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비자 발급·연예인 中 행사 등 잇달아 제동누가 봐도 ‘對韓 보복’ 확실한데 정부만 모르쇠경제계 “정부 안 나서면 국가 경제 파탄 난다”
중국은 사드 배치 논의 초기부터 사드 배치에 강렬히 반발해왔다. 그리고 사드 배치가 공식적으로 확정되자 ‘이웃나라를 생각하지 않은 처사’라면서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항의는 한국에 대한 보복 활동으로 번질 기세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의 여러 모습을 보면 ‘밀월 관계’로 비춰질 정도로 가까웠던 예전의 모습이 아닌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일각에서는 1992년 양국 수교 이전의 분위기로 돌아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리 국민들이 중국을 방문할 때 발급받는 상용(복수)비자의 발급 중단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일부터 우리나라 상대로 한 상용비자 발급과 관련해 초청장 발급 업무를 하던 중국 대행업체에 대해 자격을 취소했다.
여기에 이번에는 중국과 우리나라를 오가는 보따리 상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선상비자의 체류기간을 기존 30일에서 불과 7일로 대폭 축소하면서 양국 간의 소규모 무역 관계에까지 중국의 보복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민들의 비자 발급 문제에서 촉발된 한-중 갈등 문제는 엔터테인먼트 등 문화 산업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지난 6일로 예정됐던 배우 김우빈과 수지의 중국 팬 미팅은 중국 측의 일방적 취소 통보로 무산됐다. 또 한-중 합작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 유인나의 연기 장면은 대폭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고 중국을 방문하려던 배우 이준기 역시 비자 문제로 중국 방문이 어려워졌다.
상황이 우리에게 비관적인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정작 이 문제를 중재하고 해결해야 하는 정부는 마냥 손을 놓고만 있다.
정부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일절 공식 입장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일부 당국자들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烏飛梨落)’이라면서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행위와 연관이 없다는 반응까지 내세우고 있다. 이는 곧 중국과의 외교 분쟁을 최대한 피하겠다는 표현이다.
그러나 누가 봐도 최근의 상황은 사드 배치 확정에 뿔난 중국 정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보복 활동에 시동을 거는 것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정부만 모로쇠하는 셈이다.
정부가 이렇게 미온적으로 나서다 보니 중국의 태도 변화에 가장 민감한 재계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이 중국인만큼 중국이 우리에게서 등을 돌리면 경제적으로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기업들은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활동이 각 기업에 미칠 직접적 후폭풍은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무역 분쟁 촉발 등 부정적 영향이 분명히 생길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중국 현지에 법인을 둔 업체들은 현지 법인을 통해서 비자를 발급받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그러나 과거 ‘마늘 파동’에서 보던 것처럼 관세 폭탄이나 현지 생산법인에 대한 제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가장 우려하는 것은 중국 내부의 여론 변화”라며 “반한(反韓) 감정이 촉발되면 중국 내에서 한국 상품을 찾는 수요가 줄어들 것이고 이는 우리 기업의 실적 악화로도 연계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정부가 조속히 나서서 사태 진화에 신경을 써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되는 곳은 중소기업이나 개인 사업자다. 대기업에 비해 리스크 관리 수준이 떨어지는데다 대중 무역으로 먹고 사는 중소기업이나 개인 사업자의 경우 기본적 생계에 치명적인 피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다수의 관계자들은 현재의 상황 변화와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에 대해 적잖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대중(對中) 항만 무역업체를 운영하는 대표 차 모 씨는 “정부가 미국과 중국의 가운데에 끼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통에 힘없는 경제인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에 대해 할 말은 하면서 국민 경제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인데 지금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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