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적 완화로 누진제 논란 덮는 정부누진제 단계 축소, 배율 완화가 개편 핵심
◇누진제 논란 자초한 정부
지난 11일 당정은 7~9월 3개월 동안 6단계의 주택용 누진제 각 구간에 50kWh를 상향했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와 같은 여름철 누진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적으로 수차례 밝혀 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누진제 완화 시사 발언 이후 정부의 입장이 한 순간에 번복된 셈이다.
전기요금 경감 방안도 지속된 국민적 비판 여론이 달아오르자 8월 중순이 돼서야 나온 늦은 뒷북대책이자 땜질식 처방에 가깝다. 폭염이 한창이었을 때 11.7배라는 누진제를 고집하면서 가정 내 냉방을 억눌러 오다가 비판이 거세지자 뒤늦게 내 놓았다. 구간마다 50kWh를 상향했지만, 이는 하루에 에어컨을 1시간도 더 가동하지 못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누진제 개편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부자감세 구조와 유사하게 재조정될 가능성이 높고, 폭염 시 가정용 냉방사용 급증으로 전력피크가 순간 높아져 전력대란을 겪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소득수준과 전력소비량이 비례한다는 전제와, 한시적 누진제 완화 이후 첫 연휴에 전력사용량 급증이 없었다는 점에서 산업부의 누진제 유지 주장 근거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산업부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는 당정 TF에서 다뤄질 사안이라며 누진제 논란을 외면하고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앞서 정치권에서 누진제 개편 논의가 있었을 당시 야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지만, 여야 모두 누진제 개편에 공감하고 있는 현재 정부만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기요금 개편은 법 개정 사안이 아닌, 산업부 승인 절차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실상 산업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전기요금에 대한 권한은 정부가 갖고 있어 (정부의 요금 개편에 대한)의지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며 “앞서 한전도 요금체계 개편에 대한 입장을 내비친 바 있지만, (논의가)잘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단계 축소-누진배율 완화-저소득층 지원’ 병행돼야
주택용 전기요금 논란의 핵심은 구간 별 큰 폭으로 뛰는 누진배율에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6단계의 구간을 축소하고 배율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겨울철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제도인 에너지바우처를 여름철 난방에너지까지 확대하는 제도적 뒷받침도 요구된다.
김대욱 숭실대 교수는 누진제 관련 토론회에서 “예비력 수준에 문제가 없고, 가정용 사용량이 OECD보다 낮아 누진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누진제가 도입된 당시와 다른 점이 많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원철 한양대 교수도 누진단가 조정과 한전 독점 판매 구조를 해결할 전력판매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인 새누리당 조경태 의원은 6단계의 누진제를 3단계로 축소하고 누진배율도 1.4배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세종=현상철 기자 hsc329@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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