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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없는 환율전쟁···경제 위기 때마다 반복

승자 없는 환율전쟁···경제 위기 때마다 반복

등록 2017.02.03 07:50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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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속 통화가치 절하 환율전쟁으로 번져글로벌 경기침체 야기···자국경제 부메랑

승자 없는 게임이 또 한 번 벌어질 조짐이다.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챙기기 위한 중앙은행의 움직임. 환율전쟁이다.

경제성장이라는 단 열매를 따기 위해 돈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경제논리를 바탕으로 지금껏 벌어진 수차례의 환율전쟁의 결과에서 승자를 지목하기는 어렵다. 세계 각국이 밀접한 경제고리로 얽혀 있어 단기적인 혜택은 기대할 수 있어도 중장기적인 안정성과 지속성장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승자 없는 그간의 환율전쟁 경험 때문인지, 통화가치 절하 효과 극대화를 위해서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최근 벌어지는 통화전쟁의 양상은 상대국의 ‘견제’가 포함돼 있다.

◇ 환율전쟁의 중심 미국···경제위기 때마다 반복된 패턴

사진 = pixabay사진 = pixabay

1929년 시작된 미국의 대공황은 자본주의의 근간이 뒤흔들릴만한 사건이었다. 공황 극복을 위한 정부의 시장개입 필요성을 제기한 수정자본주의에 무게가 실렸고, 1932년 루스벨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뉴딜정책이 펼쳐졌다. ‘새로운 처방(New Deal)에는 은행·통화를 국가가 통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비슷한 시기, 대공황이 무르익을 당시인 1931년 영국이 금본위제 폐기(달러-금 교환 금지)가 자본주의 역사에서 사실상 첫 환율전쟁으로 이어졌다. ‘통화’를 손에 쥔 미국 행정부의 움직임으로 1934년 1월 달러 가치는 69%나 추락했다. 이후 각국은 경쟁적으로 자국의 통화가치를 끌어내렸고, 1936년 3자 합의로 종료됐다. 당시 세계무역규모는 대공황 이전보다 30% 가량 쪼그라들었고, 세계는 동시다발적인 경제침체를 경험했다. 미국은 ‘대공황’에서 벗어났지만, 1937년 다시 한 번 침체기를 맞는다.

1970년대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미국 닉슨 대통령은 베트남전쟁 등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1971년 달러방어 정책을 펼쳤다. 금본위제 폐지와 수입과징금 10%(추가 관세)를 실시했다. 달러가치는 약세를 보였지만, 세계경제에 충격이 가해졌다. 이른바 ‘닉슨쇼크’다. 이로 인해 세계 각국은 변동환율제를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1980년대에는 이전과 달리 다소 모범적인(?) 형태의 외환시장 개입이 있었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불어나고 달러강세가 지속되자 1985년 G5(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 재무장관들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화 강세를 시정하기로 했다. ‘플라자 합의’다. 2년 동안 달러가치는 30% 이상 급락했다. 10년 동안 달러 약세가 지속됐다. 미국경제는 회복세를 찾아갔지만, 일본은 ‘잃어버린 10년’,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현재까지 세계 각국은 자국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미국의 방법을 도용하고 있다. 혼란기가 시작된 셈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2007년 이후 각국에서 총 6번의 경쟁적인 통화절하가 있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 ‘자국이 우선’···결과는 침체의 부메랑

사진 = pixabay사진 = pixabay

지금껏 발생한 환율전쟁의 결과는 자국의 단기충격 극복과 신흥국 등 글로벌 경제의 전반적인 침체를 야기했다. 글로벌 무역과 경제사슬이 더욱 복잡해지는 만큼 자국의 침체 극복 이후에 또 한 번의 침체를 경험했다.

최근 환율전쟁 출발선 중심에는 역시 미국이 있다. 트럼프식 뉴딜정책이라고도 불리는 1조 달러 규모의 투자, 보호무역주의가 전면에 내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일본·독일의 환율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환율전쟁’에 본격 가담해 판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경기침체 속 ‘생존’을 위해 통화정책을 만지작거렸던 과거와 달리 최근 양상은 상대국의 ‘견제’도 섞여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약을 내 건 게 대표적이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환율전쟁과 보호무역주의는 글로벌 경기침체를 불러왔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1930년대 대공황의 원인을 환율통제와 수입규제 등 보호주의적 조치들이 원인이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결국 미국은 단기적인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혼란스러워진 무역환경과 통화전쟁은 글로벌 경제에 악재로 작용해 향후 미국경제의 성장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가운데 대외의존도가 높고 G2(미국·중국) 경제와 밀접한 우리나라는 피해가 불가피하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상황에서 환율전쟁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단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면서도 “자국통화만 평가절하 되면 단기적으로 긍정적이지만, 각국이 경쟁적으로 낮추면 통화가치 하락 효과는 없어지고, 글로벌 무역 등만 오히려 위축시킬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세계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고, (자국 경제에)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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