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적임자’ 꼽혔지만 연이어 흥행 실패자신감 충만하지만 외부 환경 녹록치 않아V20 흥행 여부 따라 연말 입지 결론날 듯
조준호 사장은 7일 오전 서울 양재동 LG전자 서초R&D캠퍼스 이벤트홀에서 열린 ‘LG V20 신제품 발표회’에서 V20을 직접 소개했다. 조 사장의 표정에는 그동안 켜켜이 쌓인 실패의 먹구름을 걷어내고 새로운 부활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V20에는 그동안 LG전자가 공을 들여서 개발해 온 오디오와 카메라 기능이 강화됐다. 특히 뱅앤올룹슨이나 ESS 등 세계적인 음향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통해 단순한 스마트폰을 넘어 최고의 음질을 제공하는 음향기기로 진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V20의 흥행에 따라서 조 사장과 MC사업본부의 향후 입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조 사장은 지난 2014년 말 LG그룹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MC사업본부의 새 수장으로 선임됐다. 조 사장은 과거 2000년대 중반 ‘초콜릿폰’으로 휴대폰 시장에서 일대 돌풍을 일으켰던 주역이었다. 그런 만큼 위기에 빠진 MC사업본부를 재기시킬 적임자로 충분해보였다.
그러나 조 사장이 MC사업본부장으로 온 이후 LG전자가 성공시킨 모바일 제품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G4는 비슷한 시기 흥행 측면에서 순항하던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 등과 정반대로 흥행에 참패했다.
오디오 솔루션과 카메라 기능을 대거 보강한 V10이 지난해 하반기에 출격했지만 이 제품 역시 갤럭시노트5, 갤럭시J 시리즈 등 삼성전자 제품에 밀려 국내 판매 순위 톱10에 이름을 올리는데 실패했다.
조 사장의 이름값에 결정적으로 흠집을 낸 것은 올해 상반기 출시된 G5였다. G5는 스마트폰으로는 최초로 제품의 모듈화를 시도하면서 업계 전반에 신선한 충격을 몰고 왔다. 출시 초기 갤럭시S7과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만큼 혁신의 성과가 돋보였다.
그러나 초기 수율을 맞추지 못한데다 확장 슬롯의 이격이나 무한 재부팅 현상, 데이터 송수신 불가 등 기본적 성능 면에서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초기의 흥행을 이어가는데 실패했다. 결국 최소 기대치였던 350만대 판매에 한참 못 미치며 ‘망작’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이런 전례가 있기에 V20은 출시 전부터 기대치가 많이 떨어져 있다. 멀티미디어 기능을 한층 강화했다고 하더라도 수요가 한정돼 있고 갤럭시노트7의 폭발 논란 이후 고객 이탈 현상도 생각만큼 심하지 않은데다 ‘거함’ 아이폰7가 뒤따라 출격한다는 점이 LG전자로서는 감내해야 할 현실이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만약 V20마저도 흥행에 실패할 경우 올 연말 조 사장의 운명은 장담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제아무리 조 사장의 그룹 내 영향력을 감안하더라도 사업성과가 부진한 CEO를 그대로 두기는 힘들다는 현실적 어려움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의 투자 사례나 그룹 고위층의 기대 등을 감안할 때 LG전자가 휴대전화 사업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V20의 흥행 성적이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친다면 MC사업본부 전반에 대한 극약처방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조 사장은 그룹 내에서 프로젝트 수립과 실행에 누구보다 능하다고 알려졌기에 MC사업본부에 투입된 것”이라며 “만약 흥행 실패의 원인이 시장 오판과 기술에 대한 무지 때문이라고 밝혀진다면 조 사장에게 엄중한 책임이 전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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