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연속 오름세 수출 ‘기저효과’상장사, 영업이익 사상최대지만 ‘불황형 흑자’2월 전산업생산·설비투자 감소···소비 상승 ‘반짝’물가 상승·고용한파로 인해 서민 부담 가중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489억달러로 지난해 3월보다 13.7% 증가해 5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반도체와 석유화학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에 상장사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올해 1분기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컨센서스)는 41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33조6000억원보다 23.36% 증가한 것이다.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자 생산과 투자, 소비도 덩달아 증가세에 접어들면서 경기지표가 전체적으로 개선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산업생산은 지난해 11월 1.4%에 이어 올해 1월 0.6% 등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고 설비투자는 1년 전보다 19.5% 증가했다. 또 소매판매도 4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하면서 경기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내수 지표 가운데 하나인 물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경제 회복이 가시화될지 주목된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2% 올라 4년 9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장기간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바닥을 찍던 소비자 물가지수가 올해 들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은 경기가 좋아져 소비가 증가하고 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어 경기회복의 선행지표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경제회복을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5개월간 외끌이로 한국경제를 받쳐온 수출은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라 언제든지 꺾일 수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지난해 상장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매출액은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아 구조조정을 통한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3일 코스피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533개사(금융업·분할합병사 등 73개사 제외)의 2016사업연도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5.02%와 18.46% 증가했지만 매출은 지난해보다 0.80% 오르는 데 그쳤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이 매출액 증가율보다 높은 건 기업들이 그만큼 비용절감을 했다는 뜻이다”며 “구조조정 효과에 따른 실적 개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산업생산은 3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정작 2월에는 0.4% 줄었고 설비투자도 지난달보다 8.9% 감소했다. 소비는 4개월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다 반짝 상승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회복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57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한 소비자물가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징후일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2월 실업률은 급증해 16년 만에 5%대를 돌파했고 실업자 수는 135만명으로 2월 기준 역대 최대치에 올라섰다. 이처럼 물가 상승과 고용 한파로 인해 서민들의 고통만 가중된 모습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 수출은 반도체와 석유화학 부문은 괜찮지만 전반적인 확산되는 모습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특히 대우조선과 중국 사드배치 보복, 미국 보호주의 등 해결해야할 이슈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 증가가 내수에 파급효과를 미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아직은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 설비투자가 보다 확실하게 늘어나고 고용 상황이 개선되는 조짐이 있어야 진짜 경기 회복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가 회복된 것으로 나타난 건 지난 몇 개월 동안 마이너스 행진한 것에 대한 기저효과”라며 “주거불안, 일자리불안, 노후불안 등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경기 회복을 논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JHCHUL@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