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공론화, 최대 진전 사례 꼽을만잉여현금 활용 등 일부서 엘리엇 의견 반영분할 후 나스닥 상장·三物 합병은 정면 거부
삼성전자는 29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논의한 뒤 이를 최종적으로 확정·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새로운 주주가치 제고 방안은 지주회사 전환 등 기업구조 개편안을 6개월 이상 검토한 후 결정하겠다는 내용과 총 배당의 규모를 지난해보다 30% 늘리고 내년부터 분기별 배당을 실시하며 잉여현금흐름의 절반을 주주 환원 활동에 쓰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 10월 초 엘리엇 측이 내놓은 5대 제안과 이날 삼성전자가 내놓은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비교해보면 일부분은 엘리엇 측의 의견이 적게나마 반영이 됐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일부분은 엘리엇의 제안을 정면으로 거부한 부분도 있다.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제안한 내용은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삼성전자홀딩스(투자회사)-삼성전자(사업회사)), 삼성전자홀딩스와 삼성물산의 합병, 분할된 사업회사의 한-미 공동상장, 30조원 규모의 특수배당, 독립적인 사외이사 3명의 선임 등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이 엘리엇의 제안을 묵과할 가능성이 낮다고 점쳤다. 이미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엘리엇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삼성을 괴롭혔던 전과가 있는 만큼 어떻게든 유화적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고 그대로 적중했다.
엘리엇의 제안을 일부분 감안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은 최대의 관심 항목으로 꼽혔던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문제다.
삼성전자는 이날 중립적 입장에서 기업 경영에 합당한 최적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과 합동 검토를 통해 지주회사 전환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삼성이 지주회사 전환 문제 자체에 대한 언급을 매우 꺼리고 때로는 지주회사 전환을 비현실적인 일로 비췄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진전이 있는 반응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배당 문제에 대해서도 엘리엇 측이 요구했던 파격적인 배당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의견 반영은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배당 규모를 4조원대로 대폭 키우고 사업 활동에서 벌어들인 현금 중 각종 투자비와 세금 등을 제한 나머지 잉여현금의 절반을 주주 환원 활동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엘리엇이 현금 배당 규모를 30조원으로 키우고 잉여현금흐름의 75%를 주주들에게 환원해달라고 했던 제안과 비교하자면 현금 배당 문제는 사실상 반영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지만 잉여현금의 환원 문제는 엘리엇 측의 제안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도 엘리엇의 목소리가 일부 반영됐다. 엘리엇 측은 3명의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했지만 삼성전자는 1명 이상으로 그 폭을 제한시켰다. 다만 글로벌 기업의 CEO 출신으로 대상을 정한 점에 대해서는 엘리엇 측도 납득할 수 있다는 해석이 있다.
엘리엇 측의 제안을 정면으로 거부한 부분도 있다.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이후 사업회사의 한-미 증시 공동 상장과 삼성전자 투자회사-삼성물산 합병 추진안이다.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겸 사장은 이날 주주가치 제고 방안 발표 후 질의응답을 통해 “현재로서는 삼성전자를 분할한 뒤 설립된 투자회사와 삼성물산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선을 그었다.
증시 상장 문제도 보류 입장을 밝혔다. 이명진 삼성전자 IR그룹 전무는 “미국 증시 상장의 브랜드 마케팅 효과 등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지주회사 전환 여부가 결정된 후 세부적으로 검토하겠다”면서 말을 아꼈다.
다만 삼성전자 투자회사와 삼성물산의 합병 문제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의 도입과 연계된 사안인 만큼 추후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가 도입되면 본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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