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누진제 개편 결정은 사실상 정부 권한직원 합심·노력으로 5년 적자 끝에 이익 실현한 한전 누진제 논란에 총알받이 될 판···성과와 누진제는 별개
9일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누진제에 대한 개편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부자감세와 전력피크 사용량 증가에 따른 우려감 때문이다.
가정용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개편요구는 정치권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정부는 흔들림 없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론의 화살은 정부를 넘어 한전에까지 이르게 됐다. 높은 전기료로 매출을 끌어올렸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한전이 지난해 10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둬들였다. 6조5000억원 정도가 서울 삼성동 부지매각 이익이다. 나머지는 전력판매 등에 따른 매출이익이다. 5년간 11조원에 달하는 누적적자 끝에 추수해낸 성과다. 지난해 한전이 높은 매출을 기록했던 것은 저유가로 인한 발전원가 하락 영향을 받은 탓이다. 발전 5개사의 매출이 급증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전은 이번 이익금을 부채감축과 새로운 미래성장동력이 될 신산업 투자에 사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매출이 늘었다고, 저유가 상황이 지속된다고 한전이 뜻대로 전기료를 인하하거나 적자가 이어진다고 전기료를 인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전기료를 인상하기 위해서는 한전이 정부에 인상안 인가를 신청하고, 산업부와 기획재정부 등이 협의한 후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게 된다. 최종적으로 인가는 정부가 한다. 정부의 입장과 의지가 전기료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인 셈이다.
때문에 지금까지 한전은 전기료 현실화를 근거로 인상을 주장했었지만, 정부벽에 가로막혀 번번이 좌절됐었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2013년 두 차례의 전기료가 인상된 이후 지금껏 동결 상태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전력사용 가구의 94%가 현재까지 원가 이하로 부과되고 있다.
한전이 ‘공기업’이라는 목적을 가진 기업인만큼 의사결정에도 제약이 따른다.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예산이나 사업, 중장기 계획 등이 한순간에 바뀔 수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했을 때도 이는 정부의 정책기조에 발을 맞춘 성격이 크다. 올해 정부는 한시적인 전기료 인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처음으로 추진된 에너지효율 1등급 가전제품 환급도 한전이 지금까지 하던 에너지효율사업 예산을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한전은 2013년부터 5년간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는 중장기 에너지효율사업을 펼치고 있었지만, 올해 정부의 가전제품 환급사업에 1400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지출하게 됐다. 또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은 채 2조원 규모의 에너지신산업펀드도 올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발표되면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한전은 일반 사기업과 다른 공기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에 보폭을 맞춰야 하는 측면이 큰 것 같다”며 “전기료와 요금체계 등도 사실상 정부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했다.
세종=현상철 기자 hsc329@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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