 비상은 이미 업계에서는 예견된 것. 2007년 기존 현대차 엠블럼을 벗어난 ‘제네시스’ 엠블럼을 발표할 당시 기존 모델과 차별화된 프리미엄 브랜드 출시를 가늠케 했다. 정몽구 회장의 선견지명은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프리미엄 세단 성공이 예견된 대목이다. 정 회장의 자신감은 ‘품질’로 대표된다. 아무 차량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붙이지 않는다. 철저한 시장 원리에서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상품, 품질, 브랜드의 철학이 깃들어야만 진정한 프리미엄으로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제네시스 엠블럼은 정 회장이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진정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검은색 방패에 은색의 제네시스 로고는 엄숙하지만 경괘한 브랜드 이미지를 담았다. 이와 함께 비상을 알리는 역동적인 날개 형상은 실버 색상으로 마감하며 기존 현대차 로고와의 차별성을 엿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을 대표하는 최상위 브랜드로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진출하기 위한 철학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정몽구 회장의 제네시스 브랜드 성공은 또 하나의 도전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의 필요성은 제기됐지만 과감한 결단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정 회장의 결단은 명확했다. 2007년 1세대 제네시스 출시와 함께 고급화 전략에 따른 단독 브랜드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었다는 것이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의 증언이다.
이미 일본차 대표 브랜드 토요타와의 치열한 경쟁속에서 자신감을 얻은 현대차이기에 ‘현대’로 대표되는 대중 브랜드와 시장 경제 논리에 부합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요구는 결국 글로벌 톱3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기 때문.
이미 토요타는 지난 1989년 자사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 미국시장에 선보였다. 토요타는 이미 1980년 미국 시장에서 중형세단 ‘캠리(Camry)’를 출시와 함께 자동차 업계에서 손꼽을 만한 걸죽한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1975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린 베스트셀링 카로 꼽힐 정도.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성능과 연비, 가격까지 저렴한 차로 토요타 이미지를 구축한 공신이다.
이후 대중차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토요타는 고급차 전략의 일환으로 ‘렉서스’ 브랜드를 론칭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기조는 현대차가 추구하는 제네시스 전략과 흡사하지만 전략 면면을 따지자면 다르다는 것이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렉서스(Lexus)’는 ‘고급스럽다’라는 뜻의 영어 럭셔리(Luxury)와 기준을 뜻하는 라틴어(Lex)를 합쳐 만든 합성어로 브랜드를 지칭한다. 이에 반해 ‘제네시스’ 브랜드는 인간에 대한 예측과 연구를 통한 기술 그 이상의 혁신을 담고 있다. 기존 브랜드가 시도되지 않았던 ‘인간 중심’의 새로운 브랜드로 자리매김을 뜻한다.
이를 통해 안전·편의·커넥티비티(연결성) 기반의 사람을 향한 혁신 기술과 편안하고 역동적인 주행 성능, 동적인 우아함을 지닌 디자인, 간결하고 편리한 고객 경험 등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4대 핵심 속성’을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도모하고자 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다. 올 초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 브랜드를 북미시장에 최초로 공개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가 독립된 브랜드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전시관도 분리했다. 현대차가 특정 차종을 위해 전시관을 나눈 것은 이번이 최초다.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현대차그룹의 화제는 현대 엠블럼을 뗀 제네시스 대형 세단 G90(국내명 EQ900)에 해외 관계자 시선이 집중됐다. 모터쇼에 초대된 산업 및 자동차 관계자는 전시된 G90 외관 뿐 아니라 인테리어 등을 보기 위해 수십 명의 인파가 경쟁하듯 몰린 것.
현지 반응 “놀랍다(Amazing)”, “인상적인 디자인과 디테일에 놀랐다”, “충분히 매력적이다” 등 프리미엄 브랜드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제네시스 EQ900과 G80이 올 3분기부터 미국, 중국 등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제네시스 브랜드 글로벌 공략 전략과 마케팅 수립을 완료한 상태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EQ900과 G80 론칭과 함께 시장에 연착륙한 상황에 업계 및 소비자들의 시선은 이후 출시될 차량으로 쏠리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제품 라인업은 오는 2020년까지 6가지 모델로 출시될 계획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런칭 초기 선보인 대형 럭셔리 세단 ‘EQ900’과 ‘G80’ 이외 향후 5년 동안 4종의 신규 개발 모델이 추가될 예정이다. 추가될 라인업은 중형 럭셔리 세단, 대형 럭셔리 SUV, 고급 스포츠형 쿠페, 중형 럭셔리 SUV 등이다.
제네시스 측은 중형 럭셔리 세단의 경우 후륜 구동 기반의 플랫폼을 적용하며 오는 2017년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2020년까지 대형 럭셔리 SUV, 고급 스포츠형 쿠페, 중형 럭셔리 SUV 등을 공개할 계획이다.
또한 제네시스 브랜드의 조기 시장 안착을 위해 6종의 모델 이 외에 파생 모델 등의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뒷받침할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디자인 정체성을 수립하고 구체화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제네시스 브랜드를 그룹 전략모델로 추진한 만큼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외부 인사 영입과 조직 개편까지도 확정한 것.
정 회장은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총괄 사장을 시작으로 지난해 고성능차 개발을 위해 BMW 출신의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을 영입한 데 이어 이번에 두 명의 글로벌 최고 전문가를 추가로 영입했다. 우선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당시 밝힌 바 있는 벤틀리 전 수석 디자이너 출신의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를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에 임명했다. 또한 람보르기니 브랜드 총괄 임원 출신의 맨프레드 피츠제럴드를 글로벌 고급차 시장 공략을 책임지게 될 제네시스전략담당(전무)에 임명했다.
또한 제네시스 디자인을 위해 현대디자인센터 안에 별도의 조직인 ‘프레스티지디자인실’을 신설하여 향후 출시될 디자인을 전담하게 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00년 자동차 전문기업으로 출범한 이래 17년 동안 혁신으로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현대차 10여 년간의 담금질 끝에 탄생한 제네시스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정몽구 회장이 보여준 ‘뚝심’ 리더십 역사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윤경현 기자 squashkh@
뉴스웨이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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