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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값 인상에 시세차익 노린 사재기 극심

맥주값 인상에 시세차익 노린 사재기 극심

등록 2016.11.01 16:46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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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창고에 ‘카스’ 물량 잔뜩 쌓은 도매상 물량확보 공세에 찬밥된 하이트 실적 직격탄

사진=오비맥주사진=오비맥주

4년만에 맥주 출고가격이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또 한번 물량 ‘사재기 현상’이 극심하게 나타났다. 담배나 소주 등 서민 기호식품 가격 인상 소식이 들릴때마다 빚어진 사재기 현상은 이제 하나의 업계 관행으로 자리잡았지만 그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어 우려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도매상들은 오비맥주의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맥주값 인상 소식을 듣고 물량을 대량으로 확보해 시세차익을 거두고 있다. 도매상들의 물량확보 경쟁에 맥주 판매 1위 카스는 품귀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소문만 무성했던 맥주값 인상이 현실화되자 도매상 뿐만 아니라일반 식당가에서도 카스 물량을 확보해 재고 창고를 가득 채웠다”며 “도매상에서는 카스로 창고를 채우는 바람에 보관 공간이 부족해 다른 맥주 발주를 하지 못할 정도” 라고 말했다.

이날부터 카스 병맥주의 경우 500mL 기준으로 출고가가 1081.99원에서 1147원으로 65.01원(6.01%) 올랐다. 통상 출고가가 도매업체나 대형마트 등에서는 여기에 10∼20원의 마진을 붙여 판매가를 정하고 유통단계를 거칠 때마다 업체들이 마진을 더 붙여 판매하는 구조다.

도매상들의 카스 사재기 움직임은 올초부터 시작됐다. 작년 소주값 인상으로 맥주값 인상도 임박했다는 소문이 꾸준히 돌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소문’이 아닌 ‘진짜’ 가격 인상 통보를 받은 도매상들은 물량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가격이 오르기 전 물량을 많이 확보할수록 남길 수 있는 이익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며칠동안 주류업체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카스 물량 확보에 발벗고 나서면서 품귀현상까지 생겨날 정도였다”며 “사재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불황이라 그런지 그 수위는 점점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도매상 관계자는 “제품 가격이 오를 때마다 물량을 확보해 시세차익을 얻는 사재기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위스키 등 마진이 높은 상품들이 잘 안팔리다보니 경쟁이 더 치열해진 것 같다”며 “물량을 많이 확보할수록 수익이 늘어나다보니 같은 지역내 도매상 간 경쟁도 치열했다”고 말했다.

도매상들의 사재기 관행은 경쟁업체들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실제 올 초부터 시작된 도매상들의 사재기로 하이트맥주의 상반기 매출은 급감했다. 통상 가격 인상설이 돌면 1위 업체 제품에는 ‘사재기’가 일어나고 2위 업체 주문량은 크게 줄어든다. 하이트진로의 상반기 맥주부문 매출은 34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 감소했다.

주류업체 관계자는 “올들어 맥주값 인상설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카스 사재기 현상이 연초부터 발생했다”며 “도매상들이 매달 카스 물량을 늘리다보니 당연히 하이트 맥주 매입량이 줄고 이게 10개월간 이어지면서 실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맥주 점유율 1위업체의 가격조정이 시행된만큼 사재기 현상에 따른 경쟁업체 매출 하락 폭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맥주업체들이 꾸준히 가격인상 시기를 고민하고 있었다. 원가부담, 소비자물가 상승, 빈병보조금 인상 등 여러가지 가격 상승요인은 충분했지만 증세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질까 시기를 눈치보던 상황이었다. 현행 주류 세금 구조를 살펴보면 제조사가 출고가격을 올릴 경우 제조사의 이익보다 세금이 더 올라가도록 돼 있어 가격을 올릴때마다 증세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이 컸다.

이번 맥주값 인상에도 역시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비싸진 맥주값도 부담이지만 나라가 어수선한 분위기 틈을 타 기습적으로 가격을 올린 데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크다.

소비자들은 “지금 ‘최순실’사태로 한국 전체가 들썩이고 있는 상황에 맥주회사는 이 틈을 이용해 가격 인상을 노렸다”며 “총선이 끝나도 선뜻 가격인상에 나서지 못한 맥주업체들이 분위기를 지켜보다가 최근 전례없는 이슈로 나라 전체가 어지러운 틈을 타 잽싸게 가격을 올린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이제 음식점에서 맥주 한병 시키기도 부담스러워 졌다”며 “차라리 마트나 편의점에서 4병 묶음 1만원에 팔고 있는 수입맥주를 사서 마시는 편이 훨씬 낫겠다”는 반응도 컸다.



이지영 기자 dw0384@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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